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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햇살이 부드럽게 비춰왔고, 바람은 기분 좋게 살랑였다. 어젯밤에 반가운 소식을 들어서 그런 건가, 태평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구름이 속도를 올려 하늘 너머로 흘러갔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약간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을 거둬들인 청연이 발걸음을 돌렸다. 

황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 외딴 섬까지 오려면 오늘 저녁에야 도착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해가 머리 꼭대기에 뜬 이 낮부터 해변에 나와 있는 게 좀 우스웠을까. 몸을 돌리자 이제는 익숙해진 집이 보였다. 발을 옮기는데 바람이 휙 불자 등이 살짝 떠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좀 뛰어볼까, 하다 관두기로 했다. 부풀었다 꺼졌다 하는 느낌을 조금 더 만끽하려는 심산이었다.

살살 부는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청연은 자연스럽게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미닫이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모습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홍명은 열어놓은 창가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팔을 창가에 올려두고 턱을 괸 홍명의 머리칼에 빛이 잘게 쏟아졌다. 늘어져 있는 팔 위에 드리워진 천 근처에 햇빛이 일렁이며 서성였다. 바람이 세게 불 때면 천이 들춰져 기회를 노리던 빛이 청연이 서 있는 곳까지 들어왔다 밀려 나갔다.

잠깐 그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던 청연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다가갔다. 조금 더 자게 놔둘까, 오늘은 모처럼 날이 좋으니까. 반쯤 열려 있는 수납장에서 얇은 담요를 꺼내어 홍명의 어깨에 살포시 얹었다. 짧게 다듬어져 어깨에서 살랑이는, 붉은 머리카락이 구름의 색을 닮은 모포 위에 흩어졌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던 걸까, 자기도 모르게 어깨에 손을 가져가게 했다.

"...왔어요, 청연?"
"응, 잠깐 자는 것 같길래 그냥 두려고 했는데 깨워버렸네. 조금 더 잘래?"
"아뇨, 그냥 오늘따라 햇빛이 좋길래 잠시 졸았나 보네요."
"별 일이네. 네가 햇볕 쬐는 걸 좋아하는 날도 있고."
"글쎄요...뭐, 가끔은 괜찮잖아요."

응, 짧게 대답한 청연이 홍명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어깨를 와락 안았다. 그리고선 눈을 내리뜨며 그의 뺨에 입술을 댔다. 홍명도 살포시 내려앉는 입맞춤에 맞추어 눈을 감았다. 청연이 살며시 입술을 뗐을 때는 홍명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려있었다.

"별일이네요."
"가끔은 괜찮잖아?"

뭐...그렇죠. 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좋다고 생각하고야 마는 홍명이였다. 햇빛이 방을 비추는 와중에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청연의 손길을 받고 있던 홍명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부탁 하나 정도는 기꺼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뭐예요?"
"뭐일 것 같아?"
"거기까지는 모르겠네요."
"...그래? 내가 항상 궁금했던 건데."
"산속. 산속에서 데려왔어요."

뭐야, 알고 있었잖아.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청연은 생각했다. 8년 전, 이제는 더없이 소중해진 그들의 아이가 홍명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품에 안겼을 때부터 청연은 이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도록 사랑스러웠기에 묻지 않았지만 계속 마음에 걸렸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청연은 심한 열 때문에 쓰러져 있었기에 자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은 아이가 처음에 어떤 모습으로 발견되었는지 모른다.

 

"산속? 그 때 겨울이었잖아. 올라갔었어? 왜?"
"마차로 산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새가 날아왔었어요."
"겨울인데? 신기하네...그래서?"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홍명이 허튼소리를 할 애는 아니니까.

 

"손수건을 물어갔어요."
"...손수건? 겨우 그것 때문에 네가 산에 올라갔다고? 방에서 나가는 것도 귀찮아하는 네가?"

청연이 홍명의 볼을 힘껏 잡아 당겼다. 풋, 하고 웃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홍명은 청연이 볼을 놓아줄 때까지 기다리다가 대답했다. 

"청연,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손끝이 살짝 달아오른다. 가끔은 솔직한 부분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이럴 때다. 청연이 한 호흡 후에 크게 숨을 내쉬었다. 홍명은 또 한 번 귓가가 간지럽혀지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래서 그걸 쫓아갔더니 자원이가 있었던 거야?"
"네."

홍명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황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는 산은 워낙 험해서 마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다닐 일은 만무했다. 특히 눈이 덮였을 때 어린아이를 데려갈 일은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버려졌거나 산제물로 바쳐졌던 거겠지. 돌아갈 곳은 있니, 하고 묻자 시선을 돌리던 아이. 어두워진 얼굴이 보기 안쓰러워 끌어안고야 말았었다.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응?"
"옛날의 저랑...당신이랑 잠깐 떨어져 있었을 때가 있었잖아요."
"아..."

숨기지 못하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뢰엠으로 잠시 떠났을 때를 말하는 건가...12년 전이였을 것이다. 양친이 돌아가시고 홍염과는 파혼하고, 아무 말도 없이 뢰엠으로 떠났었다. 1년 후에 돌아왔을 때는 홍명도 홍패도 키가 자라 그동안의 시간을 실감했었는데 그것이 비단 청연의 공백만이 아니었음을 지금에야 깨닫는다.

 

"그래서 가만히 놔둘 수 없었습니다."

홍명이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순간 폐에 들어차는 외로움이 가슴 안쪽을 쿡쿡 찔렀다. 분명 12년 전에도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 위에 덧칠해진 색도 같은 것이지만...그리고 4년이 흐른 후인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아이는 홍명보다 더 아팠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누구를 기다리는지 잊었다며 울었던 아이. 영영 잃은 사람에게 바치고 남은 반쪽뿐인 마음.

그래서 싫다는 자원을 나무에서 풀어주고선 마차에 태웠다. 산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며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이 답답해 간호라도 해보라고 했더니 청연을 바라보고는 그제야 반항하는 것을 멈추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처음 봐요.'

얼빠진 얼굴로 중얼거리더니 청연의 손을 쥐고는 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홍명은 슬며시 웃음을 감췄었다.

 

'손이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 봤어요.'
'당신은 처음 보는 것도 많군요. 그러니 잠시 간호를 하고 계세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청연은 그 겉모습 때문에 체온이 낮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의외로 체온이 높다. 거기에 열까지 올랐었으니 아마 손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뜨거웠을 것이었다. 홍명은 차갑게 굳어있었던 자원의 몸이 청연의 체온으로 조금은 따뜻해졌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던 그 순간, 목을 스치는 온기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햇빛...? 순간 그 생각을 하고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목에 닿은 감촉은 익숙했으니까. 청연의 손을 겹쳐 쥐고 뭔가를 말하려는데 청연이 조금 더 빨랐다.

"그것만은 아니잖아?"
"...당신과 닮았으니까요."

달빛을 녹여 만든 머리카락, 하늘을 닮은 푸른 눈동자, 눈처럼 투명한 피부. 사실 산에서 제물로 바쳐지든 말든 홍명과는 상관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청연과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아이를 데려올 이유는 충분했다.

"의외로 솔직하게 말하네."
"사실이잖아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청연, 그녀 자신도 그녀의 아들이 자신을 닮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마차에서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궁의 방에서 눈을 떠보니 그녀와 똑 닮은 아이가 물수건을 들고 옆에서 간호하고 있었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옅게 은색이 감도는 푸른 머리칼. 걱정과 불안함이 뚝뚝 묻어나는 눈은 강아지마냥 둥그렜고, 크게 깜빡일 때마다 긴 속눈썹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내는 눈동자는 푸른색을 띄었다.

어떻게 왔느냐고 묻자 당황하며 자그마한 입을 움직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아이. 홍명이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청연은 바로 이 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닮은 아이, 홍명의 관심을 잡아끈...몇 안 되는 기적.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홍명의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

그렇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가족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말하자면 단풍잎 같은 손, 옷자락을 움켜쥐는 손길 그리고 품에서 느껴지는 온기.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청연의 키는 물론이고 홍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지만 어릴적 처음 만났을 때의 이름 없는 아이 또한 청연에게 남아있는 것이었다.

 

"생긴 것만 닮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네. 저도 당신과 똑같이 클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언제든지 돌아오렴, 자원이 황제국에 남겠다고 했을 때 했던 말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청연, 자신이 만류해도 고집을 부렸겠지. 하여간 이런 면까지 닮아버리다니 말이야. 지독하게 바쁘던 나날들도 뒤를 따라 머리를 채웠다. 큰 책상 위에 쌓인 두루마리들에 파묻혀 황제국을 위해 살던 하루하루. 이제는 그녀의 아들이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하고 있다. 말릴 필요는 없다. 품에 안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부터 원하는 대로 살아가길 바랐으니까.

백룡이 옥좌에 오르고 재상으로 마저 일해달라는 제안은 단칼에 거절했었다. 청연의 황제국은 내전과 함께 막을 내렸으니. 그래서 자원을 그 자리에 천거했다. 원석이 다듬어질 때마다 빛을 발하는 보석과도 같은 총명함을 드러냈을 때부터 그녀의 아이가 황제국의 문관의 길을 걷고 싶어 한다는 걸 청연이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챘으니까. 자원이 선뜻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겠지. 백룡의 손에 제거당한 양부모, 그리고 백룡 황제의 재상인 자신.

"나랑 똑같이 키워서 백룡한테 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역시 같이 있으면 닮기는 닮나 봐."
"아직도 후회되나요?"
"그럴 리가 없잖아. 자원이가 후회할까봐 걱정하는 거지."

홍명이 유배형을 당하고 자신은 지금 홍명의 뒤를 따라 유배지에 틀어박혀 있다. 지금 와서 백룡을 도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자원이가 백룡을 돕는 건 별개, 다른 이야기.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의 품을 떠날 시기에 날갯짓을 한다. 언제까지고 두 팔에 가둘 수 없다는건 청연,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새장에서 그녀를 꺼내준 사람이 있으니까.

"그러니까...이번에는 우리가 기다려줄 차례야."
"...그렇죠."

10년도 전부터 자신들이 걸어온 길 위에서 걸음마를 떼고 있는 아이. 이대로 조금 멈춰 서서 기다리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네?"
"이번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게. 내가 먼저 곁을 떠나지는 않을 거야, 약속해."

놓지 않겠다는 것처럼 꼬옥 끌어안는 힘에 홍명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숨을 멈추고 안겨 있자니 청연도 숨을 들이쉬었는지 심장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잠깐의 정적이 끝나자 살랑이는 바람처럼 청연이 날숨과 함께 팔을 거두었다.

청연이 일어나며 긴 옷자락이 방바닥에 쓸렸다. 열어둔 창을 닫고선 사락사락 소리가 방을 채우는 와중에 기척 없는 발걸음으로 문가까지 걸어 나가는 그 모습을 홍명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을 나서는 듯싶더니 청연이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이야."

그 말을 듣고서야 홍명이 실감이 난다는 것처럼 꿈에서 깨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조금 쑥스러웠던걸까, 청연이 손끝으로 그녀의 볼을 쓸었다.

"곧 자원이가 올거야. 나는 저녁 준비라도 할 테니까 방 치워놔. 옆 방도."

탁,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홍명이 무의식적으로 청연이 한 것처럼 볼을 쓸었다. 햇빛이 닿았던 곳, 조금은 따뜻하려나. 잠시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어젯밤에 자원이 온다는 전갈을 받자마자 집 전체를 치워뒀으면서 당황했는지 까먹은 듯이 군다. 평소에 안 하는 걸 하니까 그렇죠, 아스라이 중얼거리다 홍명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원이 곧 도착한다는 말만큼은 사실이니까.

 

"청연 님."

문을 열자 방 안에 갇혀있던 노을빛이 일제히 쏟아져내린다. 잠시 눈을 깜빡이는 자원을 향해 청연이 쉿, 하며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조금 시선을 떼어보니 홍명은 청연의 무릎을 베고 잠에 들어있었다. 청연의 손이 홍명의 머리에 얹어져 있는 것을 보니 홍명은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하고선 잠에 든 듯 했다. 익숙한 풍경에 자원은 빠져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 또 느긋하게 청연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몰라 문턱에 서서 머뭇거렸다. 그러자 청연이 웃으며 손짓했다. 자원은 발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방 안에 들어섰다. 

"어서 와, 홍염이랑 홍패한테는 인사했니?"
"네, 먼저 뵙고 인사드렸어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청연 님."
"음...그런데 왜 그러니? 표정이 안 좋은데 어디 불편한데라도 있어?"
"..."

자원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청연은 항상 마음을 꿰뚫어 보고서도 한발 물러선다. 항상 자원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렇기에 속마음은 언제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곤 한다.

"그...후회하지 않으세요? 저를 재상 자리에 추천하신걸."
"너도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풋, 하고 청연이 웃었다. 나만 닮은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역시 같이 있으면 닮기는 닮나 봐.

"그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니?"
"그건 아니에요."
"네가 후회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아. 오히려 항상 우리 곁에 있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

자원이 흠칫 몸을 떨었다. 내가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나, 빠르게 굳는 표정을 들여다보던 청연이 싱긋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언제든지 원할 때 돌아오렴."
"청연 님은 그렇다 해도 홍명 님은 분명..."
"너를 미워할 거라고?"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자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청연도 따라 고개를 숙여 홍명을 바라보고선 머리를 쓰다듬었다. 짧아진 머리카락, 화려하기는 커녕 초라한 옷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흉터. 확실히 바뀌었고 앞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그래, 자원이 지금 얻은 것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다. 하지만...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내 곁에 있는 게 홍명이야. 그리고 내가 홍명의 곁에 있어."

내게 곁을 허락하고 나의 곁을 허락받은 사람이란다, 마치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자원은 그 따스한 눈빛에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낸 것 같았다.

"그런 애가 너를 미워할 리가 없잖니. 너는 우리의 아들인걸."

조금 풀린 표정에서 여전히 주저하는 낌새를 발견하자 청연이 쐐기를 박았다. 푸른 눈동자에 살포시 확신이 담겼다.

"걱정하지 마. 나는 지금 홍명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해. 홍명도 그렇지 않을까?"

청연은 홍명이 잠든 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서도 무릎을 빌려주었으며, 걱정하고 있는 아들과 내심 긴장하고 있을 남편을 위해 입발린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선 한결 나아진 표정의 아들에게 이걸로 충분하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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