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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이 가득 핀 사당의 근처엔 언제나 달과 같은 신관이 있었다.

 

 

 

저 카스미소우는, 저를 돌봐주는 신관이 어디서 어떻게 온 사람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제가 그 사람과 운명으로 맺어져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꽃의 신. 농사에 도움을 주거나 전쟁에 나가는 백성들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저를 모시려는 신관이 있다니, 누가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요?

 

 

“토츠카 츠키토라고 합니다, 카스미소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제단을 정리해 주고 곱게 정좌한 신관은 첫 인사부터 너무나도 단정했습니다. 희미한 빛이 나는 무표정과 가지런한 몸가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 그 몸짓은 오히려 제가 신관이 되어 당신을 모셔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지요.

 

 

“츠키토, 라고 부르면 될까요?”

“물론입니다. 카스미소우님 께서 부르고 싶으신 이름으로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츠키토. 츠키토…”

“네, 카스미소우님”

 

 

저는 제 이름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그다지 없었습니다. 존재감이 옅은 꽃의 이름. 신의 이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 없다고 하는 사람이 한가득 이었는데. 당신이 불러주는 제 이름은 이 세상의 어떤 것 보다 아름답게 느껴져 그만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정말 저의 신관이 되어도 괜찮으신가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대단한 신이 아닌걸요. 복을 빌거나, 풍년을 불러오거나, 죄를 씻어주지도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꽃을 피우고 나비와 벌을 불러들이는 일 뿐인걸요.”

“겸손한 소리입니다. 꽃이 없는 세상이 있을 수 있습니까. 꽃이 피지 않는다면 열매는 어떻게 생기고, 열매가 없다면 생물은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마시길 바랍니다. 저는 제가 좋아서 당신의 신관이 된 겁니다”

 

 

자신의 신념을 올곧게 말하는 눈동자는 그야말로 달님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달에서 온 신선은 아니었을까요?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 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 있어 제 신관, 츠키토는 어느 꽃보다도 곱고 어떤 나무보다도 올곧은 사내였습니다.

 

 

“저, 츠키토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이 되도록 할게요”

“이미 카스미소우님은 충분히 훌륭한 분입니다. 분이라는 말도 이상하긴 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신이 너무 자신을 낮추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네…. 츠키토는 참 올바른 분이네요, 후후”

“카스미소우님의, 신관이니까”

 

 

당신은 잘 웃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말을 할 때 만큼은 조금 웃어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평소와 무엇이 다른지 모를 만큼 미미한 변화였지만, 당신의 신인 제가 어떻게 당신의 미소를 놓치겠나요? 아무리 옅고, 아무리 희미하고, 아무리 찰나여도. 저는 언제나 당신이 웃는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의, 신이니까.

그 때 츠키토의 웃음은 정말로 기쁜 순간에만 나오는, 행복한 따스함이 가득 넘치고 있었습니다. 마치 봄처럼, 봄에 피는 꽃처럼.

 

 

“그런데, 카스미소우님 께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겁니까?”

“네?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제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제 신관이 될 거라면 저는 그걸 받아들이고, 저의 유일한 신관으로서 당신을 사랑할 뿐이니까요”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과한 표현일까요. 하지만 이 감정은 사랑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의 유일한 신이고, 그는 저의 유일한 신관이니까요. 사랑이라는 것은 곧 유일함과 같다고 저는 생각했으니까, 이것이 사랑이겠죠. 이 안개꽃이 가득 한 사당 안에서, 저희는 단 둘이서 가끔씩 오가는 신도들을 돌보고 봄을 축복하고….

 

 

“역시, 당신의 신관이 되길 잘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알아요. 츠키토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걸요”

 

 

너무나도 정직하고 성실한. 저의 신관님.

저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올해도 더욱 아름답게 세상을 꽃으로 뒤덮겠지요.

그러면 당신은 그 꽃속에서 웃으며 저를 불러줄까요?

카스미소우님,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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