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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주도

듀스 스페이드 드림

“됐다!”

 

듀스는 의자에서 내려온 후 뻐근한 몸을 기지개로 풀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덕분일까. 벽에 건 꼬마전구는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예뻐 보였다.

 

“아이렌, 어때?”

“예쁘다! 도와줘서 고마워, 듀스!”

 

처음엔 왜 전구에 불이 안 들어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러 간 것뿐인데, 기계 속 엉킨 전선도 풀어 주고 직접 설치까지 해줄 줄이야. 듀스의 따뜻한 배려에 벽난로를 켜지 않았는데도 추위가 한결 가신 아이렌은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그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팔짱을 낀 채 반쯤 뜬 눈으로 작업을 보고 있던 그림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이걸 하자고 아침부터 난리 친 거냐고.”

“그림은 낭만이 없네. 크리스마스 하면 역시 꼬마전구지.”

“흥, 먹는 것도 아닌데 뭐가 좋냐고.”

 

하지만 입과 코가 씰룩거리는 걸 보니, 마냥 싫은 건 아닌 것 같다.

누군가를 놀릴 때면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아이렌과 듀스는 바짝 붙어 서서 그림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도 꽤 들뜬 거 같은데, 그림?”

“맞아.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후낫! 아니라고! 누가 애인 줄 아냐고!”

 

이런 걸 인정한다고 해서 부끄러운 게 아닌데, 뭘 그렇게 질색하는 걸까.

그림은 발까지 구르며 두 사람의 말을 부정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파트너는 마수를 다루는 것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한쪽 눈썹을 까딱인 아이렌은 들으라는 듯 듀스에게 권했다.

 

“맞아, 어제 진저 쿠키 사놨는데. 듀스, 먹고 갈래?”

“진저 쿠키!?”

 

저 말에 대답한 건 듀스가 아니었다.

먹을 것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안색이 싹 바뀐 그림은 꼬리를 붕붕 흔들며 손을 들었다.

 

“이 몸, 이 몸이 가져오겠다고! 어디 있냣?!”

“부엌 냉장고 옆에 있어.”

“좋아, 당장 가져오겠다고!!”

 

네 발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그림의 뒷모습이 참으로 절박해 보인다.

동급생의 식탐을 잘 아는 듀스는 걱정스레 물었다.

 

“그림에게 맡겨도 되는 거야?”

“만약을 위해 반으로 나눠서 보관해 뒀으니 걱정하지 마.”

“……요, 용의주도하구나.”

 

그렇게 된다면 조금 먹고 가져오든 다 먹어버리든 상관없게 되려나. 제 파트너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아이렌의 선구안에 소리죽여 웃은 듀스는 제가 고쳐 걸어놓은 꼬마전구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불이 켜진 것도 보고 싶으니, 저녁에 또 올까.’

 

그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려나. 듀스는 제가 너무 티를 내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망설였지만, 아이렌은 그 망설임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두 손으로 살그머니 듀스의 한쪽 팔을 안은 아이렌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속삭였다.

 

“도와줘서 고마워, 듀스. 이제 이 장식을 볼 때 마다 듀스가 생각날 거 같네.”

“어? 으응. 어……. 뭘 이 정도로.”

 

나중에 다시 와도 되겠다. 아니, 밤까지 있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목부터 정수리까지 순식간에 새빨간 색으로 물이 든 듀스는 계속해서 코밑을 손등으로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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