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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봄의 시간에, 은하수 어딘가에서 별은 태어났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한 송이의 노란 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별... 그래, 별이라고 칭해도 전혀 아무렇지 않을 듯 한 노란 눈동자가 사랑스럽게도 반짝였다. 아카아시는 그 노란 눈동자와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고 싶었으며, 또 자연스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쿠로다니의 교정에는 꽃이 만발했다. 봄이면 늘 그렇듯이, 제각기의 꽃들은 우아하고도 사랑스러운 자태를 뽐내기에 바빴다. 카린은 꽃과 푸른 잎새가 만발한 화단 주변을 걸으며 봄의 운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꽃들 사이엔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는, 4월이 끝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녀의 봄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몽환적이고도 사랑스러운, 동시에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계절이기도 했다.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황혼의 시간. 그리고 노을 진 하늘에는 이제 막 빛나기 시작한 노란 별 하나가 있었다.
막 연습을 끝낸 아카아시는 카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요. 카린이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건네받았다. 화단. 왜, 정원 있잖아. 아카아시는 웃으며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사실 말 안 해도 어디 있는지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카린이 자주 가는 곳은 교정에 딸린 정원뿐이었다. 제 여자 친구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아카아시는 대충 배구부의 져지를 걸쳐 입었다. 어느덧 하늘에는 얕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아카아시가 정원에 도착했을 때, 카린은 화단 가장자리에 있는 노란 꽃이 흐드러진 나무를 구경하고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흐드러진 꽃이 마치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별 같다고, 아카아시는 생각했다. 아카아시가 카린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카린은 바닥에 떨어진 노란 꽃잎을 집어 들고는 이내 바닥에 내팽겨쳤다.
“뭐 하고 있었습니까.”
“그냥, 꽃 구경. 보면 알잖아.”
보면 안다. 하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아카아시는 픽, 하고 웃으며 카린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해 주었다. 가방을 집어드는 카린에게, 아카아시는 말했다.
“늦었습니다. 벌써 일곱 시에요. 집까지 바래다 드릴 테니 이제 가죠.”
이상하리만치 거리는 조용했다. 이따금씩 바람이 옅게 부는 소리 이외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로 가득했다. 아카아시는 카린의 손을 맞잡았다. 맞잡은 두 손 안에서 뭔가 이물감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더니, 노란 꽃잎이 떨어졌다. 그녀의 눈동자를 닮은, 별 같은 노란색.
“아까 그 꽃잎이네요. 왜 가지고 있던 겁니까.”
....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카린은 묘한 표정으로 아카아시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카아시는 카린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묘한 온기가 느껴졌다.
“예뻐서! 예쁘잖아, 노란색.”
카린이 사는 곳은 고층 맨션이었다. 어쩌다 보니 카린의 현관 앞까지 와버린 아카아시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카린을 붙잡고 창문으로 이끌었다. 별이 너무 예뻐서요. 카린양도 같이 봐요. 한참 동안 별을 쳐다보는 카린을 보고, 아카아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요, 별님. 오늘도 달이 참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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