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ppy Christmas
디어 크로울리 드림
괴상한 장식과 어느 위인의 사진이 마구잡이로 걸려있는 코벤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학원장실.
밖으로 나서기 전 거울을 보며 몸가짐을 단장하는 이셀라의 스마트폰에서, 옛날에 유행한 드라마의 OST가 울려 퍼진다.
‘누구지?’
이 시간에 전화라니. 역시 제 등장만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 중 한 명인가.
별생각 없이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그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게 전화를 건 것은 제 학생이 아닌, 저 멀리 현자의 섬에 있는 어느 남학교의 학원장이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전화를 가만 바라보던 이셀라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뭐야?”
「이셀라, 당신 사전에는 ‘여보세요’라는 말이 없습니까?」
“있긴 한데 네 사전에도 있는지는 몰라서.”
유치한 말싸움에 웃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7살 먹은 아이들처럼 진지하게 서로를 디스하는 두 남녀는 도무지 한 학교를 책임지는 학원장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곧 파티장에 가봐야 해서 바빠.”
「그러고 보니 코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전교생이 다 같이 모여 했지요.」
“우리 학교는 단합력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무엇보다, 인원수도 적어서 전부 모여도 크게 북적이지 않고. 4, 5학년은 대외활동이 바빠 불참하기도 하거든.”
「그거, 너무 허술한 단합력 아닙니까?」
“자율성이 있어야 단합이지. 자율성이 없다면 통제라고, 크로울리.”
그 말에는 동의하는 걸까. 크로울리는 ‘으음’하고 침음 할 뿐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왜 전화했어? 나 지금 나가지 않으면 7학년 학생 대표가 잔소리하러 올 거라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학생에게 잔소리나 듣다니, 당신도 여전하군요.」
“……너, 네 평판을 전혀 모르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다. 모르는 게 약이지.”
자신이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을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학교의 전반적 분위기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우수한 악동인 소년들은 대부분 학원장, 그러니까 크로울리를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걸 익히 들어 아는 그는 사실을 말해줄까 하다가 입을 닫았다.
어차피 말해줘 봐야, ‘저같이 상냥한 사람이 왜 그런 소리를 듣는 겁니까!’ 같은 소리나 하겠지. 지금은 이 원수 같은 녀석과 말장난할 틈이 없는 이셀라는 얼른 할 말이나 하라고 재촉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떼려는 사이.
크로울리가 먼저 침묵을 깨고 통화의 목적을 밝혔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십시오, 이셀라.」
“뭐?”
「다음에 또 밥이라도 먹지요. 전에 사준 그 연어 스테이크는 맛있었습니다.」
기분 탓일까. 통화를 끊기 전, 웃음소리가 들린 것도 같은데.
이셀라는 통화 종료 화면만 보여주는 스마트폰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뭐야?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갑자기 이렇게 달게 구는 이유가 뭔가. 자신들이 긴 세월 동안 지지고 볶고, 이런 짓도 저런 짓도 한 사이지만, ‘요즘’은 그런 시기가 아니지 않은가.
‘아닌데? 분명 2년 전 즈음 이럴 거면 관두자고 한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술김에 다시 사귀자고 했나?’
사귀고 깨지고 다시 사귀고 헤어지고를 너무 반복해서 이젠 자기들이 어떤 사이인지도 오락가락하는 이셀라는 얼른 파티장에 가야한다는 것도 잊고 멍하니 스마트폰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