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스 파이
레오나 킹스카라 드림
“선배, 이거 드실래요?”
아이렌이 내민 종이 상자에서는 고소한 향이 확 풍겼다. 뭐가 들어있는지 정확하겐 알 수 없지만, 익은 단백질의 향과 불을 쬔 탄수화물의 향이 느껴지는 걸 보니 어떤 음식이 들어있는지는 대충 알 거 같기도 하다.
“뭔데 이게?”
“다진 고기를 넣은 파이요. 크리스마스에 만들어 먹어야지 싶어서 미리 연습 겸 만들어봤는데, 꽤 나쁘지 않은 거 같아서 여기저기 나눠주고 있어요.”
“러기가 좋아할 것 같군.”
“안 그래도 맛있다고 잔뜩 드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전부 주지 않고 굳이 하나 남겨서 제게 주러 온 건가. 가끔 생각하지만,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하여도 퍽 귀여운 면이 있지 않나.
눈썹을 까딱이며 씩 웃은 레오나는 가볍게 손을 까딱였다.
“하나 줘봐.”
“예.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넘겨받은 종이 상자를 열자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고기파이가 들어있다. 일단 겉보기에는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평소 아이렌의 요리 실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레오나는 별 의심 없이 파이를 들어, 포장 종이를 대충 벗겨 한 입 베어 물었다.
“어때요? 맛있어요?”
입에 넣고 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 성급하게 묻나. 제 반응을 살피는 아이렌을 보고 있자니 괜히 우스워진 레오나는 내용물을 얼른 삼키고 대꾸해 주었다. 예상대로라고 할까. 파이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이만하면 마스터 셰프 과정에서 7점은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나쁘지 않네.”
“맛있나 보네요.”
“하, 자기 좋을 대로 듣는군.”
“선배는 맛없으면 솔직하게 말해주실 분이니까요. 그 점이 좋고요.”
실실 웃으며 말하는 얼굴에선 악의란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파이를 마저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레오나는 자신을 흐뭇하게 보는 아이렌에게서 ‘모성애’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코웃음 쳤다. 분명 저쪽이 족히 4살은 어린데, 눈빛만 보면 무슨 자식을 위해 사냥을 해온 어미 맹수 같지 않나.
제가 먹는 것만 봐도 좋다는 듯 미소가 귀에 걸린 후배의 시선이 괜히 껄끄럽게 느껴진다. 얼른 파이를 먹어 치운 그는 슬쩍 시선을 피해버렸다.
“크리스마스에도 구울 거라고?”
“예. 다들 자기 기숙사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 같지만, 찾아와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눠 먹게요.”
“내 것도 남겨놓도록 해. 찾아가든, 러기를 시켜 가져오게 하든 할 테니.”
아이렌은 소리 내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레오나를 빤히 바라보며 누가 봐도 들뜬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지.
아, 누가 보면 제 쪽에서 선물을 주는 건 줄 알겠다.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기뻐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레오나는 상대의 기쁨이 이해가 가지 않아 꼬리만 휘휘 저었다.
아이렌은 카림과는 달리 모두에게 가진 걸 베풀 만큼 사교적이거나 개방적이지 못했다. 저 자신이 가진 물질과 정신 에너지가 한정되어있음을 알고, 소수의 사람에게만 열과 성을 다하는 효율적인 헌신을 보였지. 심지어 그렇게나 애착을 보이다가도, 돌연 변덕스럽게 등을 돌리는 게 그였다.
그런 불안정한, 그러나 한정적이고 강렬한 애정을 제게 떠넘기다니. 이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지고, 겁 없는 후배인가. 자신보다 작고 어리지만 절대 저 목을 쉽게 물어뜯을 수 없는 상대를 지그시 보던 레오나는 볼멘소리를 중얼거렸다.
“뭐가 그렇게 즐겁지?”
“아뇨.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싶어서요. 더 맛있게 만들게요.”
‘쯧.’ 혀를 찬 그는 앉은 자세를 고칠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