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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좋아?

케이터 다이아몬드 드림

[ >> | 케이터, 이 셋 중에서 뭐가 제일 나랑 잘 어울려? 학교 크리스마스 파티 때 입을 건데. ]

 

‘아, 또 시작이네.’ 여느 때처럼 밴드부에 모여 부원들과 10분 연습 후 50분 티 타임을 가지고 있던 케이터는 블라섬에게 온 메시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였던가. 블라섬은 자주 제게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곤 했다. 그리고 그 고민 중 선택의 부담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것은 거의 없었으니, 케이터는 가끔 이런 질문이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어도 웃으며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몇 없는, 아니, 유일한 소꿉친구가 주로 물어보는 것은 패션에 관한 게 많았다. 사고 싶은 가방의 색이 고민된다던가, 비슷한 디자인의 반지 중 뭐가 더 귀여운지 모르겠다던가, 머리를 자를까 말까 하는 그런 것들. 그리고 가끔은 SNS에 유행하는 심리테스트 같은 걸 묻기도 했고, ‘남학교, 혹은 남학생은 진짜 이래?’ 같은 걸 물을 뿐이니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엑…….”

 

그러나 이번 사항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케이터는 메시지 속 첨부된 사진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릴 내었다. 블라섬이 보낸 크리스마스 파티 의상이라는 것들이, 죄다 위도 아래도 길이가 애매한 미니 드레스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걸 입는다고? 학교에서? 아니, 뭐 여자애들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솔직히 그렇게 노출이 심한 건 아니다. 과시하길 좋아하는 마지카메 사용자 중에선 이것보다 더 아슬아슬한 옷을 입는 사람들도 널렸으니까. 오히려 이 정도면 멋스럽고 유행에 맞는, 정석적인 선택지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케이터는 제 친구에게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 주고 싶진 않았다. 설령, 상대가 재학하는 곳이 여학교이며 학교 행사 때 외부인도 출입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어떤 걸 골라도 ‘이건 좀’이라는 마음이 드는 케이터는 결국 선택을 회피해 버렸다.

 

[ << | 셋 다 예쁘네~! ]

[ >> | 진지하게 골라 줘! 성의없이 그게 뭐야? 【・ヘ・?】 ]

[ << | 하지만 다 잘 어울릴 거 같은데? ]

[ >> | 그래도 제일 나은 건 있을 거 아냐. 빨리 대답 안 해도 되니 솔직하게 의견 말해. ]

 

솔직하게 말하라고? 그럼 셋 다 포기하고 천을 더 많이 쓴 드레스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대답은 별로 현명한 대처도 아닐 테고, 오히려 제 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꼴이 될 테니 마음속에만 담아둬야겠지.

 

‘그럼, 최대한 노출 없는 걸로…….’

 

원래 투표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고르는 것이라고 누가 그러지 않았나.

세 후보를 찬찬히 살펴본 케이터는 상대적으로 치마 길이가 더 길고, 어깨도 덜 드러나는 옷을 선택했다.

 

[ << | 그럼 2번일까? ]

[ >> | 그래? OK 고마워. (. + ·`ω · ') ]

 

정말 셋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 주기만 하면 괜찮았던 걸까. 아니면 이대로 의견만 묻고 자기 마음대로 골라 입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블라섬이 만족한 듯하니 잘 됐다고 생각한 케이터는 땅이 꺼지게 한숨 쉬었다.

 

‘여학교라 다행이다.’

 

그리고 블라섬도 제 말을 들어줘서 다행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그는 말없이 차만 홀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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