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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적절한 단어 주의

* 성관계 언급, 임신 묘사 有

 

 

 

 

 안녕하세요. 우선 제 소개를 하자면 생물학적으로도, DNA로도, 외형만 봐도 여자 입니다. 이름은 타테야마 가의 외동딸인 '타테야마 카에나' 입니다. 외모는 보통 어머니를 닮았다던데 글쎄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버지를 닮았다고 봅니다. 저희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로 바쁘셨고 항상 혼자서 무언가를 해결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서 19세가 되었던 때 였습니다. 운명인지 무언지 한 겨울에 교복을 입고, 하교하다가 '다자이 오사무' 라는 이름의 남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찌저찌하다 사귀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물었더니 22살. 저보다 3살의 연상인 아저씨 였습니다. 물론 본인은 이 호칭을 듣고 기절하려 했지만 말입니다. 다른 정보로 넘어가면 무장탐정사. 아저씨가 일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 경찰이 해결 못하는 것을 무장탐정사가 도와준다는.. 흔히 이능력 집단 이라고 주위의 소문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능력이 뭔지 모르는 저로서는 그렇구나 라는 대답만이 최선이었습니다. 다른 정보는 더이상 없습니다. 설명해줘도 제 머리로는 따라가지 못하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남들 눈에는 평범하게 사귀었을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니었지만요. 사귄지 겨우 100일 정도 였을까, 그때 되서 한참 입시로 바빴던 제게 결혼을 전제로 계속 사귀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대답을 무어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제 눈에 비친 그리 여유넘치던 얼굴이 붉게 변했었고, 목소리 또한 약간의 떨림이 있었기에. 아, 진심이구나 생각하면서 저 또한 진지하게 대답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남자친구. 심지어 그는 첫 남자친구 였습니다. 사랑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끔 보여주는 배려심 넘치는 행동, 미소, 손짓은 제게 호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단 저도 생물학적으론 여자니까요. 기억하는 19세의 달콤한 추억은 여기까지 입니다.

 

22세가 되고 저는, 25세의 남자친구와 동거를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도 제대로 이야기는 해두었습니다. 쉽게 허락하진 않으셨지만 어느 정도는 저도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아저씨가 제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안심하셨는지 허락해주셨습니다. 지금은 결혼 허락도 받긴 했습니다만, 제가 졸업하기 전 까지는 절대로 싫다고 미리 일러두었습니다. 아저씨도 알겠다며 그 부분은 터치하지 않았습니다. 레포트 작성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 아저씨가 치근덕거리면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합쳐져서 일방적으로 제가 화내기는 일쑤 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아저씨는 저를 보듬어주면서 미안하다는 둥, 사과의 말을 했었고 싸운 적은 없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제가 일방적으로 화낸 것 이니까요. 가끔은 아저씨 쪽에서 화낸 적도 적지않게 있습니다. 제가 밥을 제때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서 화를 낸 것 이지만요. 그렇게 평화로운 듯이 살다가 일이 터졌습니다. 졸업을 겨우 한달을 남겨두고, 아저씨가 술에 진탕 절여져서 집으로 돌아온 것 입니다. 아저씨의 친구인 '나카하라 츄야' 라는 오빠..가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은

 

 

' 내가 오늘 한 잔도 안 마셨는데, 이녀석이 먼저 취했지 뭐냐. 아마, 너 대학생이었지? 졸업 앞두고 있다니 뭐라느니 늘어놓더니 너 방해 안 하려고 많이 참았나보더라. '

 

 

속으로는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는거지 라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다음 들려온 츄야 오빠의 말로 그 생각은 싹 바뀌었습니다. 저를 생각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맞지만,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속상해서 이리 술을 마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사랑받고 있었네요. 의외로. 의외로는 아닌가요? 그리고 인사를 하고 아저씨를 옮겨서 침대 위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 후에 외투라도 벗겨야겠다 싶은 심정으로 옷에 손을 가져다대자, 제 손을 낚아채더니 순식간에 시야가 뒤바뀌었습니다. 어라. 어지러운 머리를 진정시키고 앞을 보자마자 술 때문인지 눈이 풀려있고, 거친 숨을 내쉬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직구로 말하자면 관계를 가졌습니다. 아저씨는 술 기운 탓에 기억 안 나는 듯 했지만, 방에 널부러진 옷들이며 속옷이며 말 다했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하고, 하나만 말하자면 그 이후로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평소보다 더 심하게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아저씨에게 호되게 혼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음식을 한 입 씹어 삼켰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속에서 도저히 받아줄 상황이 아니었는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에,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곧장 달렸습니다. 전부 게워내었음에도 위액이 목구멍을 타고 나와 끔찍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물론 아저씨 조차도 놀랐습니다. 등을 두드려주면서 병원에 한번 가보자고, 그리 말했고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겠다 대답하고 다음날에 아저씨가 일을 나간 틈을 이용해서 약국에 '임신 테스트' 기계 를 두개정도 사왔습니다. 하나가 불량이면 큰일나잖아요. 설명서를 읽고 똑같이 따라하자 나오는 것은.. '두 줄' 이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하나 더 뜯어서 테스트를 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아, 아.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당장이라도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내가 네 아이를 가졌어요. 그리 말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문득 왜일까 하고 그때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저로서도 제 자신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오고, 일주일 정도 더 지났었을 겁니다. 입덧은 갈수록 심해졌고, 겨우 먹을 수 있던 것은 게살 통조림. 혹은 게 뿐이었습니다. 들킬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아저씨에 저는 당시에 초조하기만 했을 겁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고, 그때 말을 했었더라면 이거저거 다 챙겨줬을 위인인데 말이죠. 바보같이 저는 어렸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주 하고도 삼일 정도 지난 후에, 침대에서 잠을 청하려 할 때 말을 꺼내었습니다.

 

 

' 나, 아저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

' 무어길래, 그리 진지한가. 말해보게나. '

 

 

2주 하고도 3일 전이었어요. 나, 아저씨의 아이를 가졌어요. 라고. 마치 오늘 아침은 계란말이에 미소국이야 라고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며 아저씨가 그러더군요. 아무튼, 아저씨는 그때 바로 저를 꼭 안아주면서 나즈막히 말했습니다. 미안하다고. 그 말에 사실은 철렁 했습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에 미안하다고 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아저씨는 미안하다는 말 후에 고맙다고.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냐면서 걱정하고 격려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마, 그때 처음으로 아저씨 앞에서 울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도 지금으로서는 블랙아웃 된 것처럼 기억나지 않네요. 기억 안 나는 척 하는게 아니고? 시끄러워요, 아저씨. 아무튼 졸업은 무사히 했습니다. 몇주만 남았었으니 숨기는건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그 이후로 몇달 더 지나서 아이 이름은 여자아이면 사나, 남자아이면 오카 라고 짓기로 했습니다. 딱히 뜻은 없습니다. 서로의 요비스테에서 한 자씩 따온 것 뿐입니다. 다자이 사나, 다자이 오카. 뭐 나쁘지 않았죠.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서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아이. 다자이 가의 장녀인 다자이 사나. 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고, 제 배도 마찬가지로 크기를 키워나갔습니다. 잘 때에도 움직일 때에도 거동이 불편해서 아저씨가 항상 도와주곤 했습니다. 일은 안 가냐고 물었더니 육아휴직? 이라는게 떨어져내려왔다고 하더군요. 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나왔을게 뻔했습니다. 아가, 너는 저런 아빠를 닮지 않도록 하렴. 뱃 속 아이에게 말을 걸자 발로 걷어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픔에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아이가 건강하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어 숨을 몰아쉬었죠. 그런 아저씨, 아니. 남편은 저와 뱃 속의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하루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귀찮은 껌 딱지였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열 달을 하루 앞두고, 새벽에 진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느낌에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남편도 따라 일어나서 왜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대답했더니 그 즉시 구급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했습니다.

 

 

" 아부.. 아우우! "

" 카에나 양, 이것 좀 보게나. 사나가 내 손을 잡았네! "

 

 

그렇네요. 예쁘게도. 아,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새었네요. 아무튼 무사히 거의 8시간 진통을 느끼고, 겨우 아이를 낳았습니다. 건강하고, 이목구비가 제 아빠를 꼭 닮은.. 머리카락 색 조차도 제 아빠를 빼닮았었습니다. 눈동자는.. 이상하게도 눈동자는 제 유전자를 받았는지 푸르스름 했었습니다. 길 거리에서 아이를 잃어버려도 금방 제 아이라는걸 알 수 있을 만큼, 남편과 저를 닮아있었습니다. 감격적이게도 아이는 저를 금방 알아본건지 막 낳아서 응애하고 우는 와중에도 제 손가락을 꼭 잡고 차근차근 울음을 그쳐가더라고요. 내가 네 엄마야. 사나. 이름을 불러주니 아이는 웃었습니다. 정말, 정말 엄마가 되었습니다. 벅차오르는 느낌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아이를 낳고 약 네달 정도 흘렀습니다. 산후 조리는 남편이 전부 해주었고, 츄야 오빠. 코요 언니. 무장탐정사의 모두도 도와주었습니다. ... 다자이랑 살아서 고생이 많으니 이정도는 우리가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말 입니다.. 아이를 안아보는 것도 서투른 탓에 어쩌지 싶었을 때에는 포트마피아의 보스인 모리 오가이, 혹은 그 간부인 오자키 코요가 돌봐주고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남편은 탐탁치 않아 했지만요. 나카하라 츄야는 제게 갖가지 음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다자이가 요리 못하니까 몸 보신이라도 시켜주겠다는 명목 이었습니다. 덕분에 남편 먹일 밥값도 덜었으니 다행이겠죠.

 

 

" 그렇지, 사나? "

" 아우! 마..마! 빠, 빠빠! "

 

 

카에나 양!! 사나가 엄마랑 아빠라고 말한거 맞지!? 역시 우리 딸 일세!! 이렇게나 똑똑하다니!! 아, 네.. 팔불출인 아빠에게 안겨서 방긋방긋 웃는 내 아이가 언제까지나 웃으면서 살아가기를 바랬다. 아이야, 너는 엄마랑 아빠가 절대로 함께 있어줄게. 네가 외롭지 않게. 그 누구보다 외로움과 공허함을 잘 아는 아빠와 익숙해져서 외롭다는 것에 무뎌진 엄마가 네게 많이 부족하겠지만 언제까지고 지켜줄게.

 

아이를 품에 안은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가면서 아이를 그리 안으면 큰일난다며 한소리를 했다. 남자는 아이를 여자에게 건네주었고, 아이는 남자의 품에 있을 때보다 여자의 품에서 더 밝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꺄르륵 거렸다. 여자는 그런 아이를 소중하고 편하게 안아주면서 따라 웃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와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안았다. 사랑해. 그 한마디가 아이와 여성의 귀에 파고들었고, 아이와 여성은 한층 더 밝게 미소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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