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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잭 하울 드림

잭은 제 꼬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에 귀를 쫑긋거렸다.

‘추운데 10분만 꼬리 빌려줘.’라고 말했던 건 분명 한참 전이었던 것 같은데, 왜 아이렌은 아직 제 꼬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꼬리 털을 빗겨 주는 손길에 간지러움을 참기 힘든 그는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아이렌,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곤란해하는 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아이렌이 손을 멈춘다.

제가 생각해도 좀 오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잠깐 고민하던 그는 잭에게 대뜸 엉뚱한 소릴 했다.

 

“잭. 역시 이 꼬리 나 주라.”

“나 참,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건 내 몸의 일부라고.”

“그럼 잭을 가져가면 되겠네. 겨울 동안만 같이 지내자.”

 

킥킥거리며 웃은 아이렌이 껴안고 있던 꼬리를 무릎 위로 올린다. 한결 갑갑함이 사라진 꼬리를 가볍게 흔든 잭은 아무렇지 않게 태평한 소릴 하는 아이렌을 보며 한숨 쉬었다.

 

‘뭐, 아예 수인족이라는 게 없는 곳에서 왔으니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제 꼬리를 좋아해 주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꼬리 때문에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말은 자칫 위험하게 들리지 않나. 수인족에게 있어 귀나 꼬리, 뿔 같은 건 여러 차별과 대상화 때문에 소소하게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인간 외의 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아예 마법조차 없는 곳에서 온 아이렌이 뭘 알겠나. 게다가 다른 수인들에게도 이러는 게 아니라, 제게만 이런 소릴 하는 거니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입을 다문 잭이 기분 상한 것처럼 보였던 걸까. 아이렌은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많이 불편해?”

“불편하다기보단 민망하다만.”

“민망해?”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내 몸의 일부라고. 반대로 생각해 봐. 내가 종일 널 껴안고 있으면 민망하지 않겠어?”

 

이것 이상의 적절한 비유는 없다. 그러니까 아이렌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러나 잭의 생각과 달리 아이렌은 두 눈을 빛내며 잭과 마주 보도록 몸을 기울였다.

 

“따뜻하겠다, 그거.”

“뭐?”

“나는 이득이지. 말 나온 김에 반대로 할까?”

 

꼬리를 완전히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렌은 잭의 정면으로 와 두 팔을 벌렸다. 아니, 가만히 품을 열고 서 있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겁도 없이 그 품에 파고들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든 잭은 제게 안겨드는 따뜻한 몸에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확 뺐다.

 

“넌 여자애가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뭐, 뭐야. 왜 혼내는 거야?”

“하아…….”

 

다른 남자에게도 이렇게 안기려 드는 건 아니겠지. 아니, 레오나에게 하는 걸 보면 이미 충분히 그러는 거 같은데. 세상엔 좋은 남자도 많지만 나쁜 남자도 많고, 특히 이 학교에는 불량한 녀석이 한가득 있다. 그런데도 마력도, 날카로운 이나 발톱도 없는 주제에 너무 조심성이 없는 아이렌을 보고 있자니 의지와 상관없이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잭은 완전히 상대를 밀어내는 대신, 어중간하게 아이렌을 무릎 위에 앉혀두고 마른세수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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