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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지에 로젠크란츠×미라벨 블랑쉐​

존경하는 지스카르.

 

지스카르의 권유 아닌 권유로 네냐플에 편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이 몇 번이고 돌아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이 되었습니다. 이런 편지는 오랜만이지요. 란즈미는 잘 지내고 있는지, 지스카르는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는 학우들 덕분에 제법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요. 학원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유익해 란즈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생겼습니다. 무사히 졸업만 한다면, 빅 누나와 디앙 형에게도 자랑거리가 몇 가지 있을 정도니 감이 오시겠지요. 물론 지스카르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전에 미리 드리고 싶을 말씀이 있어 이런 형태로나마 보냅니다.

지스카르, 어쩌면 저는 미쳐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으실 테지요. 이해합니다. 일전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려 했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으니까요. 간만에 이런 편지를 보내는 이유도 그에 관한 것이니, 부디 흥분하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미쳐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저는 최근, 아니, 수개월 전부터 환각을 보고 있습니다. 환각이라곤 하지만, 트라우마에 관련됐다거나, 유령, 혹은 괴물 따위의 것은 아닙니다. 저보다 조금 어린 듯 보이는 붉은빛 소녀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고개를 돌리면, 말갛게 웃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늘 소녀에게 시선을 옮기면 무엇인가 그리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이는 환각이지만, 처음에는 흑백에 가까웠고, 형태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홀연히 사라지기도 해 흔히 말하는 "유령"에 가까웠습니다. 때문에 피로해서 보이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네냐플은 성적 관리가 힘드니까요. 워낙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유령 목격담이나 괴담도 많고요. 그래서 우연히 제가 보인다는 걸 안 질 나쁜 유령이 따라다니는가 싶었습니다. 그 형태가 온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요.

형태를 온전히 갖춘 환각은 앞서 말씀드렸듯 저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가끔 옆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엔 늘 저를 등지고 있어 "질 나쁜 유령"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부류였다면, 필시 저를 노려보고 있었겠지요.

환각이, 소녀가 색마저 갖출 즈음엔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소녀의 스케치북 그림에 제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습작이라고 하던가요? 연습용으로 그리는 그림말입니다. 디앙 형이 그랬던 것처럼 소녀도 스케치북 따위에 습작을 자주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림으로 가득 채운 수많은 스케치북 중에 제가 없는 페이지를 찾기 힘들 정도더군요. 색이 입혀진 것도, 입혀지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처음 본 그림은 회색이거나, 온통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어 다른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제가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인상이 닮은 사람이겠거니, 무의식이 투영되었거니 했습니다. 그런 합리화가 무색하게도, 최근부터 그림 속 인물의 색채가 뚜렷해졌습니다. 머리칼은 푸른빛을, 눈은 붉은빛을. 소녀가 수도 없이 그려낸 많은 습작 중 단 한 장 빠짐없이 전부.

예, 틀림없이 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이 어떻게 되었거나,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소녀 또한 저를 보고 있는 것이거나.

그때, 처음으로 제 눈이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니었으면, 소녀 또한 저를 보고 있는 것이었으면 한다고, 그렇게 바랐습니다. 그편이 덜 괴로웠습니다. 소녀를 단순한 환각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제게 있어 너무 큰 존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사실이 믿어지십니까? 스스로의 감정을 깨달았을 때엔 정말 돌아버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한 번 버리면 다시는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얻었습니다. 지스카르가 가르쳐주었던, 가르침 받았던.... 결국, 남에게 도움을 받아도 깨우칠 수 없다며 포기했던 것들이 되살아났습니다. 고작 환각을 통해 이럴 수 있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목과 심장을 태우는 듯한 이 감정이 생소할 따름입니다. 그 때문인지, 소녀가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마법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 없습니다.

저는 환각에 대해 조사해볼 작정입니다. 평범한 환각일 뿐이라면, 힘들더라도 딛고 일어서야 하겠지요. 다만, 마법적인 현상이라면.... 그리고 만에 하나 만날 방법이 있다는 결론이 나면, 소녀와 이 감정을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작정입니다.

일말의 희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겐 확신이 필요합니다. 포기할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혹여라도 관련 정보를 알고 계신다면, 실례를 무릅쓰더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필사적이 된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편지가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온통 소녀에 관한 이야기뿐이라 민망해지네요. 다음엔 더 많은 근황을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 즐거운 일이 꽤 많았으니 말이지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총총.

 

당신의 어린 학생, 란지에 로젠크란츠로부터.

 

 

***

 

 

란지에는 편지를 써내려가던 펜을 놓고, 종이를 정성스레 접어 작은 봉투에 넣었다. 봉투를 왁스로 봉하기 전, 시선을 돌려 소녀를 보았다.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 적과 같은 모습. 말갛게 웃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슨 그림일지 예상은 갔다. 분명 자신을 그린 그림일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자의식 과잉 따위가 아니었다. 소녀는 늘 그를 그렸고, 란지에는 늘 그런 소녀를 보았다.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듯, 그 또한 일상의, 삶의 일부였다. 어느샌가 변해버린 저의 모습이 우스워 실소를 터뜨렸다. 한시라도 빨리 편지를 보내고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다소 늦은 시간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편물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먼 곳까지 돌아봤던지라, 설상가상으로 길까지 잃고 말았다. 란지에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고작 이런 어린아이 같은 들뜸에 휘둘려 야밤중에 산속에서 헤매다니! 심지어 길이 익숙하기까지 했음에도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된단말인가. 란지에가 헛웃음을 지으며 제 행동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즈음, 멀리서 작은 불빛이 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오두막집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자주 드나들었던 숲이었건만, 생소하기 짝이 없는 위치였다. 이끼 따위가 끼어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최근에 생긴 것도 아니었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별달리 뾰족한 수도 없어 바짝 긴장을 유지하며 문을 두드렸다.

 

"예닐렌? 왜 이렇게 늦었어요? 문은 또 왜……. …어?"

 

문이 열리고, 추운 날씨에 맞지 않게 얇은 옷을 입은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란지에는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드물게 당황한 탓이었다. 문을 열어준 소녀 또한 매한가지였다. 두 사람은 굳어 수초간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정적을 유지했다.

한번 찾아온 정적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녀는 란지에가 늘 보던 환각인, 붉은빛 소녀였다.

만나고 싶었다. 정말 만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을,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만나고자 했다. 란지에가 그렇게 마음먹은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이렇게 어이없게 소녀와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소녀의 목소리가 현실감각을 잃고 굳은 그의 의식을 끄집어냈다.

 

"저기, 그, 무슨 용건이신진 모르겠어도…. 일단 들어오시겠어요?"

 

아. 란지에가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정신 차리자. 같은 인물이 아니라 닮은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판단한 그는 제 주변의 환각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끌리듯 소녀의 인도에 따라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내부는 난생처음 본 구조로 되어있었다. 뿐만 아니라 생소한 물건들도 많았다. 그는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대체로 기계장치라는 것뿐이었다.

소녀는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하물며 란지에 쪽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수줍음을 타거나 낯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추위 때문인지,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로로 보이는 기계 옆에 바짝 붙어있어 얼굴조차 가려져 있었다.

꽤 긴 적막이 흘렀다. 란지에는 그것을 버틸 수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오두막에 들어설 때만 해도 닮은 사람이리라 생각했건만, 지금은 틀림없이 그 소녀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더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뭐라도 좋으니 말을 붙여보고 싶었다. 그는 결심을 다지듯 두어 번 헛기침을 한 후 말문을 열었다.

 

"근처 학원에 재학 중인 란지에 로젠크란츠입니다. 길을 잃어 도움을 받고자 찾아왔습니다만-"

 

란지에는 소녀의 안색을 살폈다. 연신 우물쭈물 하는 것을 보아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소녀가 대답할 수 있도록,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조용히 물끄러미 시선을 던지니, 소녀는 그 행동에 답이라도 하듯, 천천히 운을 떼었다.

 

"저, 음. 저도 손님인 입장이라…. 이 집주인은 예닐렌이라고, 사냥꾼이신데, 늦게까지 안 오시는 걸 보니 숲에서 노숙이라도 하시는 모양이에요. …가끔 그러시거든요."

"그렇습니까."

 

란지에가 쓰게 웃었다.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좋았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미라벨 블랑쉐예요. …그런데, 근처 학원이라 함은?"

 

소녀는, 미라벨은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네냐플을 모른다고? 란지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네냐-야플리아 학원입니다."

"네냐-야플리아?"

 

미라벨이 코를 찡그렸다.

 

"이곳에 학원이 한 두 곳이 아니긴 하지만,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요. 저, 실례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 위치한 학원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 두 곳이 아니라고? 란지에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적어도 그가 아는 한, 학원이 여러 군데 있는 지역은 없다. 하나, 둘씩 일이 꼬이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오두막에 들어서고, 낯선 기계들을 봤을 때부터 이상한 것을 눈치챘어야 했어야 했나.

그가 한숨을 내쉬자, 미라벨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물어선 안 될 걸 물은 게 아닐까? 소녀의 예상을 빗겨가듯,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노마라드의 남쪽, 고양이 등 평원입니다. 이곳은 어느 지역입니까?"

"아노마라드? …제가 있었던 곳은 우르크의 에안나예요."

 

답변이 미묘하다. 미라벨은 란지에가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말을 이었다.

 

"그, 믿으시는 건 자유지만…. 이 오두막, 위치가 변했거든요. 원래라면 숲 입구쪽에 있어야 하는데. …겉모습도 약간 변했고."

 

무엇인가 잘못됐다. 란지에가 앓는 소리를 냈다. 숲을 빠져나간다 해도 학원에 도착할 수 없을 것이다. 취침시간에 방을 비운 것은 문제조차 아니었다. 아예 다른 세상에 불시착이라도 한 듯했다. 두통이 일었다. 그를 걱정이라도 하듯, 쭈뼛거리며 다가온 미라벨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둘은 한동안 머리를 감싸 쥐고 대화를 나눴다. 처음엔 별다른 수가 없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가 하는 것. 꽤 오랫동안 같은 주제로 대화했음에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기계와 마법, 신과 인간. 서로의 세계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탓이었다.

다음 화제는 당연하게도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란지에는 마법으로 인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미라벨은 맥스웰의 악마가 벌인 장난 극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다. 당연히 둘 다 서로의 가설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첫 번째 화제만큼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 가설에 공통점이 있었다.

현재, 두 세계가 겹쳐져 있으며, 남아있는 사람은 단둘 뿐이라는 결론. 그것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란지에도 미라벨도 0시 이후로 아무도 만나지 못 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아, 골치 아파. 미라벨의 한숨 섞인 혼잣말에 란지에가 무심코 웃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 뚱하게 바라보고 있던 미라벨도 결국 웃음보를 터뜨렸다. 두 사람이 한참을 그렇게 키득거리고 나니 위축됐던 분위기도 부드럽게 풀렸다.

한참의 웃음 끝에, 당장 해결할 수 없다고 깨달은 둘은 잡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니 조금이라도 쉰 후,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잡담은 주로 가벼운 일상 따위였다. 자신이 있던 곳은 어떤 곳이었는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서로가 보았던 환각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란지에는 이미 알고 있어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미라벨은 매우 놀라며 민망해했다. 단순한 환각으로 치부하며 있으면 좋을 이상형 정도로 생각했을 뿐, 이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와는 다르게.

입맛이 쓰다. 그는 조금 슬프다고 생각했다. 일방통행이 되리라는 것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만족은 순간이지. 언젠가 제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을 곱씹었다. 만족은 한순간이었다. 정말 그때 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란지에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얽혀갈 때, 소녀가 하던 말을 멈추고 작게 하품을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시곗바늘은 두 시를 훌쩍 넘겨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잠들어 있을 시간. 미라벨이 피곤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란지에는 소녀를 소파에 뉘인 후, 이불을 정돈했다.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소녀는 오랜만에 듣는 어린아이에게 건네는 듯한 인삿말에 옅게 미소 지었다. 이윽고 눈을 감고,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물끄러미 소녀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녀다. 환각이었을 때만큼, 아니, 환각이었을 때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미라벨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이 마법이, 악마의 장난이 간밤 사이에 풀리지 않길 바랐다. 작은 소망과 가슴을 간질이는 감각을 뒤로하고, 그 또한 근처 흔들의자에 앉아 몸을 기댔다. 소녀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을 고대하며 단잠에 들었다.

하루뿐인 악마의 마법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두 사람의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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