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코트

빌 셴하이트 드림

어느 평화로운 날의 오후, 폼피오레 기숙사의 담화실.

빌이 가져온 유명 패션 잡지의 12월호를 보던 아이렌은 빌이 모델로 나온 광고를 보곤 순수하게 감탄했다.

 

“와!”

 

평소엔 교복 차림이나 기숙사복 차림을 많이 봐서 그런 걸까. 유명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있는 빌은 꼭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평소에도 잘생긴 건 잘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꾸미고 나니 아예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로 보인다고 할까.

이대로 박물관으로 가져가도 될 것 같은 근사한 빌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아이렌이 진심을 담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잘생겼다.”

“뭘 당연한 말을 하는 거니?”

“그럼 이제 하지 말까요?”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한 대꾸에 빌이 미간을 구겼다. 그 즉각적인 반응에 괜히 겁을 먹고 어깨를 움츠린 아이렌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아예 말을 돌려버렸다.

 

“이 코트 따뜻해 보이는데, 어땠어요?”

“나쁘지 않았어. 한겨울에 입기엔 좀 얇지만 초겨울이나 늦가을 즈음에 입긴 좋다고 할까.”

“흐음.”

 

평소라면 제 얼굴 위주로 우선 훑어본 후 마지막으로 사진 전체를 감상하고 잡지를 덮는 아이렌인데. 오늘은 어째 진지하게 화보를 보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아까 물은 코트를 입고 찍은 사진만 보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 옷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빌은 슬쩍 아이렌의 뒤로 다가가 물었다.

 

“마음에 드니?”

“예. 이 사진 예쁘네요.”

“아니, 코트 말이야. 내 사진이야 당연히 마음에 들겠지.”

 

저 자신감을 보라. 아이렌은 넘치는 상대의 자기애에 탄식했지만, 그걸 반박하진 않았다. 맞는 말에 반박하는 건 거짓말을 하는 꼴이 되지 않나. 빌이라면 파파라치 사진도 아름다울 걸 아는 아이렌은 헛웃음만 흘리다가 능청을 떨었다.

 

“예쁘네요. 선배가 입어서 그런가.”

 

마음에 든다는 소리구나.

어느새 아이렌의 돌려 말하기 기술에 완전히 익숙해진 빌은 눈대중으로 아이렌의 치수를 생각해 보았다. 이 정도 키에 체격이라면, 아마…….

 

‘……그 사이즈면 맞겠지.’

 

아이렌의 신상 정보 같은 건 모르지만, 옷에 대한 건 제가 제일 잘 안다. 자신의 눈썰미를 믿는 그는 제가 입은 색상 외에 어떤 색이 가장 아이렌과 잘 어울릴지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며 슬쩍 웃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