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기반으로 창작 스토리(창작 소재)가 들어가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신이 있을까.
절대로 없다고 사제인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자신이 그 신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 신을 사랑하진 않은 거라고. 멋대로 제 생각을 마치고 나서 제 쪽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사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오지 말라고 하면서 오이카와는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그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신이 있었다.
오이카와가 사제가 된 건 이런 신을 모시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눈앞에서 저를 보기만 하면 실실거리며 웃는 바보스러운 신이 아닌 제대로 된 신을 모시고 싶었다. 아쉽게도 신을 모시는 건 스스로 정할 수 없었기에 오이카와는 어쩔 수 없이 지내고 있었다.
왜 싫을까. 다른 사제들에겐 말을 놓으면서 저한테만 존댓말을 쓰거나 저를 존중해주는 행동에 다른 사제들에게 시선을 받는 것이 싫은 걸까 아니면 신이 아닌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려는 게 싫은 걸까.
본인도 알 수 없는 이유에 생각하려다 떠오르지 않아 더 싫어져 버린 것일지도. 왜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눈앞에 있는 타치바나 후유키라는 이름을 가진 신은 현대 신인가 하고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백 정장에 누군가 세팅해놓은 듯한 깔끔한 헤어스타일. 점잖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다른 바보스러운 행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신의 옷차림을 보고 있으면 오이카와는 과거의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어릴 적 소꿉친구인 이와이즈미와 놀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을 때였다. 그 숲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백 정장을 입었던 남자가 나타나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그랬다. 신.
지금도 이와이즈미와 만나면 하는 이야기였다. 그 사람은 신이었을까 하면서 던진 한마디에 이와이즈미를 보고 웃으며 눈앞에 있는 신과 비슷한 옷차림이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웃으면서 대답을 하곤 했다.
소꿉친구를 떠올리니 중학생 시절, 배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를 떠올리며 웃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별일이 아니라며 웃었다. 귀찮지만 그 신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의 앞에선 싫은 티도 힘든 티도 귀찮은 티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행동하는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지금처럼 호들갑을 떨 테니까.
“아. 괜찮아.”
“크흠.”
“아. 아니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또 바보같이 웃는다.
다른 사제들의 질투 어린 시선에 불편한 듯 시선을 옮기니 신은 오이카와의 행동에 고개를 돌렸다. 제 쪽으론 웃으면서 다가오는 사제들을 보고 뭔가 알았다는 듯 다가갔다.
그냥 저런 식으로 다른 사제들과 함께하길 원했다.
이 세계는 사제라는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있었다. 그리고 오이카와는 그 선택받은 사람중 한 명이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선 선천적으로 그 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아니면 후천적으로 신이 선택하거나. 오이카와의 경우엔 눈앞에서 다른 사제들과 대화 중인 신이 자신을 선택해서 사제가 되었다. 사실 그 힘을 가지고도 사제가 되지 않아도 됐었다.
그 당시 힘을 가지게 되어 배구를 하고 있던 오이카와에겐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사제가 될 것인가.
3학년. 대학교. 사제. 신. 선택. 많은 단어들을 떠올리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난 후 오이카와는 사제가 되는 것을 택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선택한 신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신이라고 소개했던 사람도 만나고 싶었다.
모든 것은 만남에서부터 깨져버렸지만.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샌가 또 사라져 사제들이 신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로 갔을까. 아니 왜 말도 안 하고 사라지는 것인지. 이것도 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을 부르는 사제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이카와는 자신 쪽으로 뛰어오는 어린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주의를 시킬까 하고 허리를 숙이니 아이들은 같이 놀던 친구를 보지 못 했냐고 물어왔다. 숲 입구 쪽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한 명이 사라졌다고 했다. 어느 아이의 입에서 '하얀 옷 입은 아저씨가 숲에선 놀지 말라고 했잖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아.
오이카와는 숲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숲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익숙한 한 사람과 품에 안긴 어린아이가 보였다. 빠른 속도로 두리번거리다 자신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는 모습에 길게 숨을 뱉어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신이 어딨어.”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급히 입을 막았지만 웃으면서 괜찮다는 말에 바로 손을 뗐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거예요?”
“아, 응. 아니, 네. 이쪽으로 가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오이카와는 쉴 틈없는 질문하는 아이와 그 질문 받아주는 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하긴 숲에 있기엔 백 정장은 아니니 신기할 수도 있다. 산에 올라가는데 이렇게 불편한 옷을 입을 리는 없으니까.
“아저씨는 엄청 반짝거려.”
“응. 많이 반짝거리지?”
“아저씨 이름이 뭐야.”
“아저씨는 신이야.”
“에이 거짓말~”
그리고는 웃으면서 품에 안은 어린아이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행동은 아무래도 좋았다.
둘의 대화에서 오이카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에게 다가와 활짝 웃던 눈앞에 자신이 싫어하던 신이.
오이카와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분명 저 신이었다. 어릴 적 자신을 도와줬던 남자가.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했던 남자가.
왜 여태까지는 몰랐을까. 울고 있던 자신과 이와이즈미, 자신을 달래주며 괜찮다고 웃어주던 미소.
어째서 자신이 찾고 있던 신을 싫어했을까.
생각이 흐지부지될 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먼저 다른 곳으로 앞서가던 신을 부러 가야 할 길을 검지로 가리켰다. 가리켰던 방향으로 몸이 움직이는 걸 보고는 그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단정한 머리가 기본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아무래도 좋았다.
“오이카와씨도 어릴 때 산속에서 길을 잃거나 하진 않았나요?”
“그걸 어떻게….”
“아 진짜로 있었어요? 그게요. 저 신이 됐을 때 숲에서 길을…. 잃었었거든요. 그때 만났던 아이가 오이카와씨랑 많이 닮아서요. 그리고 어린아이들은 위험한 걸 모르고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말에 이어서는 또 바보스러운 웃음이 이어졌다, 아니 따뜻하고 빛이 나는 미소였다.
숲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오이카와와 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신의 품에서 벗어난 아이가 아이들과 합류하면서 같이 놀자며 신을 가리키며 술래라고 외치는 순간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향하자 신은 당황해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쳤지만 오이카와는 모르는 척 알아서 하라며 돌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당황해하다가 한곳으로 달려가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신을 보면서 오이카와는 아까와는 다르게 짧은 숨을 뱉어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신의 목소리는 하굣길 공원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목소리처럼 그리운 기분마저 들었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신은 없다.
라고 생각했던 오이카와 토오루는 생각을 바꿨다. 자신마저, 그 신에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아섰기에.
저래서 저 신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구나 하고 인정을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