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체 / 앙상블 스타즈!
사카사키 나츠메×이츠키 시노
"………."
"………."
주방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흘러내렸다. 170cm쯤 되어보이는 어두운 청록색 머리카락의 남자와 140cm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분홍빛 머리칼의 여자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주방을 멍하게 쳐다보다 서로를 바라보았다. 갈색의 찐득한 액체가 바닥에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고 무언가에 쓰이는 재료들과 물건들이 싱크대에 처절하게 박혀 있었다. 딱 보아도 난장판, 누군가가 본다면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기겁할 정도. 두 남녀도 그것은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난장판을 쳐두었으니 빨리 정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여자가 한숨을 푹 쉬곤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걸어두었다.
"미쨩, 일단 정리하자."
"…응, 오시상이 와서 보면 분명 화낸데이…."
카게히라 미카, 그가 어두운 낯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이츠키 시노, 그녀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주방을 쳐다보았다. 이 일이 일어나기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이틀 전, 모든 것은 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언제나 나츠메에게 받아오기만 한 시노가 미안한 마음에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 해준다는 생각으로 같은 반의 나루카미 아라시에게 만드는 법을 받아 발렌타인 데이 전인 오늘, 같은 집에서 사는 카게히라 미카와 함께 초콜릿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 만드는 법은 아라시에게 받았고 간단해 보이기에 쉽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였다. 분명 받은 레시피대로 하였음에도 당당하게 실패한 초콜릿에 시노는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지었다.
주방을 이리 더럽혔으니 오빠는 물론이고 다른 오빠, 언니들에게도 혼날 것이 분명하니 시노와 미카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하였다.
*
시노는 눈앞에 있는 초콜릿들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오빠에게 부탁하기는 힘든 일이었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몇 번이고 도전하여 가까스로 성공 시켰지만 찌그러진 모양에 맛없어 보이는 초콜릿에 한숨을 푹 쉬었다. 새벽 1시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눈을 비비곤 초콜릿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포장을 하고 들고 가 선물만 해준다면 끝이었다. 주방의 불을 끄고 휴대폰의 불빛으로 더듬더듬 방을 찾아가 침대에 누운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초콜릿 같은 건 언제든지 살 수 있었지만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동안 받아만 왔으니까 선물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여 처음 도전 해본 것이었다. 기쁘게 받아준다면 그것 말고 바라는 것은 없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기도 전에 일어나 울리기 전의 알람을 끄고 비틀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가볍게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린 뒤 냉장고를 열어 초콜릿을 꺼내들었다. 포장만 하면 끝. 시노가 입 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었다.
*
……. 시노는 무척이나 난감해하고 있었다. 초콜릿을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 지 고민이었다. 사귀는 중이었지만 솔직하지 못 한 성격 탓에 언제나 나츠메에게 잘 대해주지 못하였고 나츠메에게 받기만 하였는데 그것이 미안한 탓에 이번 기회를 노렸다. 발렌타인 데이니까 주는 것이라고 하고 건네면 부끄러운 것도 없이 간단하게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인 마냥 지금 이 순간마저도 건네기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다. 모두가 있는 앞에서 건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따로 불러서? 나중에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주면 되는 걸까? 가방 안에 든 초콜릿을 껴안고 책상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시노!"
"헉."
문을 바라보자 웃으며 서 있는 나츠메가 눈에 보였다. 시노가 가방을 껴안고 나츠메에게 달려가자 나츠메는 등 뒤에 있는 중간 크기의 상자를 시노에게 건네었다.
"발렌타인 데이니까, 선물이야."
상자를 받아든 시노는 상자와 나츠메를 번갈아 보다 가방 안에서 예브게 포장 되어 있는 초콜릿을 건네었다. 그리 예쁘지 않은 모양의 엉망진창의 초콜릿을 조심스레 받아든 나츠메는 눈을 깜빡였다. 시노가 제 인형인 미드리움을 만지작거리다 가방에 얼굴을 파묻곤 입을 열었다.
『시노가 열심히 만든 초콜릿이야, 받아줄래?』
"…굳이 미드리움 씨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나츠메는 포장을 열어 초콜릿을 입에 넣곤 우물거리다 입을 열었다.
"맛있어."
"…진짜?"
"진짜."
"…다행이다."
시노의 웃음에 나츠메도 웃으며 시노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