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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요

롤로 프람 드림

모두가 들뜬 크리스마스의 저녁. 노블 벨 칼리지의 학생회장실에는 오늘도 벽난로가 요란하게 타오르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자신 앞으로 온 크리스마스카드들을 확인하던 롤로는 다른 모든 카드는 한쪽으로 밀어둔 채, 먼 곳에서 온 카드 하나만을 따로 빼내어 살폈다.

 

‘정말로 보내왔군.’

 

오늘을 기념하여 나온 듯한 우표가 붙은 그 카드는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서 온 것이었다.

본래라면 자신과 연락할 인물은 없어야 할 곳에서 이리 편지가 온 것은, 모두 저번 교류회 때 있었던 일 덕분이었지.

 

‘하긴, 나도 보냈으니 별나게 생각하는 것은 자승자박인가.’

 

이렇게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는 일도 이제 익숙해져 버렸다. 처음에는 답장이 망설여졌던 거 같기도 한데, 어느샌가 편지가 오지 않으면 괜히 신경이 쓰여 빈 편지지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차라리 먼저 연락해 볼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어쩐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다.

아직도 자신의 코앞에서 조잘조잘 떠들던 아이렌의 목소리가 선명한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상대가 보낸 카드를 봉투에서 꺼냈다.

붉은색과 녹색으로 꾸며진 카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나지만, 루돌프나 산타클로스 같은 요란하고 익살맞은 그림은 그려져 있지 않아서 참으로 정갈해 보였다. 그야말로 그 여자 다운 선택이다. 그런 생각이 든 롤로였다.

과연 내용은 뭐라고 적었을까. 언제나처럼 장문의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을까.

기대인지 걱정인지 모를 마음으로 접혀있는 카드를 열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그를 방해해 왔다.

 

“회장, 안에 계신가요?”

 

아, 이 목소리는.

면식이 있는 이의 목소리에 작게 한숨 쉰 그는 카드를 봉투 안에 도로 넣고 답했다.

 

“들어오십시오.”

 

조심스럽게 열린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 이는 학생회 소속의 1학년 후배였다.

크리스마스라고 들뜬 걸까. 평소에도 웃는 상이긴 하지만 한층 더 밝아 보이는 얼굴의 매튜는 정중하게 인사 후 안으로 발을 들었다.

 

“매튜 군.”

“조금 있으면 파티가 시작되는데, 다들 회장만 기다리고 있어요.”

 

아, 그래. 얼마 전부터 요란하게 준비하던 그 크리스마스 파티 말인가. 그런 요란한 곳은 딱 질색인데, 귀찮기도 하지.

딱히 다른 이들, 특히 마법사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는 롤로는 손수건으로 일그러지는 입매를 가리며 답했다.

 

“저는 조금 있다가 가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으음, 오시긴 하나요? 혹시 시간이 안 난다면, 제가 잘 변명해놓겠습니다.”

 

저 말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롤로가 눈썹을 까딱이며 매튜를 보자, 심성 고운 후배는 원하는 대로 말해보라는 듯 눈을 빛냈다.

성실하고 다정한 이 후배는 자신을 억지로 파티에 권할 성격은 아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이는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 배려 정도는 몸에 익은 듯했으니, 조금은 이용해도 되지 않을까.

롤로는 슬쩍 고개를 저은 후 입을 가렸던 손을 거두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회장!”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매튜는 그대로 나가버린다.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후배의 등을 가만 지켜보던 롤로는 쓴웃음과 함께 아이렌의 카드를 다시 꺼냈다.

 

‘눈치가 빠른 건지, 말을 잘 듣는 건지.’

 

물론 본직이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제 말을 잘 듣고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니까.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되찾은 그는 카드를 열어 첫 문장을 읽어보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허무하기도 하지.”

 

보고 싶어요, 선배.

인사보다 먼저 쓰인 그 말은 진심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간교일까. 그리고 거기에 ‘나도 그러하다’라는 마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롤로는 정말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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