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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츠바스켓 AU 인데 일정시간이 지나도 원래 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설정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반드시 이성과의 접촉만이 동물이 되거나 인간이 되거나 합니다. 십이지간 아니고 아무 동물로 변한다는 어이없는 설정이 되함되어있습니다.

 

 

 

 

 

“너…….”

“아. 미안. 와카짱.”

“늑대… 가 아니라 개 같군.”

“어… 일단은 늑대 맞아.”

 

타치바나 가문엔 저주가 있었다. 이성과 접촉을 하면 동물로 변하는 저주. 그 저주로부터 지키는……. 뭐. 이렇게 긴 내용은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 먼 내용이니 넘어가기로 하자. 하여튼 학교 안에 왜 말하는 늑대가 있냐고 하면 타치바나 후유키가 저주받았기 때문이다. 가족 전부가 저주를 받은 건 아니고 소수의 인물이었고 후유키와 여동생 둘 다 동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고 한다.

처음엔 타치바나 스스로가 간략하게 자신 가문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지금의 타치바나의 목소리를 가진 늑대가 눈앞에 있는 이상은 믿을 수밖에 없겠지.

이 사실을 아는 건 가문 사람들 외엔 우시지마밖에 알지 못했다. 타치바나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오이카와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아니, 타치바나쪽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는 게 옳았다.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몇 없으니까.

우시지마도 타치바나가 동물로 변한 건 처음 보았지만 일단 이 상황부터 어떻게 정리를 하고 싶었는지 타치바나가 입고 있었던 교복을 챙겼다.

 

“그래서 원래대로 돌아오는 방법은?”

“이성과의 접촉…. 포옹이랄까. 와카짱 나 일단 숨어있을 테니까 이 여학생을 부탁할게.”

“잠깐…!”

 

타치바나는 빠른 속도로 우시지마가 들고 있는 자신의 옷을 물고는 계단 쪽으로 사라졌다. 멍하게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타치바나와 부딪혀 주저앉은 여학생이 신음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우시지마는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고마워. 우시지마군. 방금 누구와 부딪혔던 거 같은데…”

“부딪쳐놓고 도망가더군. 나도 얼굴은 못 봤다. 괜찮나?”

 

여학생을 챙겨주면서 우시지마는 방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중학생 때부터 같은 학교를 나온 타치바나는 친한 친구까진 아니었고 중학생 3학년이 되었을 때 오이카와에 관해 물어오며 접근한, 고등학생이 되어서 같은 부가 되면서 알게 된 그냥 같은 학년의 같은 부인 남학생이 눈앞에서 늑대로 변했다. 급하게 상황을 정리한다고 넘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냥 넘길 수도 없었다.

여학생을 보낸 후, 우시지마는 타치바나가 간 곳으로 걸었다. 옥상 입구. 곧 시작될 수업에 다들 교실로 돌아갔고 그 덕에 옥상 입구 쪽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반기는 타치바나가 보였다.

 

“곧 있으면 점심시간 끝나잖아. 수업시간이잖아?”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아. 나는 이성과의 접촉이 있어야만 돌아갈 수 있어.”

“그럼 여동생을 부르겠다.”

“동생… 하고 포옹을 해도 소용은 없지만 일단 불러주면 고맙지. 사실은 아까부터 부르고 싶었는데 이 발로는 터치 인식이 잘 안 돼서……. 아. 와카짱 여기에 내 동생 메일 있는데 부탁해도… 되지?”

 

사람 하나는 가뿐히 물어버릴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귀가 아래로 축 처진 채로 눈치를 보는 행동에 우시지마는 알겠다면서 타치바나의 스마트폰에서 메일을 확인하고는 연락을 했다. 수업 종이 치니 타치바나는 빨리 수업을 들으러 가라며 머리로 우시지마를 밀어내고는 제 옷을 물고 몸을 일으켰다. 이곳에 있어도 괜찮을 텐데. 우시지마의 생각이 들린 것인지 얼굴을 보고 알아차린 것인지 물고 있던 옷을 잠시 내려놨다.

 

“가끔 경비 아저씨라던가 남학생들이 수업 안 들으려고 옥상 쪽으로 오거든. 난 걱정하지 마. 발소리에 예민하니까 피해있을게. 수업 끝나고 봐.”

 

그리고는 다시 옷을 물고는 빠르게 앞질러갔다. 뭐. 사람이 아니니 소리에 민감할 테니 괜찮겠지. 우시지마는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향했다.

 

 

 

사람이 동물로 변한다? 보통의 경우엔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드라마나 영화, 만화 소설도 아니고. 그런데도 우시지마는 만화 같은 일을 제 눈으로 직접 보았다. 말도 안 된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거다. 제 허벅지를 꼬집어보았지만,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아팠다.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여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봤지만 어느 정도 다가오거나 하는 경우엔 피하는 모습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그저 매일 오이카와에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니 여자를 좋아하지 않고 오이카와를 좋아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본인은 팬으로서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 말은 우시지마 본인에게나 다른 부원들에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조금 전의 상황을 본 우시지마는 어쩌면 그랬던 거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성과 접촉하면 다시 이성과 접촉할 때까지 동물의 모습으로 하고 있어야 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은 늑대여서 그런 것일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 우시지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과는 그렇게까지 상관이 없었던 타치바나 후유키를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것은 부원에 대한 생각이 아닌 동정일 뿐이다.

 

“저기 봐. 저게 뭐야?”

 

창가에 앉아 있던 여학생의 목소리에 학생들이 창문 쪽으로 기웃거렸다. 별일이 아닐 거다. 자신은 그보다 더 더 복잡하고 큰일이 있었으니까. 학생들을 다그치던 선생님도 학생들이 뭘 보고 있는지는 궁금했는지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저거… 개… 아니 늑대인가?”

 

우시지마는 들고 있던 손에 쥐고있던 볼펜을 놓쳤다.

정리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걸까. 어디가 발소리에 예민하다는 거지. 우시지마는 이 학교에서 저만이 알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그 원인에 대한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몸을 일으켰다.

선생님껜 아파서 양호실에 다녀오겠다면서 빠르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복도를 달려 계단을 타고 내려와 체육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서 있었다.

 

“타치바나.”

“아, 와카짱!”

 

순간 평소와 같은 바보같이 웃는 얼굴이 아닌 헥헥 거리며 달려오는 늑대 한 마리가 보이니 우시지마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제 모습이 늑대라는 걸 자각을 못하는 것인지 꼬리를 빠르게 흔들며 제 얼굴을 우시지마품으로 밀어 넣었다. 평소의 타치바나가 자기 뒤를 따를 때와는 다른, 동물의 모습이라 이런 식으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겠지 하고 빠르게 머리를 밀어냈다.

 

“수업은 어쩌고 왔어?”

“발소리에 예민하다면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건 나보고 오라는 거 아닌가.”

“아, 진짜? 미안. 한동안은 여학생하고 부딪친다든가 한 적은 없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미안, 정말 미안.”

“일단 자리를 피하지. 경비가 올지도 모르니 지금 이 시각에 사람이 없을 만한 곳으로….”

“아. 몇 군데 있긴 한데… 와카짱도 따라올 거야?”

 

안내해라. 우시지마의 대답에 미안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던 제 옷을 물었다. 우시지마는 그 행동마저 답답했기에 타치바나가 물고 있던 옷을 빼앗아 자신이 들었다. 이미 바닥에 끌려다녀 흙투성이, 먼지투성이가 된 옷을 대충 털어낸 뒤 타치바나를 뒤따랐다.

도착한 곳은 더는 사용하지 않는 미술실. 창고처럼 사용하는 곳이었기에 오래된 물건을 사용할 때만 사람들이 들어오고 평소엔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혹시 이럴 때를 대비해서 봐둔 곳인데.”

“왜 진작 이곳으로 오지 않았지?”

“그게… 길을 잃어서.”

“늑대도 길치인가.”

 

우시지마에 화가 섞인 목소리에도 타치바나는 꼬리를 흔들면서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시지마 역시 타치바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새삼스럽게 이렇게 컸었나 싶었던 우시지마는 타치바나를 보았다. 늑대다. 하지만 말을 하고 꼬리를 흔드는 행동은 개 같았다. 창문과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엔 창고 같은 교실 안에 많은 먼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본인은 불편하지만 편하게 있는 타치바나를 보고 우시지마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여학생들 피해 다니길래 오이카와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

“오이카와씨는 멋있으니까 팬으로서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오이카와라는 단어가 나오니 그저 신났다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들고 있던 타치바나의 교복은 내려놓고 양손으로 타치바나의 얼굴을 쭈물거렸다. 날리는 털을 신경 쓰지 않다가 타치바나가 갑자기 앞발로 제 머리 위로 올라타더니 아래로 꾹 눌렀다. 무슨 짓이냐며 말을 하려 할 때 제 몸을 낮추며 귀를 쫑긋거리는 타치바나의 행동에 우시지마는 나오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순찰을 하던 경비아저씨의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곳으로 들어오면 끝이다. 타치바나는 우시지마의 앞으로 낮게 몸을 낮춘 체 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 하다가 다시 멀어졌다. 멀어지는 소리에 타치바나는 안도의 숨을 뱉어냈다.

이런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본능적인 행동. 주인을 지키려는 충성심 있는 개의 모습도 보였다. 한편으로는 저를 지키려고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우시지마는 왠지 모르게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응. 초등학생 때랑 중학생 때.”

“그런 그때 늑대로 변한 너를 보고 그 사람들은….”

“몰라. 그 아이들은. 기억을 지웠거든.”

“기억을 지웠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타치바나는 머뭇거리다 상관없겠지 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릴 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후유키는 친구들과 놀다가 여자아이와의 접촉으로 동물로 변한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타치바나 집안에선 함께있던 아이들의 기억을 지웠다. 그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자신이 저주를 받은 탓이었다. 그때부터 여학생들과는 거리를 두었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고 했다. 여학생은 경멸하고 피하고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타치바나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타치바나 집안에선 늘 있는 일이었다고. 제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경멸하고 피하고 무서워하면서 거부하거나. 그런 모습을 봐왔기에 자신이 피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기억을 잃어도 거리를 둘뿐, 예전처럼 친하게 내지만 않는 것뿐이지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고 급하게 이어 말했다.

매일 바보 같이 웃으면서… 우시지마는 타치바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어째서.

 

“나한텐 말했지? 그 가문의 저주.”

“와카짱이라면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남에게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우시지마 옆에 엎드리고는 꼬리고 우시지마 팔 쪽을 살랑거렸다.

언제부터 타치바나에게 있어 자신이 이런 이미지였는진 알 수 없지만 우시지마는 그저 친구조차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마치 어쩔 수 없이 같은 반인 친구에게 신뢰를 얻은듯한 애매한 상황.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의지하려는 타치바나를 보면서 우시지마는 아예 생각하는 걸 자체를 그만두기로 했다.

 

“와카짱?”

“얌전히 있어라. 피곤하니 여동생이 올 때까진 쉬도록 하지.”

 

우시지마는 타치바나 쪽으로 기댔다. 늑대 털이라 복슬복슬하면서 까칠하기도 한 촉감이지만 기대기엔 편하니 가만히 있기로 했다. 자신 쪽으로 편하게 기대오는 우시지마를 보고 타치바는 편하게 기댈 수 있게 바닥에 엎드렸다. 수업은 이미 끝났고 청소시간이 끝날 때까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있으니 다른 학생들은 이 미술실에 들어올 리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오늘 부 활동이 감독님의 사정으로 쉬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일이 없을 땐 부원들과 어디 들르든가 집으로 향하든가 하지만 혼자 두고 가기에도 제 양심에 찔리기도 하니까.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걸. 아니 그전에 왜 자신에게 가문의 저주 같은 걸 보여주고 미리 자신에게만 알려줬을까. 우시지마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기를 우습게 본 걸까 아니면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건가. 아니면 자신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을 했던 걸까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을 귀찮게 여기는 사람도 친구라고 생각을 해주는 타치바나를 보고 우시지마는 길게 숨을 뱉어냈다.

 

 

 

조금 급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이 해프닝은 여동생이 자신의 학교에서 동물이 되는 모습을 보게 된 카라스노 매니저인 시미즈 키요코의 도움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끝이 났다.

 

이후로는 우시지마 역시 타치바나가 이성에게 다가가면 떨어뜨리거나 불러내거나 하면서 그때 자신이 힘들었던 것을 떠올려 다시는 경험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행동했지만 몇몇 학생들 사이에선 우시지마가 부원을 챙기는 모습도 멋있다면서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된다.

그런 오해가 소문으로 퍼져도 그때 일만 다시 경험하지 않으면 된다.

우시지마는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오늘도 눈앞에 있는 늑대가 된 타치바나를 보면서 이렇게 해도 소용이 없구나 하고 차라리 다음부터는 타치바나가 이렇게 되든 말든 신경을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 미안 와카짱. 여자아이가 길을 잃어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업어주다가… 아. 그래도 어린아이라 그런지 좋아하더라.”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지도 못 한 체 제 행동에 후회가 되지 않는다는 민폐 짓을 하는 타치바나를 보고 앞으로 고생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려 우시지마는 제 손바닥으로 마른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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