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Fate/Grand oder의 트리스탄 드림입니다. 원작이 아닌 현대if의 내용으로 글을 썼으니 주의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트리스탄은 꽤나 많은 노력을 해왔다. 리스와 사귀기 위해 하루에 한 번 건넨 고백과 청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한 리스를 어떻게 해야 잘 보살피고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실천까지 아주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했다. 연애 도중에도 크게 싸운 적은 없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시기까지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리스가 아이를 가지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성격에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넘어갔다.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은 고생을 했다. 리스가 아이를 낳는 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도중 긴장을 해서인지 다리를 너무 많이 떨어 함께 있던 베디비어에게 다리 좀 그만 떨라며 구박을 받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애정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트리스탄의 신조는 "리스는 잘못 같은 거 안 해."였다. 실제로 쓰이면 위험한 신조지만 트리스탄은 나름 이것을 신조라고 내놓으며 꿋꿋하게 잘 살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리 노력하고 사랑하는 트리스탄에게도 넘을 수 없는 고난은 있는 법이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트리스탄은 아이를 낳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마친 리스를 위해 자신이 육아, 가사 일을 오로지 다 할 예정이었다. 변수는 딱 하나였다. 자신이 육아를 너무 못하는 것도, 가사 일을 너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나눠서 사이좋게 하고 있는 가사 일이었기에 못할 리도 없었고 육아는 사전에 잔뜩 공부를 해놓았다. 문제라고 한다면 딱 하나.

 

 이덤이 트리스탄을 너무나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

 

 이덤이 태어난 지 막 되었을 때, 트리스탄은 자식을 가지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좋다며 자식을 안고 어화둥둥 귀엽다, 귀엽다를 연신 반복했다. 아이는 변덕스러웠기에 자신이 안으면 우는 것도 그저 변덕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안고 있을 때,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함께 울만큼 빽빽 울어대던 아이가 제 아내이자 어미인 리스의 품에 안기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얌전해지는 모습을 보며 트리스탄은 깨달았다. 이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아비인데 자식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트리스탄은 몇 번이고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을 있는 채로 짓밟아서 없앤 것인 제 자식인 이덤이었다. 이덤이 태어나 현재 나이인 8살까지 크는 과정에서 트리스탄이 시도한 노력을 방대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리스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왜 이덤은 트리스탄을 싫어할까."라고 할 정도로 끝없는 노력을 반복했다.

 

 "물어보면 되잖아. 이덤도 이제 컸고, 전처럼 물어봐도 '바으야' 라고 대답하는 나이가 아닌 걸."이라고 리스가 말했고 그 말은 타당성이 있었다. 이덤은 8살인 나이치고 인격적으로는 어른스러웠다. 아빠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보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부모님으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른 해답이지만 트리스탄은 그럴 용기도 없었다.

 "미움 받는 건 싫어서…….", 트리스탄의 나약한 말에 리스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트리스탄을 보며 말했다.

 

 "이유도 모르는 채로 미움 받는 것보다는 이유를 알고 있는 상태로 미움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리스의 악의 하나 없는 순수한 진실에 트리스탄은 돌아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스를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며 미워하기에는 리스의 말은 100% 사실에 트리스탄이 그랬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덤은 아빠를 싫어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빠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슬펐던 트리스탄은 란슬롯과 베디비어를 붙잡고 3시간 동안 똑같은 말을 반복할 정도였지만 이덤에게 대놓고 물어보는 짓은 술에 취했어도 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6시간 술을 때려 박아 마셔도 이덤의 앞에 서면 멀쩡할 정도였다. 그런 트리스탄이 이덤에게 맨정신으로 "아빠를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의 사랑하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리스가 말해도 무리일 정도였다.

 

 "애매하면 더 힘들잖아. 이덤한테도, 당신한테도."

 "……미움 받는다면 전…, 아아, 죽고 싶어질 지도 몰라……. 나는 슬프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우울함의 극을 달성한 트리스탄을 위해 리스는 트리스탄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며 상냥하게 웃었다. 곱게 휘어진 눈 꼬리와 다물어진 입이 다정하게 웃으며 고운 목소리를 내뱉으며 트리스탄을 바라보았다.

 

 "이덤한테 물어볼 때까지 각방이야."

 

 죽음의 선고와도 같은 말이었다.

 

 *

 

 트리스탄과 리스가 각방을 쓴지 어연 이주일이 지났다. 리스는 아직도 이덤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한 트리스탄의 나약함에 웃으면서 트리스탄의 등을 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각방은 싫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엉엉 울면서 각방만은 부디 양해를 구해달라고 하는 그 시간에 용기를 더 가지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트리스탄에게 대놓고 압박은 할 수 없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리스에게 이덤이 문을 거칠게 열며 나타난 것은 딱 삼주 될 때였다.

 

 "짜증나!!"

 "그래, 그래, 엄마도 뭐가 짜증나는지 알 것 같아. 아빠가 짜증나지?"

 "아는데 왜 안 말려!"

 "각방이라는 말까지 썼는데 지금 와서 되돌리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해!"

 "그런데다가 자존심 세우지 마!!"

 

 리스가 침대 옆을 톡톡 치며 앉으라고 하자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 내며 침대에 털썩 앉은 이덤은 리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찌푸려진 인상을 푸려고 온갖 고생은 다 하려고 했다. 겨우 만년 달고 다니는 인상을 풀고 평온한 얼굴로 돌아간 이덤을 보며 리스는 이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매일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성격이 나쁜 것도 유전은 아닐 터인데…. 개인의 차이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리스는 이덤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트리스탄은 죽어도 이덤에게 이유를 묻지 못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심술 맞게 왜 그렇게 강요했냐고 묻는다면 리스는 자식과 부모 사이에 대화가 없으면 그건 무관심이고 방치와 같다고 대답할 것이었다. 트리스탄은 자기 나름대로 이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보는 리스 입장이나 이덤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부족한 것이 대화였다. 딱히 이덤과 사이가 좋아지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름의 대화는 나누기를 바랐는데….

 

 "이덤은 아빠가 싫어?"

 "아니."

 "그럼 아빠랑 대화를 안 하는 이유는 아빠가 말을 안 걸어와서야?"

 "응. 내가 먼저 말 거는 것도 이제 지쳤거든."

 

 암, 그렇고 말고. 아빠가 나빴지. 오랜만에 얌전한 고양이를 쓰다듬는 기분으로 이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 이덤이 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뭐, 아빠 얼굴이 재수 없어서 싫어하는 것도 있어."

 "………."

 

 리스는 차마 이덤에게 "너 눈 감으면 아빠 닮았어."라고 해줄 수 없었다. 아빠의 얼굴이 재수 없어서 싫어한다, 라는 말 또한 트리스탄에게 해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연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트리스탄에게 사실대로 전부 말해준다고 하면 충격을 받고 며칠 동안 밥도 안 먹으려고 할 것이 분명했기에 말하는 것은 트리스탄이 죽을 때 쯤에 해주자, 라고 리스는 생각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