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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리스 드림

*캐해석 주의

*설정 날조 주의

*급전개 급마무리주의

 

마법 같은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에서 새삼스럽게 마법 같은 일이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결혼을 한 것은 더욱 아니고 둘 사이에 관계는 그저 동료 관계였다.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둘을 섞여놓은 듯한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금은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어디에서 온 아이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이가 제 부모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그녀와 크라우스가 있었다. 그녀는 예전, 동료가 본인도 모르는 딸을 데려오게 되어 매우 난감했던 동료의 마음이 몇 년에 지난 지금에서야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된다. 직접 겪어보니 더 난감하고 지금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과 눈만 마주치면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버리는 아이의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 아이를 일단 그 둘의 아들이 맞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는 이어져야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 일의 원인을 찾는 것이 빠르니까.

철컥. 문이 열리고 다른 임무를 마치고 들어온 재프와 레오나르도, 제드가 분위기를 읽지 못해 당황해하는 얼굴을 본 스티븐은 바로 정리한 내용을 말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상황을 떠올린다면 임무전, 둘은 길을 가다가 골목길에 세워진 깨끗한 전신거울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정말 깨끗한 전신거울. 둘은 뭔가에 홀리듯 그곳으로 다가섰다. 조금 시간이 흘러 임무 도중 아까 자신이 왔던 골목길 쪽으로 몸을 피한 그녀는 거울 앞에 서 있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아이가 서 있는 걸까.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기에 아이에게 말을 걸려 다가갔다. 그녀를 뒤따라온 적이 아이 쪽으로 공격하려니 그녀가 몸을 던져 그 아이를 겨우 구해냈다.

크라우스가 뒤따라 그곳으로 와 적을 쓰러뜨리고 난 뒤 아이를 안은 체 몸을 일으키는 그녀를 살폈다. 품에 있던 아이가 중얼거림에 그녀 본인도 바로 옆에 있던 크라우스도 몸이 순간 굳어졌다. 울먹이며 같은 단어를 중얼중얼하는 아이의 목소리와 그 둘 사이에서 들려온 무전기에서는 임무 완료라는 스티븐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닮긴 닮았는데.”

“일단 본인이 맞다고 하니 지금 이 시점에선 믿을 수밖에 없지.”

“분명 몇 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죠? 그때는 재프씨였지만요.”

 

레오나르도의 말에 재프쪽으로 돌아간 고개는 다시 크라우스와 그녀 쪽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스티븐과 눈이 마주쳐 몸을 숨기려 크라우스의 뒤쪽으로 숨어있는 아이 쪽으로. 그와 같은 녹색의 눈동자와 붉은색의 머리카락. 외모는 그녀와 닮아 있었다. 자신 쪽으로 쏠리는 시선에 아이가 크라우스의 셔츠를 붙잡았다. 아이의 손에서 구겨지는 제 셔츠를 본 크라우스는 아이를 앞쪽으로 바로 세운 뒤 품에 안았다.

제 목을 꼭 끌어안는 아이가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아이를 보고 웃자 아이 역시 활짝 웃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골목길에 있던 전신거울이 원인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그걸 찾아봤지. 없었어. 전신거울이. 그 골목길 근처 가게에도 물어봤지만 애초에 전신거울 따윈 없었다고 하더라고.”

“원래 없었다니…….”

“아이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답만 할 뿐이고.”

 

대화가 진전되지 않자 다시 아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이는 어느새 그녀의 품에 안겨 그녀의 펜과 메모장을 이용해 낙서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지금보다 더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없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숨 소리에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원인을 찾을 때까지. 두 사람이 맡아줬으면 하는데 괜찮지?”

“그게 무슨…”

“두 사람의 아이잖아.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편히 쉴 수 있게 장소 정도는 마련해줄 수도 있어. 저번 때처럼. 아이도 낯선 우리보단 두 사람과 함께하길 원하는 것 같고.”

 

스티븐이 아이를 보며 웃었다. 아이가 다시 그녀의 품 안으로 숨어들었다. 봤지? 스티븐의 말에 그녀는 아이를 쳐다봤다. 작은 두 손이 제 옷을 붙잡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있던 메모장과 펜을 챙겨 가방에 넣은 뒤 가방을 메고 아이를 품에 안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요, 아이는 저의 집으로 데려갈 거니까. 펜을 사용할 수 없자 그녀는 텔레파시로 대답했다.

 

 

 

아이가 그녀의 집으로 오고 나서 크라우스가 그녀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함께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두 사람에겐 급한 일이 아니라면 가능한 아이와 함께 있게 배려를 해준 동료들 덕분에 두 사람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기본이 애매했다. 그녀가 좋아했던 사람과 자신의 아이를 둘이서 키운다. 정말 둘의 아이가 아닌…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눈앞에 있는 아이가, 자신과 함께 아이를 봐주던 크라우스가 걱정해오는 게 보였다. 이 순간 만큼은 진짜 내 아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잡았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그녀는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그는 그녀를 좋은 동료로서 봐왔으니까. 조금은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혼자만의 마음을 안고 지내기로 했다.

아이가 해달라는 건 뭐든지 해줬다. 원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사주고 음식 놀이, 장소, 옷 등 아이가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니 해줄 건 다 해줬다. 아이에게 좋은 기억만이 남기를.

 

 

 

“그렇게 있으니 진짜 가족이네.”

 

아이와 함께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안개가 낀 하늘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인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아이의 옆에서 엎드려있다가 스티븐을 발견하고는 꼬리를 흔들며 짖는다. 하하하. 소리 내 웃는 스티븐은 그 옆에 앉는다. 둘이 동시에 스티븐을 쳐다보다 부담스러웠는지 시선을 그녀의 반려견 쪽으로 옮긴다.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 전신거울이라는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군. 나도 그 골목길을 직접 가서 확인했었는데 전신거울은커녕 거울 조각마저 찾을 수 없었어. 마치 마법처럼.”

“정말 마법일 수도 있었군.”

“뭐?”

[다른 사람들은 못 보고 우리 둘만 볼 수 있었던 무엇이…….]

 

진지하게 생각하는 둘을 보다 스티븐은 손등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저만 보면 피하던 아이가 손을 만지며 웃는다. 그 일주일이라는 사이에 이 둘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걸까.

스티븐은 기쁘면서도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아이가 자신에게 보이는 반응은 기쁘지만 다른 기분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었다. 자신이 한 말이니까. 그 상황에선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스티븐은 괜히 아이의 손가락을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일단 상황을 보고 연락을 할 테니까 좀 더 아이와 지내봐.”

“스티븐.”

 

크라우스가 스티븐의 이름을 부른 순간, 그걸 방해하듯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스티븐은 제 폰을 꺼냈다. 크라우스에게 손바닥으로 보이며 확인했다. 레오나르도의 연락이었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받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스티븐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던 크라우스와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레오나르도의 말을 들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알겠다고 대답한 뒤 통화를 마친다.

 

“미안한데 두사람, 아니 이 아이까지 함께 이동하겠어?”

[설마…]

“응. 소년이 그 전신거울을 발견했다더군.”

 

그녀는 반려견의 몸줄을 채우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크라우스가 정리를 마치고 짐을 챙겨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스티븐이 가리키는 쪽엔 차와 함께 길베르트가 서 있었다. 차를 타고 얼마 안 가 멈췄다. 이렇게 가까웠던가. 도착한 그곳은 저번에 전신거울이 있던 곳과 같았다. 그곳엔 레오나르도와 전신거울이 있었다. 레오나르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깨 위에 앉아있던 소닉이 그녀의 머리 위쪽으로 뛰어 넘어가 아이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장난치는 소닉을 바라보다 그녀는 아이를 내려놓고 레오나르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 전신거울 맞죠?”

‘맞아요.’

“저번과는 다르게 거울이 깨져있군.”

“그런가요?”

 

장난치다가 도망치는 소닉을 쫓아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셋이서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 동안 스티븐은 한마디도 없이 셋을 이야기를 집중되지 않고 아이의 웃음소리만이 들려왔다.

셋의 말에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내용물이 없는 빈 캔을 밟고 몸이 기우뚱 뒤로 넘어갔다. 대화를 나누던 셋이 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중에 둘이 빠르게 아이 쪽으로 달려가 넘어지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안도의 숨을 뱉는 두 사람에게 레오나르도는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갑자기 거울의 조각이 늘어났어요!”

 

크라우스와 그녀가 같은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아이를 데리고 레오나르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째서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 하자 스티븐은 중간에 끼어들기로 했다.

 

“나를 놀리는 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스티븐?”

“그 전선 거울이라는 게 어디 있다는 거야?”

‘네? 여기에…. 아. 혹시.’

“아무래도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선 나만 안 보이는 것 같네.”

 

아무래도 진행이 될 것 같지 않아 레오나르도는 제 눈을 이용해 스티븐에게도 거울을 보여줬다. 오. 작게 감탄사를 내뱉던 그는 고맙다며 레오나르도에게 말했다.

 

“거울 조각이 늘어났다고 했지?”

“네. 선배와 크라우스씨가 아이가 넘어지려는 걸 붙잡았을 때요.”

“그렇다는 건. 역시 아이와 이 전선 거울이 관련되어있다는 거겠지.”

“특정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전신거울이라. 그 거울을 본 두 사람이 후, 두 사람을 닮은 아이가 나타났다. 전신거울은 이유도 모른 채 깨져있었는데 두 사람이 아이를 구하면서 거울 조각이 늘어났다.”

“우리가 아이에게 잘해줄수록 거울 조각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되겠군.”

“그렇겠지.”

 

스티븐의 대답에 아이와 깨진 전신 거울을 번갈아 가며 봤다. 이번 일은 오랜 시간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었다. 좀 더 아이와 함께… 일단 거울은 레오나르도에게 맡기고 피곤해하는 아이를 품에 안은 크라우스를 보고 그녀는 레오나르도에게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데려다준다는 길베르트의 말에 괜찮다며 거절하고 짐을 받고 그녀의 반려견을 데려왔다. 함께 집으로 가는 길, 텔레파시를 많이 한 탓에 두통이 느껴졌다. 콧속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이니 바닥엔 뚝뚝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자고 있던 아이를 품에 안은 체 걷던 크라우스는 제 옆에 그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에게 어색함을 느꼈던 건 그것이었다. 코피가 나지 않던 게 이상했다.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항상 텔레파시를 썼다. 평소에 함께 일하면서는 필담을 했기에 코피가 나는 건 드문 일이었지만 그것을 생각했기 때문인지 깜박하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아이와 자신 몰래 피가 멎을 때까지 쉬었을 테니. 크라우스는 자신과 함께하면서 잠깐 피곤하다며 혼자 방에 있었던 그녀를 떠올렸다. 손수건을 주머니에서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코를 붙잡고 있던 그녀가 크라우스의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함께 아이를 돌보기로 했으니까 힘들 땐 몰래 쉬지 말고 내게 말해주게.”

‘…응. 미안해요.’

“미안하긴.”

 

짧게 대답하고는 더는 크라우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텔레파시를 쓴다면 두통과 동반하는 코피가 멎질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손수건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본 크라우스는 그녀의 어깨 쪽으로 손을 뻗어 두어 번 토닥여준다. 그 토닥임에 그녀는 작은 위로를 받으며 크라우스 쪽으로 몸을 기댄다. 품에서 잠이든 아이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제법 괜찮은 소리가. 에취. 기침 소리에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바로 아이를 살폈다. 추운 것인지 몸을 웅크리고 있자 아이의 겉옷을 덮어주었다.

 

“빨리 가서 쉬어야겠네. 움직일 수 있겠나.”

‘네, 빨리 가요.’

 

그녀가 손수건을 계속 막은 체로 먼저 앞서 걸었다. 멈춰 서기 전보다 더 빠르게 걷자 크라우스 역시 빠르게 걸어 그녀의 옆을 따랐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자. 둘의 판단은 그랬다. 입을 잘 열진 않아도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행동했다. 매일매일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 둘 역시 웃는 날이 많아졌다. 자주 그녀의 집으로 놀러 온 레오나르도가 거울의 상태를 이야기해주거나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도 했다. 다른 동료들도 가끔 들이거나 연락해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너무 아이를 오냐오냐 키우는 걸까 싶어도 금방 아이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너무 좋은 일만 시킨 것도 아니었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기본적인 것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투정을 부렸지만, 후엔 더한 칭찬으로 아이를 사랑해주었다. 긴 분장은 아니어도 단어를 하나씩 알려주는 즐거움도 있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요리를 셋이 함께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텔레파시 때문에 머리가 아픈 그녀를 위해 함께 쉬는 여유로움을,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으며 벽에 장식을 하는 것까지 단순한 일이라도 셋이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레오나르도가 크라우스에게 보내는 연락을 기다리던 때에서 이제는 연락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저만의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전신거울과 그 아이가 관련이 된다는 게 확실하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와 함께 셋이서. 그 행복이 점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그렇다고 제 욕심 때문에 아이를 제 옆에만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저만의 나쁜 마음을 안고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연락이 없던 레오나르도에게서 연락이 왔다. 두 사람은 아이를 안고 전신거울이 있던 곳으로 뛰어갔다. 차를 탄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급하게 행동했다. 골목길 입구가 보이자 그녀는 걸음을 멈춰 섰다. 가고 싶지 않아. 하지만 가야 했다. 무슨 일이 있냐는 크라우스의 말에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크라우스를 따라 느릿하게 걸어 들어갔다.

전신 거울이 처음과 같아졌다. 그걸 본 둘의 표정은 미묘했고 서로 달랐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미묘함이었다. 크라우스의 옷을 잡아당기는 행동에 그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가 전신거울 앞으로 걸어가 손을 대자 전신거울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마법 같은 일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사라지는 전신거울을 보면서 두 사람은 동시에 아이 쪽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아이 역시 전신거울처럼 몸에서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제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자 당황한 두 사람이 빠르게 아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크라우스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두 손을 모아 크라우스와 그녀가 손을 잡게 해줬다. 평소엔 입을 잘 열지 않던 아이였는데 마지막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 손, 잡아. 이거 보고 싶었어. 한 번도 본 적 없어.”

 

아이의 말에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아이를 품에 안아주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를 품에 안는 것 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떠오르는 말은 많았지만, 그것이 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고민이 조금 길어지자 크라우스가 그녀의 손을 힘을 주어 잡았다.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드니 아이가 반쯤 빛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지만 입 모양으론 뭔가 중얼거렸다. 크라우스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진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아이에게 잘 전달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가 그녀에게 고개를 들었다. 고맙습니다. 웃으면서 아이는 사라졌다.

 

“괜찮은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우스는 그녀의 손을 깍지를 껴 잡았다. 작은 손가락이 제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간지럽히는 것 같다. 이어지지 않는 대화에 크라우스가 한마디를 덧붙었다. 그녀가 놀라 고개를 획 돌리고 크라우스는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 놀란 표정이 풀리며 곧 웃음으로 바뀐다.

또 만나자. 아이를 보며 그녀는 또 한 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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