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늑대와 뱀파이어는 사이가 좋질 못했다. 이유는 어느 누구도 몰랐다. 새끼가 태어나면 늑대는 뱀파이어를, 뱀파이어는 늑대를 멀리하라는 교육을 수도 없이 하였다. 간혹 가다 의문을 품은 아이가 이유를 물어볼 때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라며 그들의 물음을 흘려 넘기기 일쑤였다. 허나 이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모두가 그랬다. 그렇게 자라난 것들은 또 그 자식들에게 이러한 방법으로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을 모면하였고 이제는 모두가 이 사실을 당연시하게 여겼으며, 이를 어긴 자는 배신자로 낙인 되었다. 그런 와중에 두 세력이 발칵 뒤집힌다. 늑대의 우두머리와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때문이었다.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미 다 성장하여 자취를 감춘 뒤였기에 언제 둘이 관계를 맺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뱀파이어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동족의 손에 척살 당했다. 문제는 늑대 쪽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우두머리’가 그토록 멀리 해야 했던 천적과 함께 했다는 사실로 인해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부에서 생긴 균열은 큰 세력을 단숨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우두머리의 죽음을 시작으로 같은 동족끼리 싸우면서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다시 중심을 정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무리와 더 이상 못 믿겠다며 동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개개인으로 나뉘면서 분란은 조금씩 사그라졌다.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창밖 너머로 분주히 움직이던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 여루는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 바깥을 바라보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제 입으로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챙기는 몸짓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사방이 암흑으로 짙게 물들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마 사람이 다닌다고 할 수 없는 길로 내달렸다. 방법은 인간의 것이었으나 움직임은 짐승의 것이었다.
여루의 거처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산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예전부터 늑대들이 살던 곳이라 일컬어지던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였다. 2년 전, 이 시대에 무슨 이리냐며 코웃음 치던 사람들은 겁 없이 산을 타고 올라가다 풀숲 사이에서 보이는 짐승의 눈빛에 기겁하며 도망치듯 돌아와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분명 산 아래로 내려와서 사람을 잡아먹을 것이야. 산 속에서 그것과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렇게 외쳐댔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늑대들은 단 한 번도 사람을 물지 않았다.
이기적인 것은 인간이었다. 공격을 할 생각이 없던 산의 주인들을 도발한 것은 인간이었다. 여전히 그것의 존재를 믿지 못하던 사내는 어미의 만류를 뿌리치고 커다란 산에 발을 디뎠다. 어른들이 말했던 늑대를 보기 위해 몇 시간 내내 걸어 다니며 흔적을 찾아다녔지만 그는 어느 것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럴 줄 알았다며 맘에도 없는 말을 뱉어낸 그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스락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지만 별 신경을 안 쓰고 길고 깊은 숨을 뱉어내며 풍경을 둘러보던 그는 삽시간에 주위가 조용해졌음을 느꼈다. 이질적 느낌에 순간 소름이 돋아 숨을 멈춘 채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제야 사내는 제 눈앞에 있는 늑대를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목격했던 늑대들은 하나같이 색이 진한 것들이라 했다. 헌데 흰 색이라니. 막 내린 눈과 같은 새하얀 털과 붉은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눈동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내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한 쪽 눈은 다쳤는지 굳게 닫혀있었고 주위에는 흉터로 추측되는 자국이 퍼져있었다. 여태껏 봐온 늑대와는 다른 모습에 남자는 이것을 들고 산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는 충동과 부딪혔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눈에는 늑대를 잡겠다는 탐욕만이 차올랐다. 입술을 짓이기던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소름끼치는 미소를 가득 자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여태 사람을 물지 않았다는 어른들의 말에, 사내는 이 늑대 또한 자신을 물지 않을 것이란 안일한 생각에 잠겼던 것이다. 그의 욕심만큼이나 깊이를 알 수 없던 검은 눈동자에 하얀 늑대가 담겼다. 늑대는 그 안에 담긴 것을 읽어낼 수 있었고 남자는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에 익사하고야 말았다.
늑대가 사내를 물어뜯었다. 단숨에 숨통이 끊긴 사내를 질질 끌고 산 아래에 내던진 늑대는 마을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산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남자는 다음 날이 돼서야 어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여루는 다른 의미로 이 산에 올라가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5년 전에 있었던 일로 인하여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사는 것을 택했고 함께 지내던 늑대들과는 모두 연을 끊고 살았다.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무리를 벗어난 것들 중 하나가 그녀였다. 앞으로는 절대, 적어도 이 산의 늑대들과는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야속하게도 상황은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제 눈앞에 나타난 남성의 모습에 여루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의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내려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도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채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가 만들어지자 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리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잭은 눈에 띄어봤자 좋을 거 없다고요. 제가 왜 굳이 이렇게 찾아오는 건지 벌써 잊었어요?”
붉디붉은 눈이 반쯤 감긴다. 잠깐 동안의 침묵 사이에서 둘은 그저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잭은 애초부터 눈치가 빨랐다. 여루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것도 그였다. 더 이상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산에서 내려오다 만약 본인이 마을 사람의 눈에 띠는 순간부터 산에 살고 있는 늑대들은 물론이고 인간의 틈에 섞여 사는 그녀마저도 타겟이 될 것이 뻔하였다. 하지만 그의 무리 또한 여루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인간의 냄새가 배어있다며 이를 드러내는 것들 또한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인간과 함께 지내는 여루마저도 자연스럽게 싫어했다.
모든 늑대들과 연을 끊어버린, 막 성견이 된 그녀에게 다가오는 유일한 동족은 잭 뿐이었다. 여루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애증(愛憎)이었다.
잭은 한 손으로 여루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다 자연스럽게 뒷목을 잡아챘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던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면서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어왔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힘이 쭉 빠지는 기분에 여루는 산에서 약간 멀어졌을 때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었다. 하늘에는 막 보름달에 되기 직전의 달이 떠있었다. 유독 밝았고, 또 구름 한 점 없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서 그녀는 앞이 아닌 하늘을 바라본 채로 발을 옮겼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쯤,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녀의 움직임이 멈춰졌다. 사실 인(人)기척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들려오는 소리라든지, 풍겨오는 옅은 혈성(血腥)이라든지. 지금 자기 주변이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천적인 뱀파이어라는 것을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짐작하는 것이 끝이었다. 여루는 단 한 번도, 뱀파이어와 마주친 적도, 대치한 적도 없었다.
긴장으로 굳어진 두 다리가 여러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가까스로 호흡하고 있는, 뱀파이어로 추측되는 것은 잭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다가가자 뭐라도 느낀 건지 그것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한 쪽 눈을 다쳐 감고 있고, 주변에 흉터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형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비슷했다.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에 여루의 움직임이 멈췄다. 날카롭기보단 애처로운 느낌이 강했다. 저를 보고서도 달려들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이성을 잃지 않았다 판단한 그녀는 겁도 없이 그에게 손을 뻗었다. 천적에 대해 말만 들었을 뿐, 아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여루를 움직인 것은 호기심이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뱀파이어는 아직 이성을 놓지 않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손을 붙잡아 끌어당겼지만 차마 물지를 못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퍽 안쓰럽다. 부모에게 지겹도록 들어왔던 보편적인 뱀파이어와는 다른 모습에 그녀는 주변을 살피곤 그를 일으켜 세웠다. 지금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는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를 집 안까지 거의 끌고 오다시피 한 여루는 안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것을 소파 위로 내던졌다. 이젠 어떡하지? 막상 데려오니 무얼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뱀파이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겨왔던 걸 주저 없이 자신의 집에 데려온 행동부터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저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 2년 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는 이유를 만들던 그녀는 소파 쪽을 흘금 쳐다보았다. 잭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눈동자와 다시 마주쳤다. 고개를 돌려도 여전히 끊어질 것만 같은 약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견디지 못한 여루는 겉옷을 대충 벗은 뒤 그에게 다가가 제 손목을 내밀었다. 같은 늑대들이 보면 우매하다고 할 게 뻔한 행동이었다.
“뱀파이어, 맞죠?”
“….”
“그렇게 죽어가는 티 내지 말고 마시기나 해요. 아, 늑대 피라서 싫을,”
남자의 큰 손이 여루의 손목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감싸 안아 끌어당겼다. 예상 밖의 일에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여린 목덜미에 송곳니가 박혔다. 하얀 피부 사이로 새어나오는 피는 지독할 만큼 새빨갰다.
힘없이 가라앉는 몸을 붙잡은 그는 가까스로 열린 벽안을 바라보았다. 누가, 목을…. 빈혈이 오는 건지 다시 눈을 꾹 감은 그녀의 모습에 그는 여루를 안아 올려 자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소파에 고스란히 눕혔다. 꼴에 인간이 아니라고 여전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지만 피가 빨려나가는 것을 처음 경험해보는 그녀로선 이렇게 있는 것마저 조금 버거웠다. 남자의 모습이 자꾸만 잭과 겹쳐 보여 시선을 돌리고 나가라는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쥐었다. 놀랐는지 그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나가지, 마요….”
“그게 무슨….”
뱀파이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알면서도 나가지 말라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건가. 입 주변에 묻어있는 피를 살짝 핥아내면서 그녀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지금 나가면, 어느 쪽이든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제가 피해 입는 쪽은 아닐 거 같은데요?”
차마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여루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미 체력을 회복한 노련한 뱀파이어는 말 그대로 피해를 입는 쪽이 아니었다.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시야도 흐려지는 것인지 눈을 깜박이는 횟수 또한 점점 증가했다. 내뱉는 숨이 파르르 떨려온다. 그녀는 끝내 남자가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여루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어제 만났던 그 뱀파이어였다. 간 줄 알았는데. 눈만 깜박거리며 그를 쳐다보자 남자는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길을 피했다. 여루는 자신의 눈을 피하는 남자에게 굳이 더 이상의 시선을 주지 않았다. 거의 중천에 떠있는 해에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지만 가라앉았다고 생각한 빈혈이 다시 올라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시야가 핑글핑글 도는 느낌에 절로 머리에 손을 올려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 모습에 그는 자연스럽게 여루의 앞으로 물과 약을 건네주었다. 쪼그려 앉아있는 폼이 조금은 우스워 그녀는 약을 쥔 채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겨요?”
“네.”
짧게 대답을 던지고 약을 털어 넣은 여루는 그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소파에 도로 누웠다.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조금 고민을 하다 어렵사리 입을 뗐다.
“저기….”
“이왕이면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네요. 여기서 나갈 생각이 없거든요.”
“…예?”
어제까지만 해도 나갈 것만 같았던 게 한순간에 태도를 바꾸니 그녀의 입장에선 당황할 만도 했다.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팔을 소파에 걸친 채 턱을 괸 모습에선 한 점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클리브라고 했다. 당분간은 피를 전혀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루가 그 이유를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지 않는 이유조차도 들을 수 없었다. 이쯤에선 경계할 법도 했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무리에서 떨어져서 생활한지 긴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채워진 빈자리를 다시 내칠 정도로 모질지 못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그러기 싫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긴 시간동안 붙어 지내면서 여루에겐 늑대와 인간 외의 체취가 묻어나왔다. 그녀는 클리브를 만난 뒤에도 꾸준히 잭을 찾아갔기에 ―단순히 마을에 내려올까 봐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여루에게서 느껴지는 변화를 매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와 함께한 여루는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갈수록 짙어지는 천적의 체취가 불쾌했다. 결국 잭은 약속을 깨고 여루가 지내는 인간의 마을에 발을 디뎠다.
아닌 밤중에 찾아온 잭의 모습에 여루는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렸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흩어진 파편이 나뒹굴었다. 경직된 그녀의 모습에 그는 옅게 웃으면서 버릇처럼 흑색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피하려고 뒷걸음질을 치는 그녀를 잡아 얼굴을 가까이 하자 여루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 물렸던 그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은 그는 그녀의 어깨 너머에 있는 클리브를 조용하게 바라보았다.
“잭. 당장 가요.”
“저 녀석 때문에 그런 건가?”
“…….”
“내보내. 지금 당장.”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지 않나? 조용하게 읊조리는 잭의 목소리는 분명 클리브에게도 들렸을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그의 의도였기에 잭은 이어서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돌려 여루의 목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여전히 붉고 선명했다. 하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