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터
러기 붓치 드림
“아이렌 군, 진심임까?”
“예.”
“……그걸 입으라고요?”
“그렇게 이상해요?”
아니, 이건 이상하다기보다는 좀 지나치게 귀엽지 않나.
러기는 아이렌이 내민 스웨터를 훑어보며 귀를 쫑긋거렸다. 제 앞에 놓인 흰색 스웨터에는 호랑가시나무 무늬와 실루엣뿐인 루돌프가 아기자기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대뜸 기숙사로 찾아와서 선물이 있다기에 뭔가 했는데, 설마 이런 걸 내밀 줄 어찌 알았겠나.
제가 입기엔 좀 지나치게 귀여워 보이는 스웨터를 보며 착잡해진 러기는 할 말을 잃고 마른세수했다.
‘이 정도면 양반인가? 아니 그래도…….’
흔히 말하는 어글리 스웨터에 비하면 이 스웨터는 매우 양반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렌이 입으면 적당히 귀엽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17살이나 먹은 남학생이 입기엔, 역시 좀 그런 것 같다.
러기가 눈에 띄게 망설이고 있자, 아이렌은 눈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싫으시면 강제로 드리진 않을게요. 이거, 원 플러스 원이 행사할 때 사서 똑같은 게 두 벌 있는데 저랑 키가 비슷한 분 중 떠오르는 사람이 몇 없더라고요. 옷 자체는 넉넉한 크기라 남자가 입어도 될 거 같은데.”
“아…….”
확실히, 아이렌은 여자치곤 큰 편이지만 아이렌이랑 키나 덩치가 비슷한 사람은 많지 않지. 그 설명을 듣고 나자 러기의 머릿속에서 문득 ‘몇 없는’ 옷의 후보들이 떠올랐다.
‘에이스 군이나 듀스 군, 거기에……. 조금 더 큰 사람까지 치면 쟈밀 군까진 들어가려나? 작은 쪽으로 치면 카림 군이나…….’
자신 말고도 이 옷을 줄만 한 사람은 한 손안에 들 만큼은 있다. 그중에서 제게 가장 먼저 찾아온 거라면, 역시 기회를 잡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어떻게 제일 먼저 찾아온 걸 아느냐고? 그거야 당연하지. 저기 후보 중 아이렌의 스웨터를 거절할 만한 녀석이 있는가? 에이스랑 듀스는 덥석 받아 갔을 거고, 쟈밀도 처음엔 질색했을지라도 다른 놈에게 주느니 제가 가져갈 테고, 카림은 호의를 거절할 줄 모르는 호인 아닌가.
“아이렌 군은 그거 입고 다니려고 산 거죠?”
“당연하죠. 입을 게 아니면 왜 사겠어요?”
“아니, 크리스마스 날만 입을 수도 있으니까여.”
“평소에도 입을 거예요. 저는 진짜 귀엽다고 생각해서 산 건데…….”
그거야 당연하지. 시커먼 사내놈들이 입으면 안 귀엽겠지만, 귀여운 사람이 입으면 당연히 귀여울 거다. 사실 아이렌은 귀엽다는 말보다는 어른스럽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러기는 결국 스웨터를 받아 갔다.
“잘 입을게여.”
“억지로 받으시는 거 아녜요?”
“아니, 그건 아니고……. 제가 왜 공짜로 받는 걸 싫어하겠슴까?! 그냥 제가 입기엔 좀 귀엽지 않나 하는 것 뿐이져.”
“선배는 귀여우니까 괜찮아요.”
자기보고 귀엽다고 하는 건 할머니 정도뿐인데. 키가 비슷하다고 해도 저쪽이 후배인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귀엽다는 말을 듣다니.
하지만 귀여움받는 건 썩 나쁘지 않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특권 아니겠는가. 러기는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옷을 챙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