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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제 합작

*우타프리 미카제 아이 드림

 

‘하늘에 달이 두 개 뜨는 날은 태양을 누그러뜨린 밤의 신이 땅에 방문하시어 어린아이에게 문장을 남기신다네, 제 아이가 신의 아이로 선택되길 기다리는 어리석은 부모는 깜깜한 겨울의 새벽부터 아이를 내몰아 문 밖에 허수아비처럼 올곧게 세워 고개를 꺾어놓지. 얇은 옷 하나를 걸친 아이는 바들바들 떨며 제 부모를 원망하면서 신을 기다린다네. 멍청하고 멍청해서. 아아, 문장을 받은 아이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200년이 넘도록 부모들은 알지 못하고 일찍 죽은 아이가 원망스러워 눈물을 흘리네.’

 

태초부터 내려온 짧은 이야기는 어려서 할머니가 잠들기 전에 들려주셨다. 비가 오는 날에, 태풍이 오던 날에,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눈을 떴을 때 할머니는 늘 곁에서 이 문장을 읽어주셨다. 먼 의식 속에 어렴풋이 5살 때부터 들어왔다. 이야기 속의 신은 무섭게 포장되어 전해 내려왔는데 문장을 남기는 행위는 이마에 키스로 무척 다정하다 생각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신께 기도를 올리렴.”

 

12살의 봄을 맞이하기 직전인 겨울. 어스 푸름한 새벽 1시에 엄마가 날 문 밖으로 내몰았다.

 

**

 

“그러고 보니 곧 이월(二月)이 뜨겠네, 아이아이?”

“이번에도 잠깐 다녀올 테니까. 따라오지 말고 신계나 지켜, 레이지.”

 

에엑, 너무하잖아! 팔을 휘두르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남자를 6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질린 눈으로 바라봤다. 인간계가 궁금하다며 조금은 괜찮다고 의견을 내는 레이지에 아이아이라 불리는 남자아이가 한숨을 쉬며 거절했다.

 

‘카운트까지 앞으로 3시간.’

 

천계의 많은 업무 중 바른 눈으로 어린아이를 사제로 인도하는 일을 맡은 푸른색 남자아이가 성장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일컫는다. 천계는 4명의 신을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신의 업무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 시간의 관습, 그리고 자신들을 도와줄 사제를 선택하는 일로 나뉜다.

 

4명의 신은 주어진 일을 17년마다 돌아가며 맡는데. 레이지라 불리는 신은 초록색 앵무새를 데리고 다니며 탄생을, 란마루라는 적 붉은 목걸이를 착용하는 신은 죽음을, 카뮤의 이름을 쓰며 하늘색 견장을 다는 신은 시간의 관습을 지휘하며 아이라 불리는 연보라색 귀걸이를 착용하는 신은 사제 선택의 일을 현재 맡고 있다.

 

신들은 유독 사제 고르는 일을 싫어하는데,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마치 제물 바치듯이 내모는 점이 걸려 싫어한다. 순수히 자신들을 도우고 싶어 선택을 바라는 게 아닌 어른들의 손길에 휘둘려 나오는 아이들은 의지 없는 눈을 하고서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신이 어서 선택을 마쳐 집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듯이. 그래서 늘 곤란했다. 이 중에 누구를 골라야 할까, 신의 문장을 받고 20살이 되기 전에 죽어 천계로 올라오는데. 과거에 천계로 올라오던 신의 부름을 받은 영혼이 탈주하여 악령으로 변해 세상에 큰 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몰리는 아이들은 넘쳐났지만. 지금 이렇게 선택한 아이가 혹시 과거를 되풀이하는 역사를 그리지 않을까. 그 악행을 저지른 영혼을 선택했던 레이지는 죄책감이 아직도 남아있어 발목을 잡고 있다.

 

“슬슬 시간이네. 다녀올게.”

 

푸른 머리를 높이 올려 묶은 어린아이가 바로 모습을 바꾸더니 앞에 서있는 레이지보다도 큰 키를 가졌다. 아직 앳된 얼굴이 그대로지만 커진 모습은 꽤 위엄 있어서 주춤하게 만들기 충분해 보였다.

 

**

 

하하,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 소녀가 생각하기에도 그저 신화 같은 이야기인데. 자신의 부모는 이를 믿고 내게 사제가 될 것을 요구했다. 내가 일찍 죽는 걸 바라는 건가, 아니면 주변에서 존경이 가득한 시선을 바라는 걸까.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의 문 앞에는 저 말고도 몇몇 아이가 나와서 떨고 있었다. 무섭고, 춥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니 그저 막막하고 두렵겠지.

 

“이러다 정말 얼어 죽을 거 같은데요.”

 

한 겨울에 옷 한 장은 너무하잖아, 아무리 정 없다지만 부모라는 사람이. 까지 말을 마치자 하늘에 연한 보라색 빛이 보였다. 뭐지? 이까지 딱딱 부딪치는 중에 눈에 헛것이 보이는 걸까.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분명 사람의 모습이었다. 큰 매의 모습이 사람처럼 보이는 건가. 사고가 정지된 머리는 바른 생각을 잡지 못했지만 뜨고 있는 눈은 머리보다 정확하게 빛이 형상을 잡아냈다.

 

“찾았다. 하츠미 아루. xxxx년 8월 x일. 맞지?”

 

불쑥 제게로 돌아온 빛은 서서히 꺼지더니 이내 예쁘게 생긴 남자로 변해 물었다. 추위도 잊게 만들 정도로 고운 목소리는 귀를 파고들어 감싸 안았고, 하얀 손이 차가운 뺨을 만지며 체온을 재어주었다. 출생연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수상한 사람이 단번에 신임을 안 아루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와 내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어? 라는 질문에 같은 반동으로 대답을 하여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받기까지는 채 5분도 안돼 진행되었다.

 

**

 

“아루는?”

 

50년이 지난 신계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다. 이례가 없던 경우가 더해진 특이한 점만 빼면 나름 평화롭게. 50년 전 선택된 작은 아이는 6년간 인간계에서 시간을 보내다 순리적으로 신계로 올라왔다. 사제들은 다른 차원에서 지내는 반면 딱 한 명, 아루라는 이름을 지닌 사제는 신들이 거주하는 세계에서 아이와 함께 지낸다.

 

같이 지내기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레이지가 소녀를 보고 한 첫마디가 시작이었다. 아이아이? 지금 올라온 사제는 너무 어린 거 같은데, 성장이 다 끝나기 전에 부른 거 아니야? 에서 이미 다 큰 키라고 말하기도 애매해 묵묵히 입을 딱 붙이고 있었더니 난데없이 늘어지는 소리를 내던 아이가 깔끔하게 정리했다.

 

“위로 올라온 이상 더 클 수는 없을 거야. 그렇다고 다른 사제들 곁으로 보내도 어리면 도움이 안 될 테고, 그럼 데리고 있으면서 서류 옮기는 거나 자잘한 일을 시킬 테니까.”

 

결국 여기서 지내라는 소리인가. 주고받는 말만으로 상황을 판단하려니 어지럽게 설켜 복잡했다. 머리를 넘기려고 손을 드니 손등에 새겨진 옅은 보라색 토끼 모양이 그려져 있는 걸 지금 알았다. 문양을 만져볼새도 없이 레이지가 엑. 같이 이상한 소리를 내어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왜? 이상해?”

“아니 아니 아니. 아이아이가 아이를 돌본다고? 말도 안 돼!”

 

바로 무슨 소리냐며 타박을 들으면서도 놀란 액션을 그만두지 않은 레이지는 란마루와 카뮤에 의해 저지되었다.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에도 3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린이도 아니고, 다 컸다고 말을 꺼내보지도 못한 채 신들과 지내게 된 아루는 몇 년이 지나서야 편히 적응할 수 있었다. 편히 말을 섞을 수 있게 시간이 흐르자 자신은 이미 다 큰 성인이라 해명 아닌 해명 비슷한 말을 꺼내보았지만 우린 이미 한 가족이 아니냐는 레이지와 그에 부정하는 란마루와 카뮤로 어영부영 넘어갔다.

 

“정말로 다른 계에서 지내고 싶은 거야?”

 

하고 단둘이 있을 때만 직구로 물어오는 아이에게 얼굴을 붉힌 채 아니라고 대답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후에 맞춘 키스가 이마가 아닌 손등에서 입으로 번지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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