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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 노래의 왕자님

진구지 렌×타치바나 아야메 ​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오면 거리는 분주해진다. 흘러나오는 사랑 노래, 장식된 꽃들과 하트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그 장식의 주인공은 초콜릿이었다.

 

타치바나 아야메는 초콜릿을 좋아했다. 초콜릿뿐만 아니라 달콤한 것을 전반적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은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초콜릿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생일이 2월 14일인데다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하도 많이 받아 질렸다는 -조금은 재수없는- 이유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굳이 예쁘게 포장된 발렌타인 선물용 초콜릿을 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왠지 휩쓸려버려서, 정신을 차리자 그녀의 손에는 하트모양 상자에 정성스레 포장된 초콜릿이 들려있었다.

 

“어떡하지…”

 

자신이 먹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우정 초코로 주자니 자신의 남자 동료들은 팬들의 선물만으로 벅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손에 들린 초콜릿 상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주황색 하트모양 상자에 자주색 리본이 예쁘게 묶여있는 것이 자신들을 닮아서 손이 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질린 것뿐이지, 싫어하는 건 아니고. 한동안 안 먹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런 변명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렌이, 받아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소소해 보이지만 본인에게는 중대한 일을 갖게 되어 착잡한 마음을 안고, 그녀는 편지를 썼다. 생일 축하해, 발렌타인 선물이야. 그 두 마디가 왜 그리 어려운지,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마치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때처럼, 이 사람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어떻게 말해야 내게 웃어 줄까. 첫사랑이기에 느낄 수 있는 풋풋한 떨림. 좀처럼 써지지가 않았다. 결국 편지는 포기하고 직접 전해주며 말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발렌타인 데이의 아침이 밝아왔다.

“좋은 아침… 에엑?!”

“좋은 아침. 왜 그래?”

“손에 그거…”

 

그녀는 이제는 그 편지를 받을 상대와 동거한다는 사실을 까먹고는 휴지통에 편지들을 버렸고, 그것을 발견한 그가 휴지통에서 꺼내어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그, 그건 왜 꺼내고 그래! 버렸는데…”

“이걸 버리다니, 섭섭해. 귀여운 글들인데.”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 띄우곤 편지를 소리 내어 읽으려 하는 그를 제지하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초콜릿, 좋아해?”

“좋아하진 않아.”

“역시 그렇지…”

“하지만, 허니가 주는 거라면.”

 

그는 방송에서 말하고 다녀서 올해엔 초콜릿 안 왔거든, 이라고 덧붙이며 그녀에게 가볍게 입맞췄다. 그녀는 기쁜 듯 웃으며 초콜릿 상자를 내밀었다.

 

“나도 모르게 사버려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거든. 줄 사람도 없고, 내가 먹기도 그렇고… 그래서 받아줬음 해서…”

 

그는 상자를 받아 들고 초콜릿 하나를 꺼내 들어 쪽, 하고 입맞춘 뒤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녀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초콜릿을 베어 물었다.

 

“앗, 이거, 달아…”

“초콜릿은 원래 단 거 아냐?”

“그래도… 뭔가 다르게 단데.”

“글쎄, 이것 때문인가?”

 

자신의 입술을 톡톡 치는 그를 꼭 껴안은 그녀는 귀 끝이 살짝 빨개져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웃었다. 오늘은 분명 달콤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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