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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AU

*급전개 급마무리 주의

*설정날조 주의

*조금? 약? 잔인함 주의.....ㅠㅠ

 

 

모모이는 자신을 따라오는  코우지마  치아키라는 사람이 매일 찾아와 자신의 피를 달라는 어이없는 말에 며칠째 듣고 있었다. 피를 달라니 변태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거절을  하면 알겠다고 대답을 하면서  더는  달라붙거나  따라다닌다든가 하진  않았고 피를 달라는 말이 붉은색의 음료를  말하는 건가  싶어  토마토주스를  주니  그것으로 만족한  듯 보였다. 매일 찾아와 피를 달라는  코우지마의  말에 항상  토마토주스를  주는 것으로. 그렇게 하다가  한두 마디  꺼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내가  뱀파이어인데  피를 마셔야  살 수 있거든 .” 

“네? 뱀파이어 ? 피?” 

“그래도  다행인 게  나는  뱀파이어  중에서도 희귀해서 붉은색이면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어. 다른  뱀파이어들은  이런 내가 변종이라고 하지만 이런 시대에 피를  마신다는 게  야만적인 거  아냐.” 

“아, 네…. 그런데  왜 저에게  피를….”

“그냥  해본 말이었어. 너의 관심을 끌고  싶었거든. 이름이  사츠키라고  했지? 나는  코우지마  치아키. 잘 부탁해 .” 

 

그때 이후로  매일 밤  토마토주스를  사러 왔고  마실 때마다  인상을 찡그리다가 다 마시고 나면 가버리곤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고  별의별 일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자신을  뱀파이어라고  소개하는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지만  모모이는 그저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런 말만 아니면 보통 사람들처럼 보였다. 한두 마디가  점점 주고받는 대화가 길어지고 그러다 둘은 원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친해지기까지 생각보다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해 매일 늦게 퇴근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코우지마가  매일  모모이가  퇴근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했으니까. 주변 친구들은 그  뱀파이어씨가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물어가면서도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짓궂게  대하는 손님들이 있으면  코우지마가  대신 혼내주거나 저지하면서 자신에게 잘해주는  코우지마를  보면서  모모이는  첫 만남 때는  그냥 장난이었구나 라고 생각이  들 때쯤  일이 일어났다. 퇴근하고  함께 집으로 가면서 제 눈앞에 있던  코우지마가  쓰러지고 남자들 무리가  모모이를  억지로 잡아끌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남자들이  모모이를  억지로 몰아붙이는 순간 알 수 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모모이의  눈엔  비명이  나면서  붉은빛의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튀는 것이 보였다. 툭툭. 뭔가 떨어지는 소리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은 끌려가듯 눈앞에서 사라지면 누군가에게 붙들려 목이 물려 제 목을 붙잡고 어디선가 들리는 이질적인  소리는  몸을 더  떨리게 했다 .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은 키가 큰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 쪽으로  걸어오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이 그 남자에게 달려들면 차례차례로 쓰러졌다. 바닥과 골목 벽을 물드는 그 색은 무엇인지  모모이는  알고 있었다. 남자가  물고 있던  목을 뱉어내자 제 몸보다 큰 몸은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덜덜 떨고 있는  모모이를  봤는지 남자가 걸어왔다. 달빛을 등지고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입고 있던  하얀 셔츠가 보였다. 붉은색 무늬를  새긴 체로 .

 

“궁금하다고 했지? 왜 네 피를 달라고 했는지. 그건….”

 

모습을  드러낸  코우지마는  모모이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거  모모이를  닮은 여성이 있었다. 어느 시대고 어느 나라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부모에게로 벗어나 자신 스스로 자유를  얻은 것에  기뻐 여기저기를 다녔기 때문에  어딘가 중  한곳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외모는 그래, 마치 자신이 직접 보지 않았던 붉은 태양을 닮았다고  코우지마  그는 생각했다. 자유가 되어 자신의 외모에 이끌린 이 여자 저 여자를  이용만 하고  말았기에 이번에 만난 그녀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줄곧 부모의 도움을 받아 구해온 피를 마셨던 어렸던  뱀파이어가  자라고 나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마신 처음 여성의 피는 뜨겁고 달콤했다. 비릿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마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피를 마시기 위한 이용가치라고.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한 가지를  요청했다. 자신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제 피든 뭐든 다 주겠다는 부탁이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그녀는 곧  죽는다고 이야기였다. 그런 말을 다른  뱀파이어가  들었다면 거절을 했을 테지만  코우지마는  달랐다.

그녀의 부탁을 한가지씩 들어줬다. 매일 밤  자신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데이트를 하는 것. 달빛을  등불 삼아  함께 걸었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코우지마는  매일 들어줬다. 그녀가 지쳐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그녀가  걸을 수  없자  코우지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큰 창문을 열어 달빛을  등불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꿈 이야기를. 할 얘기가  그것밖에 없었다. 그때 당시엔 지금처럼  태양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기에  인간들의 낮에 자고 밤에 그는 일어나야 했으니까. 그때마다 그녀는 코우지마를 위해 붉은색의 싱싱한 토마토와 그 요리를 준비했다. 코우지마는 토마토를 싫어했다. 붉은색을 다  먹을 수  있지만, 그 특유의 맛을 싫어했다. 하지만 그녀가 준비해준 음식은 먹었다. 수척해진 얼굴과  나지막이  웃는 미소가 점점  사그라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연민과 동정. 그것은  코우지마에게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시간의 흐름은  전혀 달랐다. 그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 그녀에겐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곧 마지막을 알리는 때가 되었다. 그녀가 코우지마를 불렀다. 마지막 소원을 말하자 코우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도 역시 달빛을  등불 삼아  두 팔을  벌려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고  코우지마는  하얀 목을 물었다. 처음  맛봤을 때와  같은 뜨겁고 달콤했다. 평소와 다른 비릿함과 역겨움에 마시던 피를 다 토해냈다. 제  품 안으로  쓰러지듯 안기는 그녀의 목에서부터, 코우지마의  입에서 바닥으로 피가  후두두  떨어졌다. 피로  엉망이 된  바닥, 제 입에서 떨어지는 피. 자신에게 피를 내주면서도 웃는 얼굴로 죽은 그녀를 보고  코우지마는  바로  옆에 있던 사발에 담긴 물로 입안에 있던 피를 헹궈냈다. 울렁거리는 속을 참으며 그녀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죽은  그녀 앞에서  다짐했다.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기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코우지마는  갑자기 울리는  모모이의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현재로 억지로 끌려왔다. 그때와 같은 피로  엉망이 된  바닥. 입안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 비릿하고 뜨거운 역겨움에 제 손등으로 입을 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어느 나라에서  이곳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본인이 기억을  하려 하지  않았다. 어째서 지금 그때와 같은  상황인 걸까 . 울렁거리는 속에 결국 속을 비워냈다. 코우지마의  이야기를 듣던  모모이는  자신을 구해준  코우지마가  무섭고 떠 한편으론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  생각이 들며 미안해졌다. 코우지마가  입고 있던  하얀 셔츠가  점점 붉게 물들고 떨리는 등에 제 하얀 손을 얹었다. 손바닥에 피가  묻는 것도  모른 체 . 코우지마는  모모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동공은 눈을 메울 듯이 커지고  모모이와  점점 거리를 두었다. 손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그날 기억의 조각이  나타나 그녀와  모모이를  겹쳐 보이게  하자  다시 한번  속이 울렁거렸다. 눈앞이 살짝 흐려졌다. 뒷걸음질을 치다 등이 벽에 닿자  주저앉았다 .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숙여 제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날의 그녀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부탁이라는 한마디로 함께  다녔지만, 그  짧은 시간이, 그녀에겐 긴 시간이 행복했다. 마지막에 그녀가 자신을 안아줬을 때, 자신의 목을 내어줬을 때……. 코우지마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조각들을 버리려 애를 썼다. 어쩌면 확인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뱀파이어인  자신이 그때 그녀와  닮은  모모이의  피를 마시게 된다면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모모이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고인 피가  있었지만, 그녀는  무릎을 꿇고  코우지마의  팔에 제 손을 얹었다. 끈적한 느낌에 떨렸지만 그래도 참고 오히려 팔을 더 꽉 잡았다. 

 

“일단  제집으로 가요. 가서 씻고 쉬어요.” 

 

고개를 들었다. 그날의 그녀가 아니, 모모이가  자신을 보며 웃었다. 눈물 먹은  눈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여있던 눈물이 똑 떨어졌다. 모모이  손에 이끌려 몸을 일으키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모모이는  처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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