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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해석주의

*급전개 급마무리 주의

 

다른 성을 가지고 있던 두 명이 부부라는 단어로 성이 같아지게 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2라는 숫자가 3이 되게 되었고 부부는 부모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치아키는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을 받은 날로부터 하고 있던 일을 쉬게 되었다. 누나네 패션 회사에서 전속모델로 활동을 하고 있던 치아키는 원래부터 하던 집안일이었지만 사츠키의 임신 소식과 함께 집안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니 누나도 당연히 오케이 해줬다.

낮잠을 자다가 제 머리카락이 코를 간지러워 눈을 뜨니 자신에게 팔베개해준 치아키가 옆에서 자는 얼굴이 보였다. 어째서인지 빨개져 부은 눈가를 보니 사츠키는 처음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병원 로비 한가운데서 코를 훌쩍이며 손등으로 눈을 벅벅 닦는 치아키의 행동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계획을 한 것임에도 진짜로 생기고 나니 불안해서 그런가 했지만, 앞으로 힘들지도 모르니 미안하고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큰소리를 내면서 우니 작은 병원인 탓에 주변에서 축하한다며 웃는 목소리에 사츠키도 부끄럽기도 했지만 역시 기뻐서 우는 치아키를 따라 울었었던 그 날.

치아키는 그날 이후로 자신이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힘들어할 때마다 대신 아파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울곤 했다. 우는 얼굴에 괜찮다고 달래주는 것도 힘들겠다고 어디서 들은 것인지 그때 이후론 우는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몰래 울었던 걸까. 미안함과 마음이 느껴졌다. 사츠키는 슬금슬금 무거운 몸을 움직여 치아키 쪽으로 움직였다. 움직임에 눈을 뜬 치아키를 보며 고개만 돌린 사츠키는 활짝 웃으며 치아키의 뺨을 쓰다듬었다.

 

“미안해요. 깼어요?”

“아니. 아니야. 몸은 괜찮아?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얘기해줘. 병원에 가게. 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 얘기해줘.”

“치아키씨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너무 잘해주셔서 불편한 건 없어요.”

“정말?”

“응. 정말.”

 

치아키가 진짠가 하고 의심하는 눈을 보면서 미간을 툭 건드리니 다시 활짝 웃으며 바보스러운 웃음소리를 낸다. 근처에 있던 베개를 사츠키의 머리 뒤에 놓고 팔을 빼서 기대어 사츠키쪽으로 몸을 돌렸다. 불룩한 배와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사츠키를 보면서 치아키는 코를 훌쩍이고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누나와 상담을 했을 때 너무 울기만 해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치아키는 아이가 있는 제 누나에게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입덧부터 시작해 먹고 싶은 음식을 사줬을 때 안 사줘서 화가 났다 집안일까지 하니 힘들었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수첩에 메모까지 했었다. 사츠키가 자신과 함께하면서 힘들고 괴로운 건 싫었다. 행복하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치아키씨?”

“아, 미안. 사츠키 더워? 땀나네. 잠깐만.”

 

치아키는 제 위에 있던 손수건을 들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줬다. 자신이 이렇게 행복한 것은 사츠키가 함께 해줘서 그런 것이라고 너무 기뻐서 아무나 길을 가던 사람을 붙잡고 자신이 이렇게 행복하다고 설명을 하고 싶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츠키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만나자고 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전화도 피해서 연락 끊긴 지 오래였고 지금은 사츠키의 몸이 힘드니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혼자만의 생각이 길어진 것인지 길게 호흡을 하는 사츠키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늘 따뜻했던 손이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지니 더 꽉 잡았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고민이 된다.

 

“아가야. 엄마와 아빠는 널 기다리고 있어.”

“치아키씨, 살짝 움직였어요. 치아키씨의 말에 대답하는 것 같아요!”

“진짜? 사츠키 나 배 위로 손 얹어봐도 될까?”

 

사츠키는 치아키의 머뭇거리던 손을 잡아 제 배 위에 얹어주었다. 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배에서 낯선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낯선 움직임마저 사랑스러웠고 너무나 기뻤다. 치아키는 사츠키의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간지러운 듯 사츠키의 웃음소리와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러다 자세가 불편한 듯 느릿느릿 움직이는 행동에 치아키는 바로 부축을 해준다. 힘들어하는 얼굴을 보면서 최대한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사츠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심심해? 책을 읽어줄까? 차 끌고 바람 쐬러 갈까? 아까 빨래 널면서 밖에 봤는데 꽃이 예쁘게 폈더라. 어… 어떤 꽃인진 모르겠지만.”

“저 나가고 싶은데 치아키씨가 힘들 거에요.”

“그런 걸 왜 신경을 써. 사츠키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그럼 일단 옷부터 따뜻하게 입고. 나가서 먹고 올까? 누나가 사츠키 먹고 싶은 거 사주라고 돈 보내줬는데.”

“저는 치아키씨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좋아요.”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는 사츠키를 보고 치아키 역시 활짝 웃었다. 행복해. 치아키의 한마디에 사츠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치아키가 해주는 대로 다 받은 사츠키는 과거, 학생 시절 제 외모를 신경을 쓰던 치아키가 헝클리던 모습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민 모습을 보고는 손을 뻗어 머리카락과 옷을 제대로 정리해준다.

 

“치아키씨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요.”

“나도 사츠키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우리 둘이서… 아니 셋이서 함께 잘 지내보자.”

 

배 때문에 발이 보이지 않는 사츠키를 위해 치아키는 신발을 꺼내 신겨주곤 몸을 일으키며 사츠키의 집을 들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정리한 머리카락이 살랑거린다. 밖으로 보이는 빌라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산책을 더 기대하게 하였다.

 

“날씨가 정말 좋다.”

“네, 정말로 봄이네요.”

 

다시 내미는 손에 사츠키는 치아키의 손을 꼭 잡았다. 제 허리 위에 올리는 손에 치아키는 마치 춤을 추는듯한 자세가 되었지만 둘은 서로를 보면서 웃으며 사츠키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알 수 없는 꽃과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을 기대하면서 둘은 빌라를 나선다.

Written by 류아키★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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