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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드림캐 이름의 표기는 '토트' 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배경은 원작의 모형정원이 아닌 현대입니다.

 

 

 

 

 

 

필기구의 사각사각 소리와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들이 퍼지는 공간. 도서관이라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섞여있다. 각자 목표를 위해 열심히 책을 읽거나 공책에 무언가를 적어내는 사람들의 뒤를 느긋이 날아다니는 사람. 아니, 허리에 돋아나 파닥이는 검은 날개라거나 조금은 길고도 뾰족한 귀가 달린 시점에서 사람이라 부르기에는 힘들었다. 그것보다 날고 있다는 것에 이미 아웃이었다. 아무튼 척 봐도 인외적인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은 두꺼운 문제집을 풀고 있는 한 여학생의 곁에서 멈춘다.

 

 

"졸려..."

 

 

학생은 지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다. 졸리다고 말했지만, 문제를 푸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걸 위에서 지켜보던 여성은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는 아이의 귓가에 속삭인다. 뒤집어진 다정함과 거스를 수 없는 달콤함을 섞어 속삭인다.

 

 

[괜찮아. 잠시만 쉬면 돼. 계속 힘냈으니까, 30분 정도 쉬워도 괜찮아. 겨우 30분만 쉬는 거야.]

 

 

여성이 속삭이자, 멈추지 않았던 손이 멈춘다. 그러더니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놓고, 공책을 덮어둔다. 지친 목소리가 '30분만 쉬고 올까.'라고 중얼거리더니,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보석과는 같은 붉은색의 눈동자는 살짝 좁혀지더니 미약한 곡선을 그려낸다. 작은 미소는 분명 웃음소리가 없었을 터인데, 후훗이라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장난스러움과 동시에 묘한 섹기가 섞인 미소였다.

그렇게 기분 좋은 듯이 웃는 그녀의 뒷목을 잡아채는 짙은 갈색의 손. 마치 고양이처럼 대롱하고 잡힌 여성은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자신을 잡아낸 인물을 바라본다. 거기엔 한 남자가 있었다. 백발의 머리카락과 짙은 갈색의 피부, 그리고 찬란한 금색의 눈동자를 지닌 모습. 그 외모는 누가 보아도 감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허나 남자도 인간이라고 하기엔 평범한 복장도 아니었으며, 등에 달린 커다란 흰 날개가 그도 인간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여성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연다.

 

 

"어이, 네코. 또 누굴 나태하게 만드는 거냐."

"그게 저의 일인걸요."

"쯧, 악마 주제에 열심히 일을 하는거냐."

"설마요. 저는 생각보다 일을 게을리 하는 악마랍니다."

"그리고 그런 악마라도 저지하는게 천사인 내 몫이다."

 

 

자신을 네코(=고양이)라고 부르는 천사와 태평하게 얘기를 나누는 여성은 악마였다. 자신의 말에 일일이 대꾸하는 악마를 그는 짜증난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그대로 들고 어디론가로 간다. 그 후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악마와 천사는 근본적으로 서로 반대의 존재이기에 싸움이 일어날거라 여길 것이다. 허나 자리를 옮긴 둘의 모습은 보편적인 예상과는 틀렸다.

 

 

"토토씨, 꼭 인간화를 해야 하나요..."

"천사인 모습 그대로 책을 읽으면 인간들 기준에선 사라진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인간화를 하고, 빌리는 건가요."

"그렇지."

"그럼 저는 인간화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네 녀석도 인간화를 해야 대화를 나눠도 내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진 듯한 발코니로 옮긴 둘. 아까까지 있던 날개는 없어지고, 복장도 나름 인간들 기준에 평범한 옷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한 그녀의 눈동자는 연갈색으로, 그의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그 모습이 둘의 대화로 인해 인간화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둘의 자세는 이러했다. 왜 있는 것인지 모를 무척이나 고급지고 푹신해 보이는 1인용 쇼파에 앉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그녀. 누가 보면 너무 닭살스런 모습이라고 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런 자세인데도 둘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야기를 나눈다. 정확하게는 악마가 천사에게 불평인지 의아함인지 모를 목소리로 묻는다. 토토는 그런 그녀에게 책을 보는 시선을 고정한채 일일이 답해준다. 그러다가 말끝을 흐리더니 책에서 시선을 뗀다. 들고 있던 책을 옆의 테이블 위에 올린 그는 하얀 턱을 잡아 올려 무방비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더불어 우연인지 아닌지 그 모습을 베란다 입구 너머에 있던 남자들이 보았고, 그들은 자리를 뜬다. 푸른 눈동자는 그 모습을 보았고, 천사는 입을 뗀다.

 

 

"너나 나나 귀찮은 것들이 꼬이지 않을테니까."

"토토씨, 지금 저보다 더 악마같은 표정이셨어요."

"네가 악마같은 표정도 지을 줄 아냐."

"저는 악마에요."

"넌 그냥 네코다."

 

 

분명 자신의 눈앞의 있는 존재가 천사들 중 높은 계급임을 아는데도, 그녀는 한순간이지만 악마 같다고 느낀다. 그 안에서 느낀 심술궂음과 어느 감정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니, 악마의 체면을 얄짤 없이 꺾어주는 그. 나름 반박을 해보지만, 흔들림이나 의심 없는 태도에 설득하기를 포기하는 그녀다. 허나 묻고 싶은게 싶어 다시 입을 연다.

 

 

"토토씨, 키스한 이유가 진짜 그것뿐이세요?"

"무엇을 바라는 거냐."

"토토씨의 진심이요."

"네놈 알고서 묻는 거로군."

"설마요. 그냥 네코인 저는 모른답니다."

 

 

악마는 천연스러움을 덧칠한 눈동자로 천사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 질문과 눈동자 속에서 느껴지는 의도를 토토는 알아차린다. 그렇기에 묻지만, 돌아오는 것은 악마의 진심과 짓궂음이었다. 지금은 분명 인간의 모습이기에 없을 검은 날개가 보이는 듯한 감각을 느끼는 천사다. 그녀의 태도는 어찌보면 건방지고도 기어오르는 듯했다. 허나 분명 눈앞의 악마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음을 그는 알고 있다. 느껴지는 것은 악마의 것이라기엔 작고도 순수한 욕심과 투명한 감정이었다. 그렇기에 짜증보다는 사랑스러움을 느껴버린다. 그렇기에 한 번 더 그 입술에 입맞춤을 내린다.

 

 

"너는 내 연인이고, 내 것이라고 보이고 싶어서다."

"인간들에게요?"

"특히 너를 노리는 녀석들에게 말이지. 감히 내것에 눈독을 들이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다. 뭐, 보는 눈은 있지만..."

 

 

입맞춤이 끝난 후, 악마에게 들려온 천사의 대답은 소유욕이 가득했다. 한번 더 듣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확인을 위해서였을까. 대상을 지정해 물으니 들려온 상대방의 대답은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틀렸다. 뭐든지 아는 지혜를 관장하는 위대한 천사, 누구보다 냉철한 성격, 누구에게도 쉽사리 휘둘리지 않는 마이페이스적인 남자. 그는 그런 남자였다. 주위에서 보는 그는 그러한 존재였다. 헌데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는 그런 '그'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어딘지 유치한 독점욕, 그에 따른 괜한 심술. 그 모습은 자애와 신성으로 물들여져 있을 천사가 아닌 그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존재였다. 그것이 무척이나 기쁜 악마였다.

 

 

"아주 신난 얼굴이군. 내 대답에 만족한거냐."

"그렇게 티가 나나요?""자각하지 못한거냐. 네녀석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이다."

"어쩔 수 없는걸요. 기쁜 건 기쁜 거니까요."

"그럼 내게 키스를 한 번하면 네가 또 기쁠 일을 해주지."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다는 사실을 그로 인해 알게 되는 그녀. 보통의 악마는 천사가 자신으로 인해 타락했다는 이유로 웃었을 거다. 허나, 그녀는 달랐다. 그저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가 자신으로 인해 변한 점이 기쁜 거다. 결국 자신도 악마 이전에 사랑에 빠진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그의 뻔히 보이는 제안에 걸려주는 여성이다.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를 한번 바라본 후, 천천히 다가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는 곧 입술에 닿은 부드러움과 온기에 인간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감각을 느낀다.

토토는 잠깐의 입맞춤 후, 떨어지는 그녀를 바라본다. 살짝 감겨있던 눈꺼풀이 미약하게 떨더니 천천히 뜨는 모습도, 하얗던 두 볼이 붉은 색으로 물들여진 모습도 그는 본다. 연갈색의 눈동자가 똑바로 자신을 바라봐 그 안에 자신이 비쳐져 천사는 지식을 얻을 때와는 틀린 만족감을 느낀다. 너무도 사랑스러워 절로 입이 움직인다.

 

 

"사랑한다. 사유라."

 

 

원래 하려던 말이었지만, 무의식과도 같이 나와버린 말. 그만큼 품 안의 여성이 어찌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토토다. 오늘의 기준으로 처음으로 부른 여성의 이름. 그녀라면 이름을 불러줄거란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터다. 헌데 살짝 커진 눈은 확연하게도 놀랐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방금까지보다 더욱 붉어지는 얼굴은 그의 예상보다 큰 반응이라, 천사도 조금 놀란다. 허나 곧 그걸 뒤덮는 행복을 느끼는 천사다. 그리고 네 번째의 키스를 나눈다.

 

 

"뭘 그리 놀라는거냐. 아니, 이 경우는 부끄러워한다 인가."

"그치만 토토씨가..."

"악마면서 가끔 너는 순진한 반응이군."

"토토씨도 천사면서 정말 짓궂게 말씀하세요."

"나태하게 만든다면서 사실은 무리하는 녀석들을 쉬게 하는 악마에게 듣고 싶지 않군."

"그럼 저도 지식을 얻는다는 핑계로 다른 천사들 지도를 빼먹는 천사씨에게 듣고 싶지 않아요."

"빼먹은게 아니다. 자습을 시키고 온거다. 자신의 힘으로 얻는 지식 또한 가치가 있는 거란걸 녀석들도 알 필요가 있으니."

 

 

입술을 떼자 심술궂게 말하는 천사에 악마는 약간은 억울함을 담은 태도를 보인다. 그런 그녀에 오히려 나무라는 토토. 사유라는 기죽지 않고 반박을 하는데, 또 거기에 반박하는 그다. 분명 알콩달콩한 분위기였으나 이상하게 투닥거리는 분위기가 되는 둘. 허나 이것 또한 둘에게 있어 익숙하고도 즐거운 시간일 뿐이다. 그걸 증명하듯 둘의 눈동자엔 짜증이나 화가 담겨있지 않았다.

 

 

"책을 읽을 기분이 사라졌군. 네코, 산책에 어울려라."

"또 그렇게 자기 멋대로..."

"어차피 따라올거란 걸 안다. 아니면 데이트를 하러 가자고 하자면 만족할거냐."

"아시면 말씀해주세요.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데이트 거절할 거에요."

 

 

한참이나 방치된 책을 덮으며 참으로 명령어적으로 얘기하는 토토. 이미 익숙하고도 평소엔 순종적인 그녀지만 이번에는 나름의 반항을 보인다. 더불어 협박까지 시도하는 모습은 그에게 있어 나름 신선하다. 보통은 자신에게 거스르는 존재는 없으며, 있다 해도 짜증만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아직도 품안에 있는 악마의 반항과 협박은 그에게 있어 귀여울 뿐이다. 몇 번을 봐도 악마라기엔 허술하고도 순진한 연인에 천사는 져주기로 한다.

 

 

"건방지지만 특별히 들어주도록 하지."

"천사가 이렇게 악마의 어리광을 받아도 괜찮나요?"

"나는 원래 같은 천사든 위의 신이든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는다. 이렇게 들어주는건 너뿐이다."

"아누비스가 있잖아요."

"그 녀석은 받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아지니 어쩔 수 없는거다."

"토토씨는 솔직하지 못하세요. 사실은 아누비스를 귀여워하시면서."

"얘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지마라."

 

 

'특별히'란 단어가 유독 귀를 간지럽히는 감각을 느끼며, 악마는 질문을 건낸다. 들려온 목소리는 묘하게 신경질적이다. 하지만 '너뿐이다'란 부분은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것에 가슴이 간질거리는 감각을 느낀다. 그 간지러움에 미소가 나올 것만 같아, 일부러 따진다. 그에 답하는 목소리는 퉁명스러웠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에 귀여움을 느끼며 대신 말해주자 방금보다 더 낮아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본래의 주제와 떨어진 얘기가 길어진 것에 미미한 짜증을 느낀 천사를 알아차리고 악마는 다시 입을 연다.

 

 

"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데이트 신청을 해주세요."

"정말 넌 겁을 모르는 녀석이다."

"아니죠. 평소보다 솔직한 악마랍니다."

 

 

나즉하지만 어리광이 담긴 악마의 부탁에 천사는 한 순간 미간을 좁힌다. 하지만 곧 그의 것이라기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솔직한 악마의 볼에 입맞춤 한다. 사유라는 그 다음에 들려온 '데이트를 가자' 라는 조금은 무드가 부족한 데이트 신청에 살풋 웃는다. 원하던 말을 들은 악마는 인간들이 말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라는 감각을 체감하며, 그의 다리에서 내려온다. 그러더니 이번엔 천사의 볼에 입맞춤한다.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푸른 눈동자가 미약하게 커진다.

 

 

"너는 정말 건방지고도 곤란한 악마다. 천사의 마음을 이렇게 휘저으니..."

"당신도 정말 곤란한 천사세요. 악마를 이렇게 평범한 인간 여성같이 만들어버리니까요."

"그럼 나중에 서로의 일이나 계급이 귀찮아지면 인간으로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나도 너한테는 평범한 인간 남자와 같이 되니까."

 

 

놀람도 잠시였다. 토토는 곤란함과 행복이 섞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악마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유라도 그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일어서는 천사를 따라 고개를 들어올린다. 천사는 그답지않은, 어딘지 실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그런 그에 악마는 상상한다. 악마라거나 천사란 입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둘이서 함께 지내는 매일을... 그 모습은 자신들의 직책을 생각하면 이루기 힘들 행복의 한 형태였다. 그럼에도 도저히 그 광경이 지워지지 않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렇네요. 나쁘지 않을 거에요. 아니, 무척 행복할거에요. 그런 날이 온다면..."

"올거다. 그러니 미리 공부 해둬라. 인간들에 대해..."

 

 

이루기 힘들거란 사실을 잘 알아 저도 모르게 기운 없는 목소리를 낸 사유라. 허나 그가 더 강하게 손을 쥐며 얘기한 말에 그녀는 웃어버린다. 그다운 말투로 자신을 안심시켜주는 천사에 악마는 희망을 품는다. 천사라면 모를까, 악마에게 희망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상상이 더욱 윤곽이 뚜렷해짐을 알아차린다. 그렇기에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꼭하고 쥔다. 이내 둘은 그렇게 베란다에서 벗어난다. 나가는 그들 사이에선 특별할거 없는 대화가 오고간다. 그렇게 두 존재는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한다. 천사와 악마란 차이에도 상관없이, 그저 서로를 향한 마음에 솔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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