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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고양이를 주울 확률이 얼마나 될까?

 

대략 짐작을 해본다면 아마도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닐 것이라고 직감한다. 그리고 그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대상이 된 것은 미야기의 평범한 고등학생 마츠카와 잇세이였다. 처음에 봤을 때는 마츠카와는 그 저의 앞에서 알짱이는 그 작은 생물을 발견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헤드셋을 낀 채로 길을 걷던 그는 문득 무엇인가가 자신의 그림자에 겹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이면서 시선을 내렸다. 그의 시선에는 제 다리 가까이에 붙어서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 고양이지. 마츠카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자신의 목에 걸쳤다. 이게 대체 뭐지.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이 고양이는 분명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애초에, 고양이는 기르지 않았는데. 마츠카와는 한숨을 들이 삼키고서 자신을 무심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들어 올렸다.

 

축 늘어지는 모양이 고양이는 맞는 것 같은데. 묘하게 밝은 털색이라던가, 밝은 눈 색이라던가. 누군가를 닮은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녀가 고양이라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마츠카와는 천천히 고양이를 품에 넣고서 부드러운 털을 쓸었다.

 

“길을 잃었니?”

 

사람의 손을 거부하지 않는 걸 보면 길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목줄이나, 그런 것이 있는 게 아니니 사실 여간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주인은 찾아줘야 할 것 같은데. 마츠카와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서 이리저리 시선을 굴렸다. 주인을 잃은 고양이는 어떻게 주인을 찾아줘야 하지? 전단지라도 붙여야 하나.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고양이는 마츠카와의 품에 뺨을 부볐다.

 

참 살갑다. 닮은 누구와는 다르게 말이다.

 

마츠카와는 그 ‘누구’가 듣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주먹이 날아올 지도 모르는 생각을 하면서도 깊은 한숨을 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주인, 그래, 이 아이가 잃어버린 주인 말이다. 어떻게 찾아주지. 이 고양이를 데리고 경찰서에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고양이는 잃어버린 ‘물건’은 아니지 않나? 한 손으로 가볍게 고양이를 들어 올린 그는 멋쩍게 뒷목을 긁적였다. 대체 이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일단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슬슬 날도 싸늘해지는데, 계속 이렇게 밖을 헤매고 있다가는 사고라도 당할 것 같았다.

 

“우리 집으로 갈래?”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귓가에 울렸다. 그거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지? 사람이 아니니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딱히 제 품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자신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마츠카와는 어쩐지 뿌듯함을 느끼면서 고양이를 좀 더 제 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보면 볼수록 어쩐지 떠오르는 사람을 더 닮은 것 같았다. 이렇게 닮은 동물을 찾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그녀는 성격마저 고양이를 닮은 것 같았다. 괜시리 까칠하고, 도도하고, 자존심만 하늘같이 높은.

 

“흐응-, 너 우리 집에서 살래?”

“냐아?”

 

까칠하고 높은 목소리가 일순간 울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얌전한 아이였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그런 목소리였다. 마츠카와가 눈을 크게 떴다가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한 순간 ‘미쳤어?’라는 소리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네가 싫으면 싫은 거고.”

 

성격 있네. 이런 면까지 닮았다. 이쯤 되면 그녀가 갑작스럽게 고양이로 변한 건 아닐까 하는 소설 같은 생각도 잠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것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고양이의 주인을 찾을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다른 친구들의 조언이라도 들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츠카와는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제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고양이의 얼굴이 더 할 것 없이 편안해 보여 가벼운 웃음을 흘리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자아, 류현아. 네 주인을 함께 찾아보자.”

 

제 멋대로 그녀의 이름인 류현이라는 호칭을 갖다 붙이면서 마츠카와는 현관의 문고리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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