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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미 소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도 괜찮을 까요.

츠키토 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렇게 토끼가 된 저에게 물었습니다. 표정은 잔잔한 호수처럼 온화하지만, 아마 많이 당황하셨겠죠. 저는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그거야, 저도 너무너무 놀랐으니까요.

 

‘우리 귀여운 베이비에게, 작은 장난을 걸어볼까?’

 

로키 님이 말한 장난이 이런 건줄 알았다면 진지하게 거절했을 텐데 말이죠. 말을 하고 싶어도, 감정표현을 하고 싶어도 그저 귀를 쫑긋거리거나 발을 구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저는 가볍게 츠키토 님의 곁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가만히 서서 저를 보던 츠키토 님은 흐음, 하고 잠깐 고민하시더니 제 몸을 안아 올려 그 따뜻한 품 안에 들여 주셨습니다.

 

“카스미 소우지요? 어떻게 하다가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까?”

“낑…”

 

대답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해 소리를 냈지만, 목에서 나온 것은 토끼의 울음소리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토끼가 우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울었네요. 츠키토 님에게 꼭 붙어 몸을 웅크린 저는 평소와는 달리 온 몸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향기에 깜빡 잠이 들 뻔 했습니다.

 

“작네요, 아주”

 

머리에서부터 등, 그리고 꼬리까지. 느릿한 손길로 저를 쓰다듬는 츠키토 님의 목소리는 온화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아, 다정하신 분. 저는 부끄러워져 두 발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로키 레바테인의 짓인가요? 어쩐지,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그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저는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연 현명하신 분. 마치 제 일 마냥 자랑스러워진 저는 웅크린 몸을 풀고 그분의 손을 핥아드렸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달빛 같은 손. 제가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츠키토 님은 저를 머리까지 들어 올려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었습니다.

 

“응? 왜 그러십니까, 카스미 소우”

“낑…”

 

왜 그러냐니.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요. 제가 이렇게나 기뻐하고, 이렇게나 부끄러워하는 걸 정말 모르시는 걸까요. 앞발로는 얼굴을 가리고, 뒷발로는 바동거리며 온 몸으로 부끄러움을 표현한 저는 한숨과 함께 그분의 어깨위에 얹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단, 로키 레바테인에게 가볼까요. 계속 이 모습이어선 곤란하니까요”

 

이런 모습인 저는 별로인 걸까요? 그 말에 제 귀는 저절로 축 쳐져버렸습니다. ‘응?’ 아까 전까진 그리 무심하게 반응하셨으면서, 제가 걱정하는 건 어떻게 아신 걸까요. 걸어가시다가 저를 슬쩍 보신 그분은 제가 떨어지지 않게 자리를 고쳐주시고 물었습니다.

 

“뭔가 불편한가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지만 츠키토 님은 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걸 멈추지 않던 그분은 조금 뒤, 이제야 알겠다는 듯 다시 물어왔습니다.

 

“걱정 마세요. 혹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저는 카스미 소우를 쭉 곁에 둘 겁니다. 당신은 제게 중요한 사람이고, 당신이 토끼라고 해도 저는 상관없으니까요”

 

그러고 나서는 또 쪽. 제 머리에 입을 맞춘 그분은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인 로키 님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아아.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시다니. 역시 츠키토 님은 훌륭한 분이에요. 기분이 좋아진 저는 아무 걱정 없이 그분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지만, 문득 다른 무서운 생각이 들어 숨을 멈췄습니다.

 

‘만약 갔는데, 츠키토 님까지 토끼가 되어버리면 어떡하죠…?’

 

설마 그럴 리가, 라고 하고 싶지만 상대는 장난의 신 로키 님. 저 같은 정령뿐만이 아니라, 분명 같은 신들 사이에서도 장난을 멈출 분이 아닌걸요. 하지만, 저의 걱정은 말도 안 되는 상상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답니다.

 

‘츠키토 님이 토끼… 귀여울 지도…’

 

분명 그분의 찬란한 머리색을 닮은, 우아한 토끼가 되겠지요. 아아, 사랑스러워라. 달의 신인 그분이 토끼가 된다면, 그건 정말 달토끼네요. 사랑스러운 상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토끼의 웃음소리는 낑낑거리는 소리와 비슷해, 츠키토 님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습니다.

 

“카스미 소우? 어딘가 불편한가요?”

“끼잉…”

“…아니라면 됐습니다. 언제든 품에 안아줄 테니, 꼭 말씀 해 주시길”

 

아아 로키 님, 너무 이 장난을 미워하지 않을게요.

츠키토 님의 말들에 행복해진 저는 처음으로 로키 님의 장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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