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체렌 군에게.
안녕. 날이 많이 따뜻해졌지? 얼굴 못 본지 조금 오래 되었는데, 라이브 캐스터가 아니라 편지로 안부를 전하게 되어 미안해.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아날로그 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라이브 캐스터와 달리 편지는 언제 어디서든 꺼내 볼 수 있으니까.
우선 선생님 겸 체육관 관장이 된 거 축하해. 분명 체렌 군이라면 두 일 다 멋지게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리하거나 하진 않을까 걱정이야. 옛날부터 체렌 군은 너무 노력가라서 투지 군이나 벨이 자주 걱정하곤 했잖아? 쉬어가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일해야 해. 아이들에겐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말고.
쓰다보니까 어쩐지 내가 더 선생님 같은 말을 하고 있네, 미안해. 분명 체렌 군은 나보다 훨씬 믿음직한 사람인데 내가 걱정하니 이상하다. 그렇지?
나는 요즘 독립을 준비 중이야. 사실 독립이라고 하기 보단, 도망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주누운 박사님은 내가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는 걸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반대하고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모두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와중, 나 혼자서 아버지가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멈춰있을 순 없으니까. 조수일은 분명 힘들지만 보람차고, 배운 것도 많지만…. 나는 포켓몬과 함께 뭐든지 해보고 싶은걸. 배틀도 하고, 체육관 배지도 따고, 새로운 경험을 하다보면 나도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겠지.
아마 이 편지가 체렌 군의 손에 도착했을 때쯤이면, 나는 아마 연구소를 나가있을 거야. 다음에 만날 때는 체육관 관장과 도전자로서 만나겠지? 그 순간이 너무 기대 돼. 체렌 군에게 배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 트레이너가 되도록, 열심히 연습 해야겠어.
체렌 군의 미래가 새벽의 금성처럼 반짝이길 기도하며, 이만 줄일게.
화창한 어느 봄날에,
샤벳이.
“선생님, 무슨 편지기에 그렇게 웃으며 읽고 계세요?”
“응? 아. 별거 아냐.”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 체렌은 헛기침을 하며 제 입가에 번진 미소를 감추었다. 꾹꾹 눌러쓴 글자에서는 온화하고도 확실한 애정이 담겨져 있어, 읽는 이의 마음속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운다. 이 따뜻함을 안고 자신은 오늘 하루도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겠지. 당사자는 그저 안부를 전하기 위해 보낸 편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체렌은 그녀의 편지 하나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곧 수업 시작이지? 얼른 가서 준비하도록 해. 나도 곧 갈게.”
“네, 선생님!”
씩씩하게 대답한 반바지 꼬마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 교무실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수업이 몇 없으니, 일정이 끝난 후에는 이 편지의 답장을 쓰자. 그것이 제게 보내준 온화한 애정에 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 되겠지.
조심스럽게 편지를 봉투에 접어 넣은 체렌은 보물을 숨기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녀의 편지를 책상 서랍 안에 집어넣었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는 포켓몬 스쿨 안은 소란스러웠지만, 체렌의 얼굴은 그와는 대조되게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