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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난로

리들 로즈하트 드림

“아이렌, 괜찮니?”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림과 에듀스를 먼저 교실로 보낸 후 빌릴 책이 있어 도서관에 들렀던 아이렌은 갑자기 제게 말을 거는 리들의 물음에 고개를 기울였다.

 

“죄송한데, 혹시 저랑 관련해서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제가 어디 안 괜찮아 보이나. 딱히 나쁜 일도 없었고, 오히려 점심 식사로 맛있는 걸 먹어서 제대로 기분전환 한 상태였는데.

영문을 몰라 눈만 끔뻑거리는 아이렌의 태도에 안심한 듯 한숨 쉰 리들은 제가 그렇게 물은 이유를 밝혔다.

 

“너는 추위에 약하잖니. 어젯밤은 부쩍 추웠으니까, 잘 잤나 걱정되어서 물은 것뿐이야.”

“아하.”

 

무슨 일이 터진 걸까 긴장했는데, 그런 거였나.

리들의 세심한 배려에 저도 모르게 부드럽게 웃은 아이렌은 찾던 책을 꺼내 품에 안았다.

 

“아침에 감기약 먹고 나왔어요.”

“뭐?”

“그냥 몸살 기운이 조금 있어서 미리 먹어둔 거지, 아픈 건 아녜요. 예방하려고 먹은 거예요.”

 

괜찮은 척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 듯하다. 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안색과 안정된 호흡을 확인한 그는 후배의 말을 신뢰하기로 했으나, 걱정이 사그라든 건 아니었다.

 

‘담요 같은 걸 하나 선물해주는 게 좋을까.’

 

곧 크리스마스기도 하고, 어디서 들은 건데 여자는 하체를 따뜻하게 해야 좋다고 하니 이 정도 선물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아이렌은 받는 만큼 돌려줘야 하는 사람이고, 남이 챙겨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지나치게 독립적인 사람인 것 정도인가.

리들이 고민하는 사이, 곧바로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상대의 말을 기다리던 아이렌은 결국 침묵을 못 참고 제 쪽에서 말을 이었다.

 

“선배는 안 추우세요?”

“나는 괜찮단다. 장갑도 끼고 있어서 손도 시리지 않고.”

“흐음.”

 

의미를 알 수 없는 침음을 흘린 아이렌은 얇은 목도리를 한 자신과 달리 기본 교복만 걸친 리들을 위아래로 훑어보곤,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뭔가를 꺼내었다.

 

“이거, 하나 드릴게요.”

 

아이렌이 건넨 건 손바닥 크기의 흔들어 쓰는 핫팩이었다. 깔끔한 포장지 덕에 이렇게만 보아서는 무엇인지 짐작이 잘 가지 않는 물건을 받아든 리들은 설명서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며 물었다.

 

“이건?”

“손난로예요. 포장도 안 뜯은 새것이니까, 언제든 추워지면 쓰세요. 얼마 전에 대량 구매해서, 기숙사에 한 박스 있거든요.”

“네가 쓰지 않아도 되니?”

“제 건 교실에 또 있어요. 늘 서너 개씩 들고 다니거든요.”

 

그것참 바람직한 태도다. 유비무환이라고, 뭐든 잘 준비한다면 두려울 게 없긴 하지.

제가 추위 타는 사람의 온기를 빼앗는 게 아니라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을 터. 리들은 후배의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마워, 아이렌. 잘 쓰지.”

 

사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포장을 뜯기도 아까운 핫팩을 챙겨 넣은 리들은 벌써 안주머니가 따뜻해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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