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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오르토 슈라우드 드림

“레르네, 정말 안 가봐도 돼?”

「괜찮아요.」

“하지만 모두가 모이는 크리스마스 파티잖아. 레르네만 빠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저 말고도 빠지는 학생이 꽤 있으니까 정말 괜찮아요.」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변명 같은데.

오르토는 화면 너머로 보이는 무덤덤한 레르네의 표정에서 이데아를 떠올리고 한숨 쉬었다.

 

“형도 그렇고, 르니안도 그렇고, 우리 쪽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걸까?”

「천재는 원래 고독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천재가 아니지만.」

“그런가? 나는 레르네도 아주 우수하다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긴 하지만, 누가 봐도 어색한 미소다. 인간의 감각이 아닌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상대의 기분을 파악한 오르토는 쉽게 다음 대화를 생성해내지 못했다.

상대와 함께 자라온 오르토는 어째서 레르네가 이 칭찬에 마음 편히 기뻐하지 못하는지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이들만 모인 탄식의 섬. 그 안에서도 제 형인 이데아는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천재였고, 레르네의 오빠이자 자신들의 방계 친척인 르니안 또한 천재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인간이었으니까.

더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자신은 논외로 치더라도, 레르네는 두 연장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우수했으니 남들이 아무리 똑똑하다 해줘도 받아들일 수 없는 거겠지. 분명 고향 밖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지능을 평가하자면, 상대 또한 대단히 우수한 인재일 텐데도 말이다.

 

「그런데, 도련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아까부터 자꾸 이동하고 계신 것 같은데.」

“후후, 궁금해?”

 

오르토는 짓궂게 웃을 뿐, 제대로 된 상황을 설명해 주진 않았다.

기숙사를 나와 거울을 방까지 지나온 그는 영상통화의 화질을 조정하더니,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흔들리는 화면과 빠르게 바뀌는 배경. 명백하게 이상한 상황에 당황한 레르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화면 가까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오르토 도련님?」

 

그렇게 얼마나 날아올랐을까. 혹시 바람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해져 상대의 귀를 괴롭게 할까 봐 일부러 소리를 차단한 채 날아올랐던 오르토가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본 그는 꺼두었던 마이크를 켠 후, 카메라를 조정해 밤하늘이 잘 보이게 고정했다.

 

“레르네, 잘 보여?”

 

날씨가 맑은 덕분에 오늘 밤은 별이 참 잘 보였다. 별자리도 보이고, 달도 보이고, 희미하지만 다른 행성들도 보인다.

아마 맨눈으로는 이렇게 밤하늘을 자세히 볼 수 없겠지.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레르네가 지금 재학 중인 코벤 유니버시티 칼리지는 산중에 있어 야간 비행은 힘들다 들었다.

그러니 아마, 우주를 좋아하는 레르네라면 이 풍경에 기뻐해 주지 않을까. 웬만해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밤하늘이니까 말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레르네! 별건 아니지만, 내가 주는 선물이야!”

 

오르토의 생각이 먹힌 걸까. 무감각하게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은 채 화면만 바라보던 레르네가,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어릴 때와는 달리 활짝 웃어주지는 않았지만, 늘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가 이 정도라도 웃어주는 건 기적이라 봐도 좋지 않을까. 제 머리 위의 별들보다 반짝거리는 레르네의 미소에 뿌듯함을 느낀 오르토의 푸른 머리카락 끝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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