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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기저귀 갈 줄 알아?“

"음, 일단 해봐야지. 미즈! 후타! 정신없으니까 뛰어다니지마!“

조그만 아기를 내려다보며 난감해하던 코이치가 거실을 뛰어다니는 동생들에 소리쳤다. 형의 말에 멈칫 서던 미즈우미와 후타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아기에게로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아기의 얼굴에 갸웃거리던 둘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기 울어?“

"안 울어! 그리고 그런 말 하지마! 불안하다고!“

"형, 형 소리에 더 울겠어. 좀 조용히.“

"일단 기저귀는 내가 갈 테니까, 코지 넌 엄마, 아빠에게 전화ㅎ.....아, 하고 있구나.“

이미 수화기를 들고 수신음을 듣고 있는 코지에 머쓱해진 코이치는 아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기 기저귀는 전에 한 번 갈아보기는 했지만 그건 지금과 다른 상황이었다.

'똥기저귀는 갈아본 적이 없는데.......‘

난감한 얼굴로 가만 내려다보던 코이치는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전에 엄마가 가시던 걸 떠올리며 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미즈우미와 후타는 옆에서 종달새마냥 조잘조잘댔다.

"형, 기저기 갈 줄 알아?“

"우와, 대단하다!“

"미즈, 후타. 조금만 조용히. 비나짱이 우는 건 싫지?“

코이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 모습에 조용히 웃은 코이치는 기저귀 갈기를 끝마쳤다. 부모님께 전화를 건 코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고개를 돌리니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진짜? 물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을 지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하며 다가오는 코지가 생긴 건 아빠랑 똑 닮았지만 성격은 도대체 누구를 닮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조용하던 아기가 다시 울음을 터트리자 코이치는 다시 당황했다. 분명 기저귀를 갈아줬는데 왜 울지. 뭐가 문제야. 울 듯한 얼굴을 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기를 안아 올려 토닥이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였다. 그럼에도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속상해져오기 시작했다.

"형, 울지마. 그냥 배가 고픈 거야.“

"어? 배가 고픈 거야?“

코이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코지가 아기가 우는 경우는 아프거나, 기저귀가 불편하거나, 졸리거나, 배가 고파서야. 덤덤하게 말하는 코지에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코이치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코지가 갸웃거리며 물었다.

"넌 대체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가져오는 거야?“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

"그걸 왜 검색하는데?“

"그냥.“

"그냥?“

"응.“

대체 쟤는 누굴 닮은 걸까. 사소한 의문은 그냥 집어넣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잠깐 누군가가 떠오르는데. 생각하던 찰나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다시 당황하려는 코이치에게 어느새 타고 온 건지 분유가 든 젖병을 들고서 팔을 내밀었다.

"비나리 이리 줘.“

"먹일 줄 알아?“

"엄마가 먹이는 거 봤어.“

"보기만 한 거잖아?“

"한 번 보면 당연히 따라할 수 있는 거잖아?“

뭘 당연한 걸 묻냐는 얼굴에 코이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당연한 거던가. 멍하니 생각하던 코이치에게서 어느새 비나리를 데려오곤 애기구덕(제주에서 아기를 눕혀 재우는 요람, 바운서와 비슷)에 눕혀 젖병을 물렸다. 능숙한 그 모습에 애가 정말 8살이 맞는 건가 의심스러웠다. 그 옆에 쪼그려 앉아 분유를 먹고 있는 비나리를 뚫어져라 봤다. 조그마했다. 손도 발도 자신보다 몇 배나 작은 몸집에 언제 봐도 놀라웠다. 밑으로 동생이 3명이 더 있지만 비나리가 막 태어났을 때에는 4형제 모두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몰라 제자리에 서서 굳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엄마가 웃음을 애써 참으며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라도 될 거냐며, 와서 만져보라는 말을 해서야 겨우 움직여 다가갔었다. 그 땐 정말 엄청 조그마했는데.

"있지, 코지.“

"왜?“

"아기는 진짜 신기하다, 그치?“

"......응......신기해.“

코지의 대답에 코이치가 씩 웃었다.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자 코지가 뭐하는 거야, 퉁명하게 물었다. 응, 이제야 8살다워서! 실실 웃으며 말하는 코이치에 코지가 비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형도 겨우 9살이거든?“

"너보다 한 살 많거든?“

"형, 유치해.“

"헤헹!“

어떠냐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형을 보며 코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긴 건 엄마인데 성격은 어떻게 아빠랑 저렇게나 닮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큰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데 저 형은. 말없이 고개를 저은 코지는 빈 젖병을 확인하고서 아기의 입에서 젖병을 뺐다. 만족스럽게 먹었는지 다시 새근새근 자는 아기를 보며 뿌듯한 듯 약간 상기된 얼굴로 살짝 미소지었다.

"엄마 왔다.“

"파파도 등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부모님이 들어오자 코이치가 아기가 깨지 않을 정도로만 조용히 달려가 엄마에게 안겼다.

"비나리 잘 보고 있었어?“

"응! 코지가 맘마도 먹였어, 그리고 난 기저귀 갈았어!“

"이치짱, 지-짱 굉장하잖아!“

"어서오세요. 그리고 아빠 시끄러워. 비나리 깨.“

코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조용히 웃던 호아가 겨우 진정하고 코지와 코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하네, 미안해. 너희들에게만 맡기고 가서. 미즈우미랑 후타는?“

호아의 질문에 코이치가 손가락으로 뒷편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더니 애기구덕 주변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쌍둥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저런데서 자면 어쩐대. 서둘러 신발을 마저 벗던 호아를 지나친 레이지가 쌍둥이를 조심히 안아들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엄마, 엄마, 아빠가 미즈랑 후타를 한 번에 들어 안았어! 아빠 힘세다!“

코이치가 놀란 표정을 짓고선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저도 모르게 코이치를 꼭 안아버렸다. 엄마? 영문을 모르겠다는 코이치에 호아가 너무 귀여워서 엄마도 모르게 안아버렸다고 말했다. 가만히 시선을 내리던 코이치가 다시 고개를 들고선 헤헤, 웃었다.

"엄마.“

자신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부르는 코지를 본 호아가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

"코지도 너무 귀여워서 엄마도 모르게 뽀뽀해버렸네?“

아무런 반응도 없는 코지에 어라, 이게 아닌 건가. 당황하던 호아는 이내 살짝 붉어지며 살짝 웃는 코지의 모습에 다행이라며 대체 이런 귀여운 애들이 어떻게 자신에게서 태어났는지 생각했다.

"자, 코이치도 코지도 얼른 씻고 들어가서 자자. 비나리 돌보느라 고생 많았어. 고마워.“

"안녕히 주무세요.“

90도로 인사한 두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호아는 별안간 나타난 레이지가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미즈우미랑 후타는 방에 데려다 눕힌 거야?“

"레이지는?“

"뭐?“

"레이짱한테는?“

"그럴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아?“

"레이짱도.“

끝이 없을 듯한 모습에 한숨을 내쉰 호아가 네, 레이지 어린이. 오늘도 참 고생 많았습니다. 조그맣게 말하며 레이지의 뺨에 살짝 입 맞추려다 고개를 돌려 입술이 맞닿아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약았어. 코이치가 이런 점은 닮지 말아야 할 텐데."

Written by 송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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