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의 왕자님 All Star 미카제 아이 루트 네타 있습니다.
엄마라고 처음 불렀을 때,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아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나는 쑥스러웠다. 아빠라고 처음 불렀을 때,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마는 안아주었고 나는 웃었다.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선생님이 엄마와 아빠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을 때 나는 당당하게 두 사람을 내 엄마와 아빠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데리러 와준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집에서 전해들은 아빠는 안아주었고 그때 나는 행복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공책을 내려다보았다. 연필 끝을 이빨로 씹었다가 입을 크게 벌렸다. 아빠가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석탄이었던가 하는 것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연필을 주먹에 꼭 쥐고 먼저 공책 맨 위에 제목을 적었다. ‘사랑’이라고 쓰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들은 역시 엄마와 아빠였다. 엄마와 아빠는 항상 같이 있다. 같은 반 유우키가 말하길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같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 집에 오고 2년 동안 엄마와 아빠가 일 외에 따로 떨어져 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었다. 내 기억에서는 그런 모습은 낯설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친엄마와 친아빠는 싸워서 헤어졌다고 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아주 어린 나를 두고 친엄마가 나가자 친아빠는 나를 고아원 앞에 편지와 함께 버렸단다. 6살 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친엄마와 친아빠에게 나와 가족은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게 가족이라는 것의 형태인 줄 알았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들이었다. 8살 때 처음 만난 엄마와 아빠는 나를 위해 두 달 동안 고아원을 계속 찾아왔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마와 아빠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나와 마주하고 내 눈을 똑바로 봐주는 두 사람이 좋았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는 ‘사랑’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적는 것이었다. 나는 공책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엄마는 소파 앞에 내려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엄마!”
“응, 사랑아.”
“나 숙제하는데 엄마랑 아빠에 대해 적을 거예요!”
“그래요? 뭘 적을 건데요?”
나는 얼른 엄마 옆으로 가서 앉았다. 엄마는 몸을 기울여서 내 공책을 보았다. 책상 위에 활짝 펼쳐서 보여주자 엄마가 웃었다.
“사랑에 대해 써야 하는 것 아니에요?”
“선생님이요, 사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 써오랬어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에 대해 쓰려고요?”
“네! 엄마랑 아빠를 많이많이 사랑하니까요!”
나는 공책을 손으로 치면서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웃고 있었지만 동시에 울고 있었다.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마가 나를 끌어안았다.
“엄마, 왜 울어요?”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내가 엄마랑 아빠를 많이 사랑하는 게 기뻐요?”
“응, 당연하죠. 난 아이랑 우리 사랑이 많이 사랑하니까요.”
나는 눈을 많이 깜박였다. 가슴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왔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꾹 감고 눈물을 참았다. 나를 놓아주고 손으로 눈물을 닦는 엄마를 보며 웃었다.
“나 숙제 물어볼 거 있어요!”
“뭔데?”
“엄마랑 아빠는 서로 사랑하는 거 맞죠?”
“응, 그렇지?”
“엄마랑 아빠는 계속 같이 있을 거죠?”
“당연하지.”
“그럼 사랑하는 거 맞죠?”
“물론이지.”
“그럼 엄마랑 아빠는 사랑하면 뭐 해요?”
“응?”
“유우키가 그랬는데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뽀뽀도 하고 요렇게 끌어안고 그런다고 했어요! 엄마랑 아빠도 그런 건 하니까 그 외에 하는 거 있어요?”
“신체적 접촉 외에 하는 것 말하는 거네?”
엄마가 어려운 말을 해서 나는 눈을 깜박였지만 곧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생각할 때 항상 하는 것처럼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신체적 접촉’이라는 말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숙제가 먼저였다. 숙제 다 끝내고 물어봐야지! 속으로 다짐하고 있을 때 엄마가 말했다.
“함께 손잡고 산책하기.”
“그리고?”
“매일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또?”
“좋아한다고 말하기.”
“더 있어요?”
“서로 곤란할 때 도와주고 아플 때 옆에 있어주기.”
나는 엄마가 하는 말을 계속 받아 적었다. 쓰는 단어가 틀리면 엄마가 지적해주었다. 아직 한자를 쓰는 것은 서툴러서 히라가나로 꼬박꼬박 적었다. 내가 거의 다 썼을 때 엄마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이름 부르기도 있어요.”
“이름 부르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나도 학교에서 꼬박꼬박 말하고 친구들도 불러줘요! 아이라고요. 선생님도 출석 부를 때 제대로 말해준다고요? 미카제 아이(美風愛)라고요!”
“그거랑은 조금 달라요.”
“왜요?”
“우리 사랑이도 친구를 부를 때랑 엄마랑 아빠를 부를 때 다르지 않아요? 엄마랑 아빠는 서로를 사랑하고 같이 계속 있고 싶고 서로가 이름을 꼭 불러줬으면 하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내가 입술을 비죽 내밀자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이가 조금 더 크면 알게 될 거예요. 나는 그게 언제인지 물었지만 엄마는 시간이 많이 지나야할 거라고 말해줄 뿐이었다. 나는 비죽 내민 입술을 안쪽으로 말았다가 다시 입술을 내밀었다.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안 가르쳐주다니 치사해요!”
“그래요, 엄마는 치사한 어른이란다.”
“히잉, 너무해요.”
“조금만 기다리면 알 수 있어요. 지금 조금만 참아요.”
“알았어요.”
나는 다시 연필을 잡았다. 엄마가 연필을 보고 또 연필을 씹었냐고 물었고 나는 얼른 공책에 엄마가 말한 내용을 적었다. 사랑이라고 하면 저는 엄마랑 아빠가 생각납니다. 저희 엄마랑 아빠는 서로 사랑합니다. 항상 같이 있고 같이 손 잡고 산책합니다.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런 엄마랑 아빠가 너무 좋습니다. 엄마는 내가 쓰는 것을 보고 웃었다. 잘 썼다는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공책을 덮고 그 위에 연필을 올려두었다.
“그대로 두면 아이가 보게 될 텐데? 아이한테 연필 씹었다고 혼날 거예요.”
“조금 있다가 치울 거예요!”
“그래요? 그럼 지금은 왜 안 치우는 거예요?”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궁금한가요?”
“신체적 접촉이란 게 뭐예요?”
“응?”
“엄마가 아까 말했잖아요!”
“어, 그게요.”
엄마가 위로 턱을 들었다. 나는 이것이 도망치기 전의 행동이란 걸 잘 알았다. 얼른 엄마의 팔을 양손으로 잡았다. 말해줘요! 볼을 크게 부풀리자 엄마의 입꼬리가 어색하게 올라갔다. 나는 절대 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