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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스튜를

쟈밀 바이퍼 드림

“어때?”

“마히어오.”

“……입에 음식 넣은 채로 말하지 마.”

 

쟈밀의 가벼운 핀잔에 아이렌이 멋쩍게 웃으며 씹고 있던 내용물을 꿀꺽 삼켰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아 수저를 저을 때마다 김이 올라오는 쟈밀의 비프스튜는 추위를 잊게 만들기엔 딱 좋았다. 입안의 감칠맛을 음미하듯 입술을 오물거리던 아이렌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새삼스럽지만, 선배 정말 요리 잘하신다.”

“그거 고맙네.”

“역시 선배에게 시집가야겠다.”

 

이젠 저 소리를 너무 들어서 장난인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고 있던 쟈밀은 작게 한숨 쉬더니,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럼 너, 내가 요리 못하면 시집 안 올 거냐?”

 

보통은 ‘그러던가’라고 은근슬쩍 받아주던가 ‘그렇게까지 칭찬 안 해도 된다’라고 멋쩍어했지만, 언제까지 장난에 당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쟈밀의 다소 짓궂은 장난에 숟가락질을 멈춘 아이렌은 눈만 깜빡이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선배 얼굴이라면 하루에 냄비 세 개 태워 먹어도 가야죠.”

“얼굴이 중요한 거냐고…….”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선배는 잘생겼고 능력 있으니 요리 정도는 못 해도 되는 데 요리도 잘하시잖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칭찬을 쏟아붓는 건 여전하다. 쟈밀은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아이렌 때문에 마른세수를 했다. 차라리 대놓고 아부하는 거였으면 모르겠는데, 반박은 거절한다는 듯 진지하게 대꾸하는 꼴이란.

다른 녀석들에게도 늘 이렇게 진지하게 칭찬하겠지. 그걸 생각하면 조금 속이 쓰리지만, 그래도 칭찬을 외면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입맛을 맞추는 건 까다로운 일이고, 입맛을 길들여 놓는 것만큼 확실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없지 않던가.

제가 만든 요리를 깨끗하게 비워가는 아이렌의 모습에 감출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 쟈밀은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며 대꾸했다.

 

“다음에 또 먹고 싶으면 말하고.”

“레시피 알려주시게요?”

“됐어. 해주러 올게. 조리법이 같다고 다 같은 맛이 나는 건 아니니 말이야.”

 

요리라는 건 결국 기술이다. 아이렌의 요리 솜씨는 나쁘지 않지만, 가끔 자기가 먹는 건 대충 조리하는 걸 보면 직접 해줘야만 할 것 같다. 남에게 대접할 때는 정성을 다 해도, 아침에 바쁘다고 타기 직전까지 구운 빵에 아무 잼이나 발라 먹고 온 걸 생각하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단 말이다.

쟈밀의 살뜰한 대우에 수저만 오물거리던 아이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지금 결혼해버릴까?”

“학원장이 들으면 기절하겠군.”

“하하.”

 

하지만 뭐, 학원장만 눈감아 주면 그냥 저질러 버려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겨울엔 매일 따뜻한 국물 요리를 해주고, 여름엔 시원한 음료도 만들어 주며 알콩달콩 지낼 텐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쟈밀은 다음에는 아이렌에게 뭘 만들어 줄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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