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담요
플로이드 리치 드림
“아기새우야, 따뜻해?”
“네.”
“헤에, 얼마나?”
“이대로 평생 살고 싶어요. 아니, 봄이 올 때까지만…….”
“흐음. 그 정도야?”
더는 목소리를 내기도 귀찮은 걸까. 아이렌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플로이드는 자신의 품에서 무기력하게 안긴 채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렌을 보며 히죽 웃었다. 평소에도 무릎 위에 앉혀 껴안고 있으면 저항 한번 않고 가만히 있긴 하지만, 오늘따라 더 얌전하게 있는 건 분명 새로 산 담요 덕분이겠지.
전원만 켜면 따뜻한 열이 오르는 이 전기담요는, 수온이 차가운 곳에서 태어나 자란 플로이드에겐 솔직히 크게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추위에 쥐약인 아이렌에게는 달랐으니, 방과 후 ‘좋은 걸 샀으니 써봐라’라며 기숙사로 상대를 끌고 온 플로이드는 냅다 제 아기새우를 전기담요로 둘러싼 후 전원을 켰다.
그리고 그 결과, 아이렌은 그대로 흐물흐물 녹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온몸이 뜨끈해진 상대를 껴안은 채 기숙사 담화실 소파에 앉아있는 플로이드는 제가 상상한 대로, 아니 그 이상의 기호성을 보이는 아이렌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대로면 익어버리는 거 아냐? 아, 새우구이 먹고 싶다.”
“혹시 절 잡아먹는다면, 아프지 않게 한입에 먹어주세요.”
“아하하! 뭐야 그게? ……흐음, 근데 아기새우는 한입에 다 안 들어올 거 같은데.”
자신에 비하면 한참 작은 아이렌이지만, 그래도 역시 한 입에는 안 들어오겠지. 자신과 동갑인 리들이나 카림은 물론, 3학년인 릴리아 보다도 크지 않나?
그렇다면 몇 번 정도 베어 물어야 입에 다 들어올까. 3번? 아니면 4번?
“저기, 뭐 해요. 선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품 안의 몸에 볼을 비비고 있자니, 뒤쪽에서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아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플로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방금 막 귀가 한 것인지, 얼떨떨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멜로드는 아이렌과 플로이드를 힐끔힐끔 번갈아 보았다.
“보면 몰라?”
“모르겠으니 물어본 건데요……. 아이렌은 왜 여기 있고?”
“잡혀 왔어.”
담백하게 진실을 말한 아이렌은 작게 하품했다. 보아하니, 따끈따끈한 담요와 플로이드의 손길 때문에 슬슬 졸음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상대가 몸에 두른 알록달록한 담요가 전기담요임을 눈치챈 멜로드는 흥미를 갖고 다가왔다.
“처음 보는 담요인데, 아이렌 네 거야?”
“플로이드 선배 거야.”
“엑, 진짜?”
“응.”
제 선배가 추위를 그렇게 타는 사람, 아니, 인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멜로드가 사실이냐고 묻는 듯 플로이드를 보자, 어깨를 으쓱인 그가 아이렌의 대답을 정정했다.
“이제 아기새우 거야. 돌아갈 때 줄 거니까.”
“아, 네…….”
평소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기분 따라 아이렌을 끌고 다녀서 주변을 헷갈리게 해도, 이럴 때 보면 기본적으로 참 상대를 좋아하는구나 싶단 말이지. 물론 그 애착이 성숙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욕이나 원초적인 애착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사랑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사랑 아닌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둘을 보며 좋은 구경 한다는 듯 히죽거리던 멜로드는 방으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괜히 근처를 맴돌았다.
“이러다 아이렌 녹겠어요, 선배.”
“아. 녹으면 한입에 들어가겠다.”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아니, 물론 농담이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플로이드가 저런 소리를 하면 덩말로 아이렌을 삼켜버릴 거 같단 말이지. 멜로드는 날카로운 플로이드의 치아를 떠올리곤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런 치아라면, 솔직히 사람도 씹을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쨌든, 사감이랑 부사감이 이 모습을 보면 질투할 테니까 적당히 해두세요.”
“질투를 왜 해? 아기새우는 원래 내 건데.”
“와…….”
하여간 대단한 선배다. 문제는 저건 허세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라는 거지. 아이렌이 만인의 연인이라 해도, 그의 최우선이 누구인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으니 말이다.
그럼, 닭살 커플이 좋은 시간 보낼 수 있게 자신은 이만 빠져 줘야지.
멜로드는 부디 아이렌이 중간에 깨서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며 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